시장 리스크는 숫자로만 오지 않는다. 금리가 튄 날, 지표가 급락한 날, 환율이 출렁인 날—뒤늦게 확인한 숫자 앞에서 우리는 늘 같은 질문을 던진다. “무슨 일이 있었지?” 하지만 리스크관리자는 그 질문을 반대로 해야 한다. “무슨 일이 있었는데, 숫자는 아직 반응하지 않았을까?”
대부분의 위험은 사건보다 늦게 숫자로 나타난다. 숫자는 결과고, 뉴스는 신호다. 그래서 나는 뉴스와 숫자를 연결하고 싶었다. 조금이라도 먼저 감지하고, 먼저 생각하고, 먼저 경고하고 싶었다.
처음에는 아주 단순하게 시작했다. 특정 키워드가 포함된 뉴스가 포털에 뜨길 기다리는 대신, RSS 피드를 통해 주요 언론사의 뉴스에 실시간으로 접근하도록 했다. 상장사 공시는 하루에 한 번 정리되도록 했고, 뉴스는 1분 단위로 수집되어 회사 관련 키워드가 걸리면 즉시 텔레그램으로 알림이 오게 만들었다. 신용등급 변경, 경제부처의 정책 브리핑 등도 포함되었고, 그 하나의 루틴이 큰 차이를 만들기 시작했다. 정말 필요한 건, 복잡한 기술이 아니라 '어떤 뉴스가 숫자가 될지'를 구분하는 안목이었다.
예를 들어 “OO기업, 유동성 문제로 차입 구조 조정”이라는 공시는 단순히 제목만 보면 흔한 이슈처럼 보이지만, 거기에 포함된 특정 표현—예를 들어 '만기 연장 불발', '대주단 재협의' 같은 단어는 숫자보다 먼저 조직을 흔들 수 있는 신호다.
그래서 나는 키워드를 단어가 아니라 구조로 나누기 시작했다. 사건성 키워드(파산, 부도, 연체, 미상환...)와 추세성 키워드(매각, 구조조정, 유상증자...)는 다르게 반응해야 했다. 그때부터 알림은 단순한 메시지가 아니라, 부서별 리스크 민감도를 기반으로 한 "관심도"의 지도처럼 작동하기 시작했다.
이 시스템이 자리를 잡자, 보고서를 내지 않아도 포지션이 점검되기 시작했다. 텔레그램에 올라온 짧은 메시지는 단어로 끝나지 않고, 포지션 숫자의 변동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나는 기술을 만든 것이 아니다. 그냥 리스크를 감지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싶었다. 뉴스를 숫자처럼 보고, 숫자 이전에 대응할 수 있도록. 알림은 조용하지만, 조직을 움직이게 만드는 신호가 되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아침마다 키워드를 정리한다. 숫자는 늦게 오지만, 뉴스는 먼저 온다. 그리고 누군가는 그걸 먼저 알아채야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