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매미를 찾아서 5 - 정약용의 놀라운 연작시 <선음삼십절구>
임성주의 질문에서 시작된 매미 소리의 비밀
조선시대 문헌에서 매미의 생태를 과학적으로 탐구한 기록을 발견하리라고는 기대하기 어려웠다. 실학의 거두 이익이 '성호사설'에 횃불로 매미를 잡는 풍습을 기록했을 때, 그것이 담고 있는 의미는 단순한 사냥법이 아니었다. 매미가 빛에 반응한다는 생태적 정보를 당대 사람들이 이미 실용적으로 활용했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놀라운 일이 일어난다.
실학자가 아닌 성리학자 임성주가 '녹문집'에 던진 한 줄의 질문이다. "매미는 왜 배로 소리를 낼까?" 이 질문이 얼마나 획기적인 것이었는지 우리는 충분히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1,700년간 동아시아 지성사가 침묵해온 질문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고대 시인들은 매미를 수천 수만 번 노래했다. 조선의 선비들도 매미를 문학의 소재로 삼아왔다. 하지만 그들이 던진 질문은 대부분 "매미의 울음이 주는 감정은 무엇인가?"였다. 여름 숲의 고즈넉함, 청렴함의 상징, 세월의 무상함 같은 추상적 의미들이었다. 그런데 임성주는 달랐다. 그는 문학적 상징을 벗어나 근원적인 질문을 했다. "배로" 소리를 낸다는 것은 무엇인가? 왜 입이 아닌 배인가? 이것은 매미를 하나의 자연현상으로, 풀어야 할 수수께끼로 보는 관찰자의 눈이었다.
문학적 상징으로만 다뤄지던 매미가 이제 조선 학자들의 머릿속에서 '풀어야 할 수수께끼'가 되었다. 18세기 중반, 임성주의 질문이 불을 지폈다. 그리고 그 불꽃을 이어받아 시라는 예상을 깨는 도구로 매미의 생태를 완벽하게 해부한 인물이 등장한다. 바로 유배지 강진에서 조선의 지성사를 완성한 다산 정약용이다.
조선 후기, 한 시대의 지성사를 온전히 집대성한 거인이 있었다. 다산(茶山) 또는 여유당(與猶堂)으로 불리는 정약용(1762~1836)이다. 경기도 남양주의 남인 명문가에서 태어난 그는 스무 살 초반에 이미 천재성을 인정받아 정조의 총애 속에 규장각 검서관과 암행어사를 지내며 개혁 정치를 이끌었다. 정약용의 앞길은 탄탄대로처럼 보였다. 정조라는 걸출한 임금을 만나 자신의 개혁 이상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현실이 되는 듯했다. 그러나 정약용의 삶은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가톨릭 신앙에 연루된 그는 1801년 신유박해를 겪으며 모든 것을 잃고 강진으로 18년이라는 기나긴 유배 길에 오른다. 정조는 이미 세상을 떠났고, 그의 뒤를 이은 관계자들에게 정약용은 제거해야 할 대상이었다.이 역경의 세월이 그를 좌절시키기는커녕, 오히려 조선 지성사의 정점으로 만들었다. 유배지에서 그는 강진 읍내의 주막방인 사의재(四宜齋)를 시작으로, 제자 이학래의 집인 보은산방(寶恩山房)을 거쳐 다산(茶山)의 깊은 산중에 위치한 다산초당(茶山草堂)으로 거처를 옮겼다. 다산초당은 단순한 동네 서당이 아니라, 조선 개혁을 위한 방대한 연구를 집대성하고 핵심 후학들을 양성한 실학의 산실이었다. 이곳에서 그는 한자가 생긴 이래 가장 많은 책을 저술하는 집념을 보여주었다.
