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증후군 친구에게
중학교 시절 수영이를 생각해보면 굳은 얼굴로 "하지 마!"라고 외치는 모습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그건 수영이가 본인을 지킬 수 있는 단어였다. 인사만 했을 뿐인 내게 "하지 마!"를 외친 건 나를 향한 적대감보다도 습관에 가까웠을 거라는 생각을 하지만 당시의 나는 작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어느 날의 쉬는 시간이었다. 나는 책상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몇몇 애들은 거울을 보면서 화장을 고치고 있었다. 수영이가 그들 앞을 지나가자 애들은 괜히 할 말도 없으면서 "워!" 하고 그 아이를 놀라게 했다. 수영이가 "하지 마!"하고 지나가자 애들은 큰소리로 비웃었다. 애들은 그렇게 약한 애들을 괴롭히며 본인의 위치를 높이려고 했다. 그런 모습을 보는 것은 기분이 나쁘지만 내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지 않아서 나는 조용히 있었다. 그런데 한 친구가 이런 말을 내뱉었다.
"장애인은 전부 뒤져버려야 돼!"
그 당시에도 충격을 받았지만 지금도 떠올리면 어떻게 중학생 아이가 그토록 영악한 말을 할 수 있는지 놀랍다. 그래도 나는 감히 앞으로 나설 수 없었다. 큰 싸움을 벌일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우리 아빠 장애인인데." 하고 장난스럽게라도 한 마디 했을 것 같다.
중학교를 졸업한 이후로는 수영이의 소식을 듣지 못했다. 나는 단 한 번도 수영이를 안 좋게 생각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그 아이에게는 학창 시절이 마냥 괴롭게 기억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나는 수영이를 괴롭히지 않았지만 그 아이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나조차도 나중에는 무서워했다. 나는 혹여라도 그 아이가 장애를 앓고 있다는 이유로 상처와 차별을 줬다고 생각하는 무리에 내가 포함이 되어 있을까 봐 두려워하는 것 같다. 그리고 사실, 내가 그 아이에게 상처나 차별을 조금도 주지 않았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 아이를 잊지 못하고 자꾸 떠올리는 것은 다르다는 이유로 많은 차별을 받아야 했던 우리 아빠가 신경 쓰여서일 거다. 아빠의 어린 시절은 어땠는지 모르겠다. 아빠도 공격성을 항상 지니고 다녀야 했을까. 내가 수영이에게 상처를 조금이라도 줬다면 그건 곧 우리 아빠에게도 상처를 준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나를 포함한 우리 모두가, 더 나아가 이 사회가 보다 성숙한 인식을 가질 수 있길 바라본다.
*아마 나는 오래 수영이를 떠올릴 것 같다. 우연히 만나게 되면 어머니는 잘 지내시는지, 고모는 정정하신지 물어보고 싶다. 그때 우리가 같이 양치를 했던 수돗가의 풍경을 기억하는지 물어보고 싶다. 고등학교는 어땠는지, 성인이 되고는 어떤 삶을 살았는지 물어보고 싶다. 좋아했는데도 표현을 하지 못 해 미안했다고 말하고 싶다.
**'수영'은 가명임을 밝힌다.
***솔직하게 써 내려간 이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는 일이 없길 바랍니다. 혹여 이 글을 읽고 불편한 부분이 있었다면 댓글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