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웃음으로 넘기는 방법
"아빠.."
'웃어줘 아빠.'
내 어색한 웃음과 달리 크게 뜬 아빠의 두 눈 속 눈알은 점점 더 젖혀져갔다. 나는 웃음을 멈췄다. 아빠의 머리 주변으로 피가 물밀려 나오기 시작했다. 너무 많이 나와 내 발을 적시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나는 붉은 웅덩이에 담긴 발을 뺄 생각조차 않고 굳었다. 그 순간 바삐 움직이는 것은 오로지 죽어가는 아빠의 것. 머리에선 피가, 바지에선 오줌이 흘러나와 바닥을 적셨다.
"꺄아아아아!!!"
상황을 발견한 동생이 비명을 질렀고, 엄마가 마당에서 황급히 집으로 들어왔다. 엄마는 아빠의 머리를 들어 올려 수건으로 지압을 했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그다음은 기억도 나지 않는다.
내가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땐 아빠는 어느새 화장실로 들어가서 씻고 계셨다. 엄마는 가만 서 있는 내 피 묻은 발을 닦아주셨고, 바닥의 흥건한 피를 수건으로 훔쳐 닦고, 수건을 비틀어 대야에 피를 짜내고, 다시 바닥의 피를 훔쳐 닦길 반복하셨다. 언니와 동생은 한쪽에서 엉엉 울고 있었다.
곧이어 구급대원들이 들것을 들고 우리 집으로 들어왔다. 때마침 다 씻고 나온 아빠는 멋쩍은 미소로 그들을 맞이한 뒤 "여기에 누우면 되겠습니까?"라며 누구보다 침착한 태도를 보였다. 들것에 똑바로 누운 아빠는 여전히 멈춰서 있는 나를 바라보더니 옅게 웃으며 괜찮다고 말했다.
"괜찮아. 금방 다녀올게."
나는 여전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들것에 실린 아빠는 구급차에 실릴 때까지 불편하게 고개를 들고 오랫동안 나를 바라봤다. 나는 아빠가 시야에서 사라지고, 구급차 소리가 희미해질 때까지도 한 발자국을 움직이지 못했다.
그날 들것에 실린 채 오랫동안 날 응시하던 아빠의 눈빛이 잊히지 않는다. 본인이 아픈 것은 생각하지도 않고 내가 괜찮은지 확인하던 아빠의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
성인이 되고 나서도 아빠를 죽일 뻔한 적이 한 번 더 있었다. 지금 아빠는 자가호흡을 하지 못해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는데, 언젠가의 난 귀찮은 마음에 호흡기를 대충 끼워주고 방을 나섰다. 조금 후에 벽을 두드리는 작은 소리가 났고, 뒤늦게 아빠의 방으로 들어가 봤더니 인공호흡기가 빠져 아빠가 숨을 쉬지 못하고 있었다. 깜짝 놀란 나는 달려가 인공호스를 연결해주었고, 한참 뒤에 아빠가 쌕쌕 거리며 호흡을 찾았다.
"죽는 줄 알았네."
아빠는 혀를 길게 쭉 내빼고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아빠가 웃어주자 나도 뒤늦게 웃으면서 미안하다고 대충 사과를 하고 나왔다. 방문을 나와서는 잔뜩 뛰는 심장을 잡고 터져 나오는 눈물을 소리 없이 흘렸다.
아빠는 죽음의 위협에 익숙하다. 그 위협을 준 것 중 하나가 아빠 딸인 나라는 게 슬프다. 한때는 다른 가정집 애들도 자기 부모님을 죽일 뻔한 경험이 있을까, 생각하며 묘한 감정에 휩싸였던 적이 있다. 지금은 그렇게 억울해하기보다는 아빠가 그렇게 좋아하는 웃음을 많이 보여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아빠가 내 불안을 항상 잠재워주려고 했던 것처럼. 웃음 하나로 지난 고된 과정이 생각보다 별 거 아니었던 걸로 생각될 수 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