유배지에서 정약용은 제자들을 가르치고 한자가 생긴 이래 가장 많은 책을 저술했다. 약 500여 권, 2,300만 자에 이르는 방대한 저서는 단순히 학문을 모은 것이 아니라, 조선을 개혁하고 백성을 구하려는 치열한 실용 정신의 산물이었다. 『경세유표』(국가 개혁), 『목민심서』(관료 윤리), 『흠흠신서』(법률)로 대표되는 '1표 2서'는 물론, 의학, 지리, 경학 등 모든 분야를 망라하며 실학의 실증적 지식을 완성한다. 정약용은 단순한 학자가 아니었다. 유배의 고난 속에서 나라를 구하려 했던 과학자이자 설계자였다. 그는 현실에서 좌절당한 개혁의 꿈을 종이 위에 펼쳐냈다. 그 불타는 정신이 유배지 강진에서 가장 빛나는 결실을 맺었다.
정약용 선생은 매미를 그저 스쳐 지나가는 소재로 두지 않았다. 그는 매미의 청아한 울음소리를 산문이 아닌, 운율이 춤추는 시로 남겼다는 점에서 남달랐다. 한 편의 시에서 매미를 살짝 언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매미소리만을 주제로 하여 무려 30절구에 달하는 초대형 연작 시를 남겼다. 바로 『선음삼십절구(蟬音三十絶句)』이다.
흥미롭게도 정약용 시에 매미가 처음 등장한 것은 이보다 훨씬 전이었다. 1824년 『소서팔사(消暑八事)』의 「동림청선(東林聽蟬)」에서 정약용은 여름 더위를 잊는 선비들의 여덟 가지 비법을 칠언율시로 풀어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매미 소리를 들으며 더위를 잊는 것이었다. 숲을 가득 채운 그 맑은 울림은 여름날 선비의 마음을 시원하게 달랬다. 하지만 여기서 주목할 점이 있다. 초기의 작품에서 정약용은 매미를 문학적 상징으로만 다루었다. 청렴함을 상징하는 선비적 정서로, 여름의 무더위 속에서 위로가 되는 음성으로서의 매미였다. 그 울음은 아름답고, 그 모습은 숭고했으며, 그것이 전달하는 감정은 깊고 쓸쓸했다. 그러다 정약용의 시선이 음향의 아름다움을 넘어 생태의 신비로 깊숙이 파고들었다. 매미에 대한 그의 호기심은 완전히 다른 차원으로 도약했다. 그 결과가 바로 『선음삼십절구』라는 거대한 연작으로 결실을 맺는다.
『선음삼십절구』는 정약용이 유배에서 풀려난 후(1818년 이후) 작성되어 『여우당전서』 시문집의 '송파수작'에 수록되었다. 표면적으로는 해금 이후의 저술로 보인다. 하지만 시에 담긴 매미 생태에 대한 깊고 방대한 관찰 내용을 고려할 때, 한양의 매미만을 관찰 대상으로 삼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 정도의 전문적 지식은 일시적인 관찰로는 불가능하다. 오히려 이 지식들은 18년간의 강진 유배기(1801년~1818년) 동안 정약용이 주변 자연을 치열하게 탐구하며 쌓아 올린 장기적인 관찰과 기록을 바탕으로 지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왜 정약용은 유배지에서 매미에 그토록 집중했을까?
이 질문의 답은 정약용이라는 인물의 본질에 담겨 있다. 조선을 개혁하려던 거대한 꿈을 유배라는 폭력적 현실로 인해 박탈당한 지식인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했다. 한양의 규장각에서 국가의 미래를 설계하던 그 손으로 이제 강진의 유배지에서 종이 위에 글을 써야 했다. 하지만 정약용은 절망하지 않았다. 이 외로운 유배지에서 그는 자연의 미물을 가장 치열한 탐구 대상으로 삼았다. 하늘 아래 가장 작은 것 속에서 우주의 법칙을 읽으려는 실학자의 정신이, 여름 숲의 울음소리 속에서 빛을 발했다. 매미는 더 이상 시의 보조적인 소재가 아니었다. 그것은 세상을 이해하는 하나의 관문이 되었다.
