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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이윤 Nov 14. 2023

Blue Giant 블루 자이언트

세상에서 가장 뜨거운 블루, JASS

출처: 네이버 영화



"자, 이제 재즈를 해 보자."



블루 자이언트, 너무 뜨거운 별의 온도는 붉은색이 아니라 푸른색이었어.

다이가 재즈를 좋아하는 이유는 강렬하고 뜨거운 음악이라서.

그걸 본 순간 삶을 재즈에 통째로 전념하기로 했다.

다른 음악도 좋겠지만, 그때그때 매일매일 달라지는 건 재즈라서 그래서 달라지는 매일을 표현해 낼 수 있는 것도 재즈라서.



난 세계 최고의 재즈 연주가가 될 거야.
그게 뭔데?
모든 감정 기분을 연주로 표현할 수 있는 거지.
그거 엄청난 이야기란 거 알고는 있지?


다이는 재즈를 알게 된 그날부터 매일매일 고가다리 사이에서 손이 불어 터지고 피스와 입술에 피가 맺히도록 홀로 전력을 다해 불고 또 불었다. 그런데도 그 매일이 즐거워 보였어. 반짝반짝 빛이 났어. 재즈를 좋아하니까. 재즈를 사랑하니까. 재즈에 진심이니까.


유키는 다이의 첫 연주를 듣고는 그를 보내고 슬피 울었다. 고작 3년 했다고 했는데 저 녀석 대체 얼마나 연습을 했던 거야. 대체 무슨 마음이었던 거야.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전해졌을 거야. 다이가 어떤 마음이었는지 어떤 생각으로 재즈를 대했던 건지. 그 고독하고 치열했을 순간, 아마 다이는 울지 않았겠지만 바보 유키는 그걸 알고 울었다.


좋아! 앞으로 우리 밴드 이름은 JASS야.


실력이 형편없는 초보자라도 타다마가 드럼을 치며 웃고 있다는 마음으로 다이는 그를 믿고 기다려 줄 수 있었다. 같은 씨앗을 품고 있으니까. 그건 누가 시킨다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고 흔하게 우연히 발생하는 사건도 아니니까. 아직 그의 경험이 적고 무르익지 않았더라도 함께 하고 싶다.


첫 라이브 연주, 현실적이고 이성적인 유키의 우려대로 손님은 몇 오지 않았다. 요즘 도쿄에서 누가 홍보로 촌스럽게 전단지를 돌리냐고! 재즈를 듣는 사람이 없는데 무명인 우리를 보러 누가 오냐고.


그래도 해볼래. 해보고 싶으니까. 재즈를 몰라도 전해지지 않을까. 우리가 전력으로 즐겁고 멋지게 연주한다면 이 마음이 전해지지 않을까? 재즈를 모르는 사람도 즐거울 수 있지 않을까?


그 작은 공연이 끝나고 다이는 감동한 듯 말한다.


방금 우리 끝내주게 멋졌던 것 같아.


타다마는 초보자야. 솔로는커녕 둘을 따라가기도 벅차지. 타다마는 다이의 연주를 듣고 재즈가 좋아졌고, 함께 하고 싶다는 열망으로 드럼을 쳤다. 드럼 연습실에서도 연주 실력은 꼴찌였다. 초등학교 꼬마 아이가 타다마보다 잘 쳤으니. 그래도 드럼을 치고 싶다. 그러니 이제 드럼을 칠 수밖에 없다.


팀의 발목을 잡는 것 같은 느낌에 타다마는 서러워서 울었다. 다이는 우리가 멋졌다고 말했고 그 유키조차도 너 치고는 제법이었다고 말해줬지만, 이 둘과 함께 하기에 자신이 너무 부족하고, 갈 길이 멀다는 걸 가장 잘 아는 건 타다마였다. 맛있는 걸 잔뜩 먹어버리고 속상해서 펑펑 울었다. 그리고는 연습이다. 연습, 연습 또 연습이다.


실수는 매번 줄어든다. 드럼 실력이 점점 늘어간다. 제법 밴드의 일원다운 드러머가 되었을 때 한 손님이 그의 어깨를 붙잡고 말한다.


자네 드럼이 늘었어. 8개월 동안 자네의 드럼이 성장하는 걸 보기 위해 자네들을 보러 온다네.


알고 있다. 알아주었다. 아직 다 도달하지 못했지만, 아직도 부족하다 생각이 들지만 이미 세상이 그의 노력과 열정을 알아주고 있다.


엄마, 지금 이걸 하지 않으면 후회할 것만 같아. 그러니 하게 해 주세요.






무슨 장르를 하지?
재즈요.
아니 그런 거 말고. 쿨 재즈, 비밥, 하드밥 이런 걸 물어본 거야.
그냥 재즈요.
그런 애매한 건 안 팔린다고.
글쎄요. 저흰 그냥 재즈를 하는데요. 분명 저희 연주를 들으면 좋아하게 될 겁니다.


