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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텔라 Nov 23. 2019

자극적인 제목의 매거진을 시작한 이유

그럼에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는 작은 희망

 


내 글의 가장 열렬하고 충성도 높은 독자는 다름 아닌 '나'였다. 내 글의 우선 고려사항은 항상 나였다. 내 이야기를 했고 그 이야기를 다시 음미하며 읽었다. 누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스스로 좋으면 그만인 글을 쓰고 잘도 만족해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첫 책이 망할 것(?) 같자 생각이 많아지고 고민이 깊어졌다. 작은 단서라도 얻을 수 있을까 싶어, 평소 눈여겨보던 엄청난 수의 구독자와 팬덤 무엇보다도 자신의 브랜드가 확실한(나와는 반대의 성향의) 작가님의 글쓰기 강연을 들어보러 갔다.


 강연이 무르익고 이제 조금 적응이 된다 싶을 때 작가님은 어마어마한 숙제를 모두에게 던져주셨다. 출간하고자 하는 책의 제목과 카피를 5분 만에 적어 붙인 후, 본인 책을 제외하고 관심 가거나 구매하고 싶은 책에 스티커를 붙여야 했다. 


 지금 당장 써야 했다. 망설일 시간이 없다. 뭐라고 쓰지. 멘붕이다. 다음 책 낼 계획 같은 건 없었고 오늘 들은 '잘 팔릴 만한 책' 미션에 내가 만든 그 책은 조금도 어울리지 않았다. 이왕 수업도 잘 듣고 과제의 의도도 파악했으니 과제에 걸맞은 괜찮은 선택지를 골라내고 싶었다. 


 "내겐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닌데
남들에게는 어려운 무언가를 지녔다면 그게 당신이 잘하는 것"



 그 순간 떠올랐던 건 '연애'였다. 그리고 내 브런치에서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했던 그 글. 이거다. 단숨에 책 제목을 적어 내려갔다. '랜덤 채팅으로 만난 남자와 결혼했다.' 이 정도면 다른 사람 관심 좀 받을 수 있겠지. 만일 출간할 기회가 1%라도 있었다면 절대 그렇게 적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건 남들에게 잊힐 가벼운 게임일 뿐이었다. 예상대로 가볍고 팔랑거리며 자극적인 제목의 그 책은 50개의 책 사이 무려 4위 안에 들어가는 쾌거를 이루었다. 


 그러나 정말로 그런 글을 써 내려갈 생각은 전혀 없었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책 분류는 자기 계발서, 그중에서도 충고나 대단한 비법을 설파하는 어조의 책이다. 또 엄청 싫어하는 책 부류 중 하나는 제목에 비해 내용이 부실하거나 별거 없는 책이다. 이 제목에 걸맞은 책이라면 대단한 연애 비기라도 풀어내거나, 누구나 알법한 평범한 내용의 조언을 특별한 척 뻥튀기 후 자기도취식 충고를 던지는 걸 부끄럽지 않아야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한마디로 목차나 내용이 조금도 떠오르지 않았다.


 나는 대단한 연애 비법도 없었고 나와 내 남편은 누구나 꿈꾸는 이상향의 사람도 아니었으며 누군가에게 연애를 충고하거나 나처럼만 하시면 대성공하실 거라는 뻔뻔한 호언장담을 건넬 능력도 의지도 자신도 없었다. 그런데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내 책에 투표를 해주신 고마운 14분이 생각이 났다. 나와 비슷한 나이의 분들이 많아 보였는데 연애에 대해 고민하시는 분들이 많구나. 어쩌면 나의 연애 경험담이 누군가에게 조금이나마 위로나 도움 같은 게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위험하고 기특한 생각. 일단 해보자. 안 되면 말고. 


그래서 난생처음으로 다른 '누군가'를 위해 자발적으로 이 글을 써보기로 결심했다. 물론 연애 이야기를 하는 것도 듣는 것도 무척 좋아한다. 이 글은 내가 좋아하는 많은 것 중에서 다른 사람에게 가장 도움이 될만한 혹은 가장 흥미로울만한 주제를 추려내 쓰고자 하는 글이다. 어떤 글이 될지 모르지만 이거 하나는 확신하다. 이건 연애의 정답은 아니다. 개인적이고 솔직한 연애 경험담을 상대방의 사생활 침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정신없이 써보려고 한다. (참고로 정확한 제목을 밝히자면 '랜덤채팅으로 만난 남자와 결혼할 수 있게 한 나의 지극히 사적인 이제까지의 연애담'이다) 그러나 연애가 안 풀리거나 속상한 사람에게 위로까지는 아니어도 참고가 되는 글을 쓸 수 있었으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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