그렇게 탄생한 『선음삼십절구』는 단순한 시가 아니라, 유배지의 18년을 온전히 응축한 생태학 보고서인 것이다. 정약용이 이 시집을 통해 묻고 있는 것은 단순한 질문이 아니다. 그것은 임성주의 질문 "매미는 왜 배로 소리를 낼까?"에 대한 거대한 답변이자, 동시에 자신의 유배 인생 전체가 담긴 관찰의 결결정체이다.
정약용이 매미의 생태를 담아낸 형식은 칠언율시(七言律詩)였다. 이것은 단순한 운문이 아니라, 조선 문학의 균형과 조화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가장 세련되고 복잡한 규범이었다. 칠언율시는 각 행이 일곱 글자로 구성되며, 전체 여덟 행으로 이루어진다. 각 행의 끝 음절이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운율, 그리고 대비되는 두 행이 의미적·음운적으로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 대구(對句)가 철저히 적용된다. 이것은 마치 바흐의 푸가(Fugue)처럼, 정해진 규칙 속에서 음악적 완벽함을 추구하는 형식이다. 자유로운 감정의 분출을 담기에는 지나치게 엄격한 형식이다. 그렇다면 정약용은 왜 이토록 까다로운 형식을 택했을까?
정답은 역설적이다. 칠언율시는 오히려 철학적 내용이나 과학적 분석을 정제되고 응축된 언어로 담아내기에 최적의 구조이다. 감정은 자유로워야 하지만, 사상은 엄격해야 한다. 정약용은 이 규범적인 틀 안에 마치 실험 보고서처럼 매미의 생태를 담아냈다. 운율과 대구를 맞추는 동시에, 그 안에서 매미 소리의 기원과 환경적 요인을 세밀하게 해부해낸 것이다. 이는 시적 감각과 과학적 탐구 정신이 완벽하게 조화된 결과였다.
시 속 매미는 한양의 매미라기보다 강진의 매미일 가능성이 높다. 『선음삼십절구』는 유배에서 풀려난 후인 1829년 근처에 창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내용의 깊이를 고려해보면 유배 기간(1801~1818, 강진) 동안의 장기 관찰을 바탕으로 지어진 작품으로 추정된다. 즉, 정약용이 강진에서 매미를 관찰하고, 그 기억과 기록을 간직했다가 유배에서 풀려난 후 시로 완성한 것이다.
이제 우리는 정약용의 선음삼십절구를 두 가지 주제로 나누어 살펴볼 것이다. 첫 번째는 임성주의 질문과 연결된 매미 울음 소리의 발생 메커니즘에 대한 부분이고, 두 번째는 매미의 서식 환경 및 행동 양식 등 일반적인 생태에 대한 통찰이다. 이 중 매미 울음소리의 발생 및 집단 행태에 관한 절구는 제2수, 제6수, 제7수, 제12수이다. 아무래도 제목이 선음삼십절구인 것처럼, 이 시에서는 매미 울음소리에 대한 탐구가 가장 많다. 특히 매미의 발성 메커니즘과 집단 합창을 다룬 절구는 전체 30수 중에서 제2수, 제6수, 제7수, 제12수가 여기에 해당하는 핵심 절구들이다.
제2수 - 발성의 신비
이제 정약용의 시를 따라 매미의 비밀을 풀어보자. 가장 먼저 주목할 작품은 제2수이다. 이 시는 임성주가 풀지 못했던 질문에 대한 정약용의 직접적이고 과학적인 답변이다.
萬變玄機一法該(만변현기일법해) - 만 가지 변화의 오묘한 원리를 한 가지 법칙으로 규합한다
百蟲惟爾口聲來(백충유이구성래) - 백 가지 곤충 중 오직 네가 입으로 소리를 낸다
密封處處看何竅(밀봉처처간하규) - 빽빽이 봉해진 곳을 살펴보아 어떤 구멍이 있는가
混沌音中各淸裁(혼돈음중각청재) - 혼란한 소리 속에서 각기 맑은 곡조를 낸다
둘째 구절을 보면 "백 가지 곤충 중 오직 네가 입으로 소리를 낸다"고 했다. 이것은 역설적으로 들린다. 왜냐하면 매미 소리가 사실은 복부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약용이 굳이 "입으로 소리를 낸다"고 표현한 이유가 있다. 당시 사람들은 매미가 입으로 운다고 믿었던 것이다. 이것이 바로 임성주가 질문했던 "배로 소리를 낼까?"의 근원이다. 통념(입)과 실제(배) 사이의 괴리를 임성주가 감지했던 것이다.
