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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텔라 Dec 12. 2021

'마술사의 코끼리'

게이트 디카밀로 

출처: 교보문고


1 플로릿만 내면 당신의 마음이나 머릿속에 간직된
가장 심오하고 어려운 문제에 대한 답을 알려 드립니다. -8p



피터는 더럭 겁이 났다. 그토록 오랜 시간을 참아 왔는데 진실을 견뎌 낼 수 없으면 어떡하지? 실은 알고 싶지 않은데 착각하고 있었던 거라면? -11p



"코끼리다."

"네?"

"넌 코끼리를 쫓아가야 해. 코끼리가 널 그곳으로 안내해 줄거야."

"절 놀리시는 거군요. 여긴 코끼리 같은 거 없어요."

"네 생각이 그렇다면야."

"내가 한 말은 진실이야. 적어도 지금 이순간에는. 다만 네가 눈치채지 못했을 뿐이지, 진실은 끊임없이 변한단다."-13p


"피터는 사랑으로 가득 차 있어. 마음이 사랑으로 가득하다고."

"하지만 피터가 사는 저 위층에는 사람이 됐건, 사물이 됐건 사랑할 만한 게 하나도 없어. 사랑이 가득한데 그걸 어디에도, 누구에게도 나눠 줄 수 없다는 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야."-89p


아델이 가진 것이라고는 꿈속에서 코끼리가 한 말 뿐이었다. 별것은 아니었지만 그것은 온전히 아델의 것이었다. 그래서 아델은 그 말을 또다시 되뇌기 시작했다. 여기서 아델로 불리는 아이 말이에요. 그 애를 데려가려고 왔어요. 여기서 아델로 불리는 아이 말이에요. 그 애를 데려가려고 왔어요. 여기서 아델로 불리는 아이 말이에요....-117p



눈앞에 보이는, 코끼리의눈빛에서 자신이 이해한 그 끔찍한 진실 말고는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코끼리는 슬픔에 잠겨 있어.
코끼리는 집으로 돌아가야만 해.
집으로 돌려보내지 않으면 코끼리는 죽고 말 거야. -135p
소년의 눈길은 마치 자기를 아는 듯 했다.
소년의 눈길은 마치 자기를 이해하는 듯했다.
코끼리는 오페라 극장 지붕을 뚫고 이곳으로 떨어진 뒤 처음으로 희망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136p





마술사의 코끼리라는 책 난 이 책을 모른다. 게이트 디카밀로라는 작가도 모른다. 읽을 생각이 전혀 없었다. 약 3주 전에 독서모임 팀장님은 이 책을 읽어보자 했지만 별 관심이 없었다.


아침에 눈뜨자마자 단톡방에 메시지가 와 있었다. 숙제였다. 다음주로 착각한 모임이 오늘 저녁이었다. 동화책이니 금방 읽겠지. 가까운 도서관에는 이 책이 없었다. 바쁜 L에게 부탁해서 차를 타고 처음 보는 어린이 도서관에 도착했다. 12월까지 임시 휴무였다. 다른 도서관은 거기서 차로 왕복 40분 거리에 있었다. 모임 제낄까... 고민하다가 양해를 구하고 이 책을 빌리러 올 일 없는 도서관에 도착했다. '넌 얼마나 대단한 책이길래 이렇게 손에 넣기 까다로워?'


심드렁하게 의무감으로 펼친 첫 페이지, 주인공인 소년의 이름은 피터 아우구스투스 뒤셰이었다. 엄청 기네. 그렇게 책장을 넘기다가 눈물이 나왔다. 이건 꿈처럼 날 아끼는 누군가가 내게 보내는 메시지인가?




나는 피터처럼 기회가 될 때마다 점쟁이에게 점을 보았다. 나는 내가 누구인지 물었다. 도시에 나타날리 없는 코끼리를 열심히 찾다가 나는 포기했고 군인이 되지 않고 코끼리나 찾고 있는 내가 세상 물정 모르는 바보처럼 느껴지던 찰나였다. 피터는 엄마에게 약속을 했지만 나는 나 아닌 다른 사람에게는 약속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것 나만이 품고 있는 소망이나 비밀에 불과했다. 그러나 나는 안다. 꿈에서 피터가 느낀 감각을 거짓이 아니라 진실이라는 그 명백하고 따뜻한 느낌을. 그것이 아무리 터무니 없어 보여도 진실이라는 걸 알 수 있는 찰나를.



피터는 뭐든 직시하는 아이다. 자신이 간절히 원하던 원이 있어도 뒤로 미뤄둘 만큼 코끼리의 눈 앞에서 마술사의 눈 앞에서 그의 욕구나 희망 과거 같은 건 잊고 그순간을 있는 그대로 꿰뚫어 보는 아이. 나는 코끼리에 정신이 팔려서 피터처럼 그렇지 못했다.



몇일 전까지는 내가 코끼리를 찾고 있어 슬펐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어제는 사실 내가 코끼리를 찾지 않기로 방향을 틀었기에 슬프다는 걸 발견했다. 그리고 내가 하고 싶은 유일한 건 코끼리를 찾는 것 뿐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런데 너무나 두렵다. 혼자 코끼리를 찾는 것도 외롭고 코끼리를 찾다가 바보 취급을 받는 것도 두렵고 마술사처럼 본의아니게 코끼리를 찾으려다가 누군가의 발목을 부러뜨릴 것도 겁나고 코끼리를 찾는다고 말을 하기도 두렵다. 



알고 있다. 나는 코끼리를 찾고 싶고 코끼리를 찾을 거라는 거. 코끼리를 찾지 않는다고 내가 아닌 건 아니지만, 사랑이 가득하고 싶으면 코끼리를 찾는 마음을 늘 간직해야 한다는 거. 아름다운 이 이야기를 읽고 울면서 더 좋은 방법을 찾아도 좋지만 코끼리를 찾고 싶은 마음은 온전히 내 것이니까 소중하고 아름답게 다루자고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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