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수영이 (1)

다운증후군 친구에게

by 김로사

수영이는 눈에 띄는 외모를 갖고 있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같은 반 친구로 만난 그 애는 나와 몸집이 비슷했다. 초등학교에서는 새 학년으로 올라가는 첫날이나 다음 날에 자리를 배정했다. 크게 두 방식으로 나뉘는 것 같다. 이름 순이거나 키 순이다. 우리는 키 순으로 자리를 배정했다. 나는 자연스럽게 수영이와 짝을 짓게 되었다. 수영이는 다운증후군이라고 했다.


나는 수영이가 어느 정도는 친구들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 당시 준영이라는 또 다른 친구가 있었다. 준영이와 나, 그리고 수영이는 셋이 썩 잘 다녔다. 준영이는 몸집도 또래에 비해서 크고 성격도 시원시원하니 어른스러웠다. 우리는 같이 밥을 먹고 양치질을 했다. 그때마다 준영이는 수영이의 양치질을 지도했고, 양치질이 끝난 후에는 그 애의 작은 코를 쥐고 "흥 해!" 하면서 엄마처럼 코를 풀어줬다.


학교에는 수영의 고모가 자주 찾아왔다. 그 아이의 엄마도 기억이 나는데, 자주 찾아오진 않았다. 그래도 목소리가 곱고 우리에게 고맙다며 친절한 웃음을 보여주셨다. 고모는 준영이와 내게 고맙다는 표현을 자주 하셨다. 준영이와 나에게 어느 날 선물이라며 사주신 티셔츠는 참 오래도 입은 기억이 있다.


나는 한 학년만 수영이와 같은 반이 되고 그 이후로는 쭉 다른 반이었다. 그럼에도 복도에서 수영이가 보이면 반갑게 인사했다. 시간이 흘러 우리는 중학교에 입학했다. 준영이는 다른 학교로 배정받았고 수영이와 나는 같이 진학하게 되었다. 중학교 1학년 때 우리는 같은 반으로 배정되었다. 여전히 키순서로는 앞뒤 자리였지만, 수영이는 '도움반'이라고 장애인 학생들을 위해 개설된 반으로 수업을 자주 들으러 다녔다.


초등학교 고학년 때부터는 같은 반 내에서도 세력이 나뉜다. 중학교에서는 더욱 크게 격차가 벌어지게 된다. 그 시기에는 또 서로 조금이라도 흠이 보이면 소위 '왕따'로 몰아가려고 한다. 나는 모든 아이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했고 누군가를 괴롭히진 않았지만 왕따를 당하는 이의 편을 들어주기까지의 힘은 없었다. 다만 관계에 치열한 태도를 보이는 아이들과는 달리 나는 혼자 있거나 소수의 무리에 끼는 것을 불편해하지 않았다. 그런 당당한 태도가 친구들 사이에서도 엿보였는지 어떤 무리에서도 나를 함부로 대하는 일은 없었던 것 같다.


반면에 수영이는 치열한 학교 생활을 시작하고 있었다. 철없는 아이들은 할 일이 없을 때 수영이를 둘러싸 장난치고 괴롭혔다. 나는 친구들과 복도를 걷다가 수영이를 만나면 예전처럼 반갑게 말을 걸었다. 수영이는 처음에는 "로사 안녕!" 하고 반갑게 인사해줬다가, 점점 내 인사를 피했다. 어느 날 내가 수영이에게 인사를 건네자 그 아이는 불안한 표정으로 땅을 내려보다가 이내 공격적인 표정과 말투로 "하지 마!"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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