정약용은 겉으로는 통념을 따르는 듯하지만, 바로 다음 구절에서 그 모순을 파고든다. "빽빽이 봉해진 곳을 살펴보아 어떤 구멍이 있는가(密封處處看何竅)" - 정약용은 매미 울음이 입이 아닌 복부에 숨겨진 기관에서 나온다는 현상에 주목했다. 여기서 '빽빽이 봉해진 곳'은 현대 곤충학의 복부 진동막, 즉 팀발(tymbal)을 가리키는 것으로 추정된다. 정약용은 이 팀발이라는 기관의 존재를 정확히 파악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현미경이 없던 시대에 그것이 어떤 구조인지 완벽하게 알 수는 없었다. 하지만 매미의 복부에 "어떤 구멍"이 있고, 그것이 소리를 만들어내는 핵심이라는 사실을 관찰을 통해 간파한 것이다.
또한 "혼란한 소리 속에서 각기 맑은 곡조를 낸다(混沌音中各淸裁)"는 구절은 같은 매미라도 종(種)마다 울음소리가 다르다는 사실을 묘사한다. 여름 숲에서 귀 기울이면 매미 울음이 모두 같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어떤 것은 높고 첨예하며, 어떤 것은 낮고 둔탁하다. 이 종별 음색 차이는 매미의 공명실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발생한다.
정약용은 어떻게 이것을 알았을까? 순수한 관찰과 기록, 그리고 비교의 정신이었다. 같은 울음을 여러 번 듣고, 다양한 울음을 비교하고, 그 패턴을 인식하는 과정을 통해 종별 차이를 포착했다.제2수는 매미 울음소리에 대한 당시의 통념을 비판하며, 매미 발성 기관의 위치와 종별 소리 차이라는 핵심 생태 정보를 시 속에 담아낸 정약용의 과학적 관찰의 정수이다.
제6수 - 시끄러운 합창의 법칙
만약 여름 숲에서 매미 울음을 듣다 보면 한 가지 신비한 현상을 목격할 수 있다. 한 마리 매미의 울음이 주변 매미들을 자극해 연쇄적으로 울음을 터뜨리게 하는 현상 말이다. 정약용은 이를 제6수에서 생생하게 포착했다.
東枝一唱流聲去(동지일창유성거) - 동쪽 가지에서 한 번 노래가 흐르자
西樹喧喧理頸來(서수훤훤이경래) - 서쪽 나무에서 시끄럽게 목을 가다듬는다
六律五音皆應답(육률오음개응답) - 육률과 오음이 모두 응답한다
滿林風起響徘徊(만림풍기향배회) - 숲 가득 바람이 일며 소리가 퍼진다
이 절구의 핵심은 "동쪽 가지에서 한 번 노래가 흐르자, 서쪽 나무에서 시끄럽게 목을 가다듬는다"는 묘사이다. 이는 한 마리 매미의 울음이 주변 매미들을 자극해 연쇄적으로 울음을 터뜨리게 하는, 일종의 소리 전염 현상을 생생하게 포착한 것이다.
현대 생태학에서는 이를 합창 효과(Chorus Effect) 또는 수컷들의 경쟁 울음(Rivalry Chorus)이라고 부른다. 참매미 수컷 한 마리가 울기 시작하면 주변 수컷들이 경쟁하듯 순차적으로 발성을 유도하여, 울음소리가 증폭되고 숲 전체에 퍼진다. 말매미의 경우 이러한 행위를 가장 명확하게 보여준다. 한 마리가 울기 시작하면 바로 주변의 동일 개체들이 일제히 따라서 울면서 합창이 이루어진다. "육률과 오음이 모두 응답한다(六律五音皆應답)" - 정약용은 이 집단 합창이 단순한 소음이 아니라 일정한 법칙(육률오음)을 따르는 질서 있는 행위임을 통찰했다.
