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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이윤 Mar 28. 2021

인생은 과정의 연속

완성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도 아니면 모. 나는 확실한 게 좋다. 어쭙잖은 시작이 싫다. 무언가가 흐지부지 끝나버리는 것도 싫다. 시간을 겹쳐 쓰는 것도 질색이고 멀티 플레이도 싫다. 용건 없이 다른 일을 하며 카톡을 보내는 것도 싫다. 한 번 무언가를 시작하면 그것에만 집중하고 싶었다. 하나를 확실히 끝내고 다음 하나를 하고 싶었다.


그게 내 집중력의 증거라 여겨 왔다. 그래서 내가 열정 있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나는 타오르는 사람이다. 그리고 한 번에 모든 걸 끝내버리고 싶어 하는 사람이다. 어쩌면 나는 당장의 결과를 보지 못하면 견딜 수 없는 사람이다.


그러나 어디 인생이 그러한가?


모 아니면 도. 이분법으로 질문하고 이분법으로 확실히 대답 할 수 있는 일이란 거의 없다. 확실히 끝낸다는 건 학창 시절에나 가능했다. 시험을 끝내고 과제를 끝내고 졸업을 하고. 다음 학년이 되고 그러나 원래 삶이란 구분이 모호하다. 오늘 해결된 어떤 의문은 어느 날 또다시 찾아온다. 확실한 시작도 확실한 끝도 주어지지 않는다. 이걸 하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저걸 하고 있다. 순서는 엉망진창 된다. 뭘 하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이 헤맨다.


삶을 24시간 다 써왔다고 해도 새로운 경험을 하나 했다고 해도 결과가 1:1 대응조차 되지 않는다. 어쩔 땐 삶이 내게 너무 후하고 어떨 땐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받긴커녕 더 무언가 내주게 된다. 그 모든 게 모호하고 복잡해서 차라리 주저앉고 싶어졌다.


삶을 견디는 거로 생각했다. 무언가 결과나 성취에 도달할 때까지 밀어붙이고 견디는 거라고. 무언가가 확실히 끝맺지 못하면 성과가 없으면 결국엔 아무런 의미 없는 거라고. 모든 건 결과가 말하는 거라고.



아니다. 아니었다. 볼 수 없다. 삶은 과정이다. 삶은 흐른다. 결코, 한 지점에 멈춰 서지 않는다. 성취마저도 지나고 나서 돌이켜보며 그저 어떤 지점을 지나왔구나! 그때서야 깨달을 뿐이다. 결과만 셈한다면 결코 인생을 살아갈 수 없다. 성취에 집착하면 불안증 환자가 된다. 절대 잡히질 않은 수평선에 도달하겠다며 계속 바다로 나아가다 난파되고 말 것이다.


시작하기도 전에 아니 시작하자마자 그 의미를 삶에 따져 묻지 말자. 물론 싫은 건 싫은 거다. 확실히 싫은 걸 억지로 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좋다면 내가 원한다면 결과가 어떻게 되는지 따윈 상관하지 말고 그냥 해보자. 어떤 과정이 떠오를지 지켜보자. 결과와 의미와 성취는 결국 과정에서만 떠오를 수 있다. 삶을 사는 건 과정을 사는 것. 삶은 과정의 연속. 끝맺지 못할 반점을 찍어나가는 것.


삶은 결코 하나의 단어로 완성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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