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라 Nov 12. 2023

낭만 물류 센터 : 8. 마감

8. 작지만 소중한 순간들 : 모두 함께 해내는 뿌듯한 마감

"마감이요!"

관리자님들과 PS 사원님들이 여기저기 뛰어다닌다. 간접사원님들이 마감 카트와 토트를 정신없이 밀고 쌓는다. 집품 사원들을 부르는 방송이 동네마트 삼겹살 땡처리 안내 방송처럼 연신 천장을 울리고 집품 사원들이 카트를 연이어 밀고 들어온다. 포장 사원들은 미친 듯 상자를 접고 오토백 사원들은 정신없이 상품을 봉투 안으로 던져 넣는다. 마감시간 30분 전, 모두들 마감이라는 전쟁을 치르는 중이다.


 센터마다 다르지만 마감 시간이 있다. 내가 일하는 센터는 오전 마감, 오후 마감이 있다. 물량에 맞춰 일하는 사람들도 적당하면 마감 때 그리 바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냥 일을 하다 보니 스르륵 마감이 다 쳐져서 '으잉? 벌써 마감 끝난 거예요?' 이런 말이 나오는 날은 행복한 날이다. 안 그런 날도 있다. 말 그대로 다들 미친 듯이 달리고 쉬는 시간은 계속 뒤로 미뤄지고(마감이 계속 밀리면 쉬는 시간이 퇴근 때까지 없을 수도 있다!) '아 이제 포장 그만하고 싶다', '여기가 지옥인 건가요?' 하며 서로 웃픈 웃음을 나누는 끝이 없어 보이는 마감도 있다. 마감 때에는 협동심이 중요하다. 나 하나 잘났다고 모든 마감 물량을 다 해치우는 건 불가능하다. 먼저 끝난 사람들이 나도 힘들지만 서로 돕기 위해 아직 안 끝났거나 처음 온 사람들을 도와준다. 마지막 하나 남은 카트에 모두들 우르르 몰려들어 각자 하나씩 상품을 나눠 갖고 가면 훨씬 마감이 빨리 끝난다.


마감은 힘들지만 가끔 스릴(?) 있기도 하고 끝내고 나면 뿌듯하고 행복하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다 함께 서로 돕고 있구나 하는 동질감과 협동하는 기분도 든다. 아마도 내가 일하는 곳 사람들이 좋은 사람들이라 더더욱 그런 것 같다. "어유, 그거 무거워! 그거 말고 이거 가벼운 걸로 가져가서 포장해~"도와주려고 가면 포장 아주머니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다. 아는 사람이건 모르는 사람이건 포장이 다 된 tpb상품들을 말없이 대신 가져가주는 고마운 분들도 정말 많다. 애초에 이 물류센터라는 곳이 여러 사람이 함께 일하는 곳이라 협동이 안되면 일이 잘 안 굴러간다.

아는 사람이건 모르는 사람이건, 친한 사람이건 처음 보는 사람이건 모두가 한 마음으로 목표를 향해 달려가며 서로 협동하는 기분이 마감의 묘미이다.


작가의 이전글 낭만 물류 센터 : 7. 워터, 그들이 지는 삶의 무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