왜 매미들은 이렇게 할까? 그것은 생존 전략이다. 소리를 증폭시켜 암컷을 더 잘 유인할 뿐만 아니라, 포식자들이 개별 매미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게 만들어 생존 확률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정약용은 이 경쟁적 연쇄 반응의 배후에 숨겨진 생존 전략을 포착하고 있었다. 그는 매미들이 "왜" 이렇게 하는지는 명확히 알지 못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떻게" 이렇게 하는지, 그리고 그것이 일정한 법칙을 따른다는 것은 정확하게 관찰했다.
제7수 - 소리를 만드는 생체 공학
제7수는 더욱 놀랍다. 여기서 정약용은 매미 발성 기관의 상세한 해부학적 구조를 시적인 비유로 묘사한다. 이는 정약용이 매미를 관찰한 깊이가 얼마나 대단한지를 보여주는 증거이다.
腰鼓雙鳴悲絲合(요고쌍명비사합) - 허리에 두른 북이 두 번 울리고 슬픈 실이 합해진다
怒竹分聲怨柱回(노죽분성원주회) - 분노한 대나무가 소리를 나누며 둥근 울림통에 되돌아 울린다
伬仜伵�雖難辨(척척척예수난변) - 여러 음이 섞여서 분간하기 어렵지만
要是三周有九成(약시삼주유구성) - 삼주(三周)에는 아홉 가지 완성된 곡이 있지
정약용은 매미의 울음소리를 만들어내는 네 가지 핵심 요소를 악기의 조화에 비유한다. 이 비유는 단순한 문학적 표현이 아니라, 물리 현상에 대한 매우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첫째, '허리에 두른 북(腰鼓)'은 좌우에 쌍으로 존재하는 진동막, 즉 팀발을 직관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북'이 두 번 울림(雙鳴)을 만든다는 것은 소리의 기본 파동을 형성한다는 뜻이다. 정약용이 관찰한 것은 매미의 복부 양쪽에 대칭으로 울림 기관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둘째, '슬픈 실(悲絲)'은 진동막을 빠르게 수축 및 이완시켜 울림을 만들어내는 발음근(근육)을 상징한다. 마치 현악기의 섬세한 현처럼, 근육의 움직임이 소리의 기본 모양을 결정짓는다. 이것은 현대 곤충학이 말하는 '복부의 발음근'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셋째, '분노한 대나무(怒竹)'는 진동막의 진동을 받아 소리를 증폭시키는 공명실, 즉 수컷매미의 텅빈 배속을 나타낸다. 이것은 가장 창의적인 비유이다. 왜 "분노한"이라고 표현했을까? 아마도 이 공명실이 외부로는 단단한 외골격이지만 내부는 비어있다는 것, 그리고 그 안에서 소리가 울려 퍼진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함일 것이다. 텅빈 배속에서 공명되어 매미 소리는 90데시벨에서 120데시벨에 이르는 큰소리로 바뀌게 된다.
넷째, '둥근 울림통(怨柱)'은 소리를 반향시켜 울림의 지속성을 강화하는 단단한 복부 외골격을 비유한다. 이 외골격에 소리가 부딪히며 '되돌아 울리는' 물리적 현상까지 묘사한 것이다. 정약용은 이 네 가지 기관의 조화로운 상호작용으로 작은 소리가 만들어지고 다시 큰 소리로 완성되고 있음을 포착했다. 이것은 현미경 없이 순수한 관찰만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다. 정약용은 어떻게 이것을 알았을까? 그것은 오직 장기간의 집중적 관찰과 그것을 체계적으로 기록하고 반복하며 검증하는 과정을 통해서만 가능했다.