JASS는 누군가에게 젊고 반짝반짝한 그럴듯한 들러리, 혈기 왕성한 10대 밴드, 홍보 수단
그러나 다이는 말한다. 우린 그저 재즈를 한다고. 그런 형용사나 아이코닉한 상징 같은 건 관심 없고. 우린 그냥 우리의 것을 한다고. 그러니 와서 들어달라고. 그럼 우리가 누구인지 우리의 음악이 무엇인지

강해지자. 우리의 소리가 더 커질 때까지, 각자의 색을 보여줄 수 있도록 더 큰 음악을 만들자.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래서 누군가에게 JASS는 재즈의 미래가 된다.




유키의 재즈는 모두를 이겨버리는 것, 죽어가는 재즈를 살리기 위해서 다 이겨버리는 것. 이기는 것도 좋지만 멋지고 즐거운 거 하면 안 돼? 너의 솔로는 매번 비슷해. 아직은 이기는 게 필요하다고.


그의 꿈은 소블루 도쿄에서의 공연, 관계자는 말한다. 자네의 연주는 최악이라고. 그저 테크닉뿐이고 겁쟁이라고 자신을 조금도 보여주지 못한다고. 그의 말이 맞아. 나를 다 내려두고 다 보여주려고 했는데 그게 잘 안돼.



난 말이야. 솔로를 할 때만큼은 내가 세계 최고라고 생각해. 자신이 형편없다는 말을 그대로 믿어버린다면 거기서 끝이야. 타다마 가자. 우리가 더 이상 도와줄 수 있는 게 없어.


그래도 우린 친구잖아. 동료잖아. 팀이라는 게 뭐야. 도와줄 수도 있잖아. 이렇게 제각각 생각해서 도대체 무슨 재즈를 한다는 거야.


다시 돌아온 유키는 기억해. 처음 피아노를 쳤던 건, 피아노 옆에서 가장 행복했던 여자아이를 보며 자기도 행복하고 싶다고 느꼈기 때문이란 걸. 피아노 치는 걸 좋아했다는 것. 음악을 하기 위해서 너무 많은 부가적인 게 요구된다고 믿어 이기기 위한 피아노를 쳤던 유키지만 다이의 말대로 그 여자아이는 여전히 피아노를 치고 있었을 거야.


그러니 이젠 유키는 피아노를 연주하는 것도 자신의 머릿속을 정리해 하나의 떨어지는 곡을 완성하는 즐거움도 알게 되었어. 무엇보다도 그걸 가능하게 했던 게 셋이었기 때문에. 혼자라면 불가능했을 거야. 함께해서 그 모든 걸 할 수 있었어.


유키는 거대하고 높은 벽을 만나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곧 괜찮아질 겁니다. 저희는 괜찮습니다.


타다마, 우리 각자 다 달라도 괜찮아.



마지막이라는 걸 모두 알고 있는 마지막 연주를 한다. 어느 때보다 즐겁게, 어느 때보다 헌신적으로, 어느 때보다 전력을 다해서, 어느 때보다 JASS 답게



우린 최고였어.




다이, 나 재즈를 잘 몰라. 재즈를 그렇게 엄청 좋아하는 것 같지도 않아. 그런데 JASS는 좋아. 그래서 당신들의 재즈가 좋아. 당신의 말처럼 아무것도 몰라도 진짜는 전해지거든. 전력을 다해 열정을 쏟아부은 창조력은 곧바로 심장의 빛을 밝혀 버려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되거든. 그 시간 다른 시공간으로 데려가는 기쁨을 선사하거든. 당신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전력을 다한다는 게 얼마나 기쁜 일이지, 강렬하고 뜨거운 게 얼마나 찬란한 느낌인지를 다시 한번 경험했어. 당신의 꿈이 이루어진 건 소블루에서의 마지막 연주가 아니라, 그 다리 밑 당신이 트럼펫을 처음 불었던 순간이야. 당신의 능구렁이 같은 메모마저 좋아해 : )
그러니 오래오래 JASS가 연주했던 JAZZ를 들을 거야.







p.s. 하야오 아저씨, 당신은 틀리지 않았어요. 애니는 방구석 폐인만 양성하고 세상과 단절시키는 매개체가 아니에요. 나는 지브리를 보고 블루 자이언트를 보고 가슴이 뜨거워져서 사랑을 느끼니까요. 그 사랑을 느끼면 세상 속으로 들어가서 꿈을 꾸게 해 주니까요. 당신이 맞았다고 자랑스럽다고 고맙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그걸 만드는 내내 당신도 기뻤을 거야. 당신도 전력을 다했을 거야. JASS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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