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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이윤 Apr 04. 2022

꿈과 에고

01

아마도 꿈을 10번 남짓 꿀 것이다. 노력해도 최대로 기억나는 꿈은 3개이다. 선명한 꿈은 하나이거나 두 개이다. 다정한 꿈은 가장 먼저 꾼 꿈이다. 뒤의 두 꿈에 밀려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그런데도 가장 기억하고 싶어서 그 꿈이 주는 느낌은 가장 선명했다. 꿈에 다정한 사람이 나왔다. 현실의 모습과 같진 않지만, 모티프를 따온 모델은 있다. 아마 그 사람이 내가 생각하는 다정함의 상징인가보다.


가장 선명한 장면은 왼발 새끼 발가락에서 피가 나서 그가 부드럽게 웃으며 나를 부축해주며 길을 걷는 장면이다. 놀라지도 않고 나는 그 덕에 내내 평온했다. 목소리도 웃음도 표정도 행동도 사랑으로 가득차서 너무 다정한 사람이라 나는 그 사람과 오래오래 함께 있고 싶었다. 그에게 내 곁에 남아달라 말하려다가 그건 다정함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아 꾹 눌렀다. 꿈에서 다정함은 어쩔 수 없이 최고라고 생각해버렸다.


꿈을 깨고나서도 다정함의 기운이 온 몸을 감싸고 있었다. 나는 꿈에서 만난 그에게 고마웠다. 기회가 되면 또 만나고 싶다. 그게 내 안에 있는 거라면 그만큼 다정하고 싶다.





02

다정한 꿈을 꿨지만 오후에는 불쑥 에고랑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가 그래도 나를 용서할거라고 마음을 먹자 에고가 내게 불평했다. '감히 네까짓게 뭔데 자길 고작 그런 사소하고 하찮은 일로 우습게 만드냐고 분개했다. 자기는 용서하지 않을 거라고.' 당시 빨래를 널던 중이었는데, 그 목소리는 분명 내 안에서 떠오르는데 내가 생각하거나 만들고 있기보다는 울리는 쪽에 가까웠다. 정말 다른 인격체와 대화를 나누는 기분이었다. 그런 기분은 처음이라 불편한 마음도 잠시, 신기한 마음과 호기심이 일었다.


'에고, 안녕?'


그녀석에게 에고란 이름을 붙여줬다. 내가 가진 에너지 중 가장 힘이 쎄고 목소리가 크기 때문이다. 나는 흥분해서 이것저것 말하는 그에게 차분하게 질문을 몇 가지 했다. 내가 무시하지 않고 그의 말을 잘 경청해주자 실컷 떠들던 녀석은 여기까지 하고 가겠다고 순순히 물러갔다. (물론 똑바로 안 하면 다시 올 거라는 으름장도 늘어놨다.)


걔한테 말하진 않았는데, ...속 좁고 두려움에 가득찬 겁쟁이 같긴 하다. 이거 들었으면 꿈에 나타나서 따지려나..? 그럼 그래도 좋아한다고 말해줘야지.



03

가끔 시간은 부족해 보인다. 그러나 다른 생각을 집어넣으면 다시 시간은 영원해진다. 영원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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