"여러 음이 섞여 분간하기 어렵지만, 삼주에는 아홉 가지 완성된 곡이 있지(伬仜伵�雖難辨 要是三周有九成)" - 이는 매미 소리의 복잡성과 완결성을 의미한다. 발성 기관이 만들어내는 다층적인 주파수와 다양한 소리가 뒤섞여 듣기에는 소란스럽지만, 그 안에는 일정한 주기(삼주)를 가지는 규칙이 있다는 통찰이다. 이는 단순히 자연을 관찰하여 묘사하는 것을 넘어서서 그 속의 규칙과 질서를 찾아내려고 한 정약용의 과학적 노력을 보여준다. 그는 매미의 울음을 듣되, 그 울음 속의 패턴을 찾았다. 혼돈 속의 질서, 소음 속의 음악성을 포착한 것이다. 이것은 과학이 필요로 하는 가장 기본적인 능력이다.
제12수 - 만 마리 말이 달리는 여름의 합창
제2수와 제7수가 매미 발성 기관의 '내부 설계도'를 그렸다면, 제12수는 그 기관들이 모여 역동적인 소리의 전쟁을 펼치는 군집 행태를 포착한다.
一隻新腔發起頭 (일척신강발기두) - 한 마리가 새 곡조를 시작한다
傍邊又一忙追酬 (방변우일망추수) - 곁의 또 한 마리가 바쁘게 따라한다
競相趕逐無停息 (경상감축무정식) - 서로 경쟁하듯 쫓으며 쉬지 않는다
鈴鐸聲中萬馬驤 (영탁성중만마양) - 방울 소리 속에 만 마리 말이 달린다
"한 마리가 새 곡조를 시작한다" - 이것은 수컷 매미가 짝짓기나 영역 표시를 위해 고유한 소리를 내며 합창의 시작을 알리는 장면이다. 도시의 공원에서 말매미의 울음 행태를 관찰하면 이 시구절이 정확함을 확인할 수 있다. 한 마리가 울기 시작하면 바로 주변의 동일 개체들이 일제히 따라서 울면서 합창이 이루어진다. 첫 번째 우는 개체의 울음이 어떤 신호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곁의 또 한 마리가 바쁘게 따라한다(傍邊又一忙追酬)" - 여기서 '바쁘게(忙)'라는 표현이 정말 흥미롭다. 정약용은 매미들의 울음 경쟁에 일종의 절박함이 있다는 것을 포착했다. 이것은 단순한 울음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경쟁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서로 경쟁하듯 쫓으며 쉬지 않는다(競相趕逐無停息)" - 이 구절은 추가적으로 중요한 생태정보를 담고 있다. 매미들이 쉼 없이 소리를 내어 울음소리가 증폭되는 합창 효과는 개체간 경쟁적 행위임을 정약용은 간파했다. 통상 매미가 경쟁적으로 울게 되는 행태는 암컷을 유인하고 포식자의 집중을 분산시키는 행위로 알려져 있다. 정약용이 이 깊은 생태적 의미까지 완벽하게 이해했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 하지만 그것이 경쟁이라는 사실, 그리고 그것이 체계적이고 조직적이라는 사실은 명확히 인식했다.
마지막 구절은 이 합창의 웅장함을 극대화한다. "방울 소리 속에 만 마리 말이 달린다(鈴鐸聲中萬馬驤)" - 이 비유는 매미 울음의 음향 특성과 강도를 완벽하게 표현한다. '방울 소리(鈴鐸)'는 매미 진동막이 만드는 맑게 울리는 고주파 음색을 상징하는 반면, '만 마리 말의 질주(萬馬驤)'는 수많은 매미가 내는 소리가 합쳐져 90~120데시벨에 이르는 압도적이고 역동적인 울림으로 확산됨을 표현한 것이다. 이것은 단순한 시적 과장이 아니다. 정약용이 직접 경험한 여름 숲의 매미 울음이 정말 그렇게 크고 웅장했다는 의미이다. 그는 그 소리를 분석했고, 그것을 언어로 표현하려 했고, 시적 형식에 담아냈다.
