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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이윤 Jul 21. 2021

청소 하나도 이렇게 생각이 다릅니다.

부부사이 청소에 관한 고찰

어제 들은 인간학 강연에서 청소도 청소지능이 필요한 일이라 누군가에게 강요되서는 안 된다는 말을 들었다. 그리고 가정에서 일어나는 성격 불화나 성격 차이의 가장 큰 원인은 생활 습관의 불일치라고 말했다. 나를 비롯한 주변 사례들을 떠올리며 격하게 동의했다.


집에 돌아와 L군에게 그 주제로 이런 대화를 했다.


청소도 지능이래. 걸리적 거리는 사람이 아무 말 없이 기쁜 마음으로 치우고 잔소리 하지 않으면 아무 문제 없는 건데, 보통 사람들은 그렇지 못하잖아. 잔소리하게 되지.


그렇지. 자기 기준에 미달하니까 자꾸 말하게 되겠지. 혹시 너도 내게 청소에 관해 불편한 감정을 느낀 적이 있어?


당연하지. 너와 나는 청소에 대한 기준이 다르잖아. 다만 네가 실질적으로 청소에 신경을 더 많이 쓰니 아무 말 안 하는 것 뿐이지. 나도 스트레스 받고 넘어가주는 부분이 있지. 조금 열받는 건 넌 내게 매번 잔소리를 하잖아. 뭐 부드럽고 친절하게 말하긴 하지만. 나는 아무 말도 안 하는데.




그러면서 우리가 청소를 하게 되고 더러움은 인식하는 방식에 대해 고찰을 해보았다.



L군은 정리정돈을 중요시한다. 특히 빈도수가 중요하다고 하다. 예를 들어 생활 반경 주요 이동 동선 거리에 걸리는거실과 빨래가 어질러 있는 경우, 하루에 시도때도 없이 자주 보기 때문에 견딜 수 없어 더러워서 치워버려야한다고 느낀다. 반면, 화장실이 설사 더럽다고 해도 기껏해야 하루에 2-3번 잠깐 보는 것이기 때문에 그 순간만 참고 넘어가면 별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고 했다.


반면 내게 더러움은 청결의 문제이다. 그리고 임계치를 넘느냐 넘지 않느냐 절대 기준의 문제이다. 게다가 어딘가 집중하게 되며 주변이 들어오지 않는 나는 바쁘거나 정신이 없으면 아무리 더러워도 더러운 꼴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더러움은 발견하면 그 즉시 박멸하듯이 아주 깔끔하게 청소해버린다. 내게 옷이 좀 어질러져있거나 물건이 제자리에 있지 않는 건 그렇게 중요한 일은 아니다. 그건 위생과는 크게 상관없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화장실이나 주방쪽이 내겐 주요 청소의 대상이 된다.


평소 청소에 관해서 L군이 훨씬 신경을 쓰는데도 불구하고, 가끔씩 그가 마친 정리정돈이 성에 차지 않아 이걸 정리한거라고? 말하고는 엄마처럼 내 기준에 맞춰 한 번 더 정리정돈을 하는 경우도 있다.


L의 경우, 빈도수에 거슬리지 않을 정도로만 상대적인 기준으로 얼른 청소해버리지만 고약한 심보의 나는 절대적인 기준을 적용하기 때문에, 눈에 들어온 이상 기준에 충족할 때까지 완전히 청소해버려야한다. 이런 성향 때문에 귀찮아서 더 청소에 신경을 안 쓰는 걸지도 모른다.



청소 하나도 이렇게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받아들인다. 이런 자잘하고 사소해보이지만 매번 부딪칠 수 밖에 없는 생활 습관에 관해 자세히 대화를 하고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을 삼는다면 다음 번 갈등이 나타날 때 한층 더 관대하고 누그러진 마음으로 상대의 입장을 듣고 고려해볼 수 있다. 아무리 그것이 청소같이 사소하고 당연하게 보이는 주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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