제12수는 한 마리의 매미 소리에서 시작된 합창이 경쟁으로 강화되면서 웅장한 음향으로 확산되는 전 과정을 그린다. 물리 현상에 대한 이러한 정확한 이해는 어디에서 비롯되었을까? 오직 장기간의 현장 관찰에서만 가능하다.
선음, 즉 매미 울음 소리에 대한 연작시지만 이 시에는 매미 울음소리 말고도 다양한 매미 생태 정보를 담고 있다. 비록 조선의 선비들을 매혹시킨 것은 매미 울음 소리였을망정 어떤 생명체에 대해 호기심을 가진 학자라면 당연히 궁금해하고 파헤치고 싶은 매미의 생태적 특성은 아주 많다. 이번에는 <선음삼십절구>에서 매미 울음소리가 아니라 신기한 매미의 생태에 대해 다룬 절구들을 살펴본다
제3수 - 허물을 벗고 신선이 되는 날
정약용의 시선은 이제 매미의 일생 중 가장 신비로운 순간으로 향한다. 우화(羽化) 과정이다.
委蛻空空樹杪懸(위타공공수묘현) - 허물은 벗어 나무 끝에 대롱대롱 달아 두고
猶然鐵爪抱持堅(유연철조포지견) - 굳은 발톱으로 나무를 단단히 안고 있나니
方其羽化登仙日(방기우화등선일) - 이놈이 날아올라 신선이 되는 날에는
終古無人得覘天(종고무인득첨천) - 예부터 아무도 오르는 걸 엿본 자가 없다오
핵심은 첫 두 구절이다. "허물은 벗어 나무 끝에 대롱대롱 달아 두고 / 굳은 발톱으로 나무를 단단히 안고 있나니" - 정약용은 땅속에서 수년을 보내고 지상으로 올라온 매미유충이 탈피를 마친 후의 모습에 남다른 관심을 표현하고 있다. 매미의 유충은 몸을 감싸는 키틴질 외골격 때문에 몸을 키우기 위해서는 껍질을 벗는 탈피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매미 유충은 땅속에서 수년(짧게는 3~5년, 길게는 10년 이상)을 보내며 땅속에서도 여러 번의 탈피를 거쳐 몸집을 키운다. 유충의 크기는 성충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크다. 최종적으로 단 한 번의 탈피, 즉 우화만을 남겨둔 채 밤에 땅 위로 올라온다.
생명을 가지지 않은 허물에 불과함에도 불구하고, 정약용은 진짜 발톱모양과 똑같이 생긴 발톱의 껍질 부위가 여전히 나무를 꽉 잡고 있다고 표현했다. 이것은 이 우화가 남긴 결과를 허투루 보지 않았다는 의미다. 현대 생태학에 따르면, 매미 유충은 탈피 직후 몸이 완전히 굳을 때까지 매우 취약하다. 성충은 새로 나온 유연한 몸을 이 단단한 허물 곁에 매달려 있음으로써 안정을 취한다. 갈색의 껍질이지만 영락없는 한 마리 곤충처럼 보이는 선퇴(허물)와 신선개체(새로 나온 성충) 두 마리가 모여 있어 위압감을 형성하여 천적을 섯불리 공격할 수 없게 만들거나, 혹은 천적이 껍질을 공격하는 동안 신선개체가 몸을 피할 시간을 가지는 전략일 수 있다. 그래서인지 정약용이 '굳은 발톱'이라고 표현하여 매미의 생존본능을 돋보이게 하고 있다.
마지막 구절이 특히 아름답다. "이놈이 날아올라 신선이 되는 날에는 / 예부터 아무도 오르는 걸 엿본 자가 없다오(方其羽化登仙日 終古無人得覘天)" - 탈피를 통한 매미의 극적인 변태 과정을 '신선이 되어 하늘에 오른다'고 비유하며 그 신비로움을 극대화한다.
정약용은 소동파의 적벽부에 나오는 우화등선이라는 표현을 이미 알고 있었을 수도 있다. 고전적 비유를 차용한 것이다. 하지만 그의 관찰은 단순한 생태 기록을 넘어, 자연의 경이로운 변화를 시적으로 표현한 문학적 가치를 보여준다. 그는 허물을 벗는 매미의 모습을 본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신선이 된다"고 표현했다. 이것은 과학적 관찰과 문학적 감수성이 만난 순간이다.
제8수 - 봄잠에서 깨어나 무대에 서다
無心促軫奏淸商 (무심촉진주청상) - 마음 없이 거문고 줄을 재촉해 맑은 상음을 낸다
瑟瑟纚纚萬尺長 (색색사사만척장) - 길게 이어지는 소리 만 길이나 퍼지네
好像念奴承召至 (하양념노승소지) - 마치 녀노가 부름을 받고 무대에 오르듯
春眠未了強登場 (춘면미요강등장) - 봄잠이 덜 깬 채 억지로 무대에 나선다
제8수는 탈피를 마친 매미가 성충으로서 첫 활동을 시작하는 모습을 극적으로 포착한다. 이 시의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두 구절이다. '녀노(念奴)'는 당나라 때 명성이 높았던 뛰어난 여성 가수를 상징한다. 정약용은 매미의 맑고 길게 퍼지는 울음소리("맑은 상음을 낸다", "만 길이나 퍼지네")를 녀노의 아름다운 목소리에 빗대어 음악적 우수성을 강조한다. 이것은 단순한 아름다움의 표현이 아니다. 그것은 매미의 울음이 일종의 공연이며, 그 공연이 미학적 수준에 도달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매미는 땅속에서 유충기를 보내고 마지막 탈피로 성충이 되는데, 성충 기간은 종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며칠에서 몇 주에 불과하다. 현대 생태학적으로 매미는 탈피 후 새 외골격을 굳히는 짧은 시간(수 시간)이 지나면, 극도로 제한된 성충기 시간 안에 번식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즉시 활동을 시작해야 한다. "봄잠이 덜 깬 듯(春眠未了)" - 비틀거리는 듯한 움직임은, 수년간 땅속에서 지내다 지상으로 나온 매미의 절박한 상황을 시사한다. 매미는 수액을 섭취하여 울음 활동에 필요한 막대한 에너지를 보충하면서도, 오직 짝을 찾고 알을 낳는 데 모든 생애의 목표를 집중시킨다. 땅위에서 보내는 성충기가 짧은 만큼 녀석은 탈피를 하자 마자 생애 마지막 활동을 개시해야하는 절박함을 안고 있는 생명체인 것이다.
특히 "억지로 무대에 나선다(强登場)"는 표현이 깊다. 매미가 나태함 때문이 아니라 생존과 종족 보존이라는 가장 근원적인 본능 때문에 즉시 울음 활동에 뛰어드는 모습을 드라마틱하게 담아낸다. 정약용은 이 시를 통해 자연의 미물조차도 생존을 위해 얼마나 치열하게 사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나약해 보이지만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 생명의 본능, 그것은 정약용이 포착한 매미의 초상이다.
제10수 - 버들가지 위 여름 극장
近午西池水氣香 (근오서지수기향) - 점심 무렵 서쪽 연못엔 물기운이 향기롭다
藕花開遍送微凉 (우화개편송미량) - 연꽃이 만개해 서늘함을 전하네
垂楊不是君家物 (수양불시군가물) - 늘어진 버들은 그대의 것이 아니다
歲作玄緌演戲場 (세작현비연희장) - 해마다 검은 갓을 쓰고 연극 무대를 펼친다
제10수는 매미의 생태적 관찰 중에서도 특정 서식지를 선호하는 습성을 포착한다. "점심 무렵 서쪽 연못엔 물기운이 향기롭고 / 연꽃이 만개해 서늘함을 전하네" - 정약용은 매미가 활동하는 습하고 서늘한 환경을 배경으로 그린다. 시간대도 구체적이다. 점심 무렵(近午)이라는 표현은 하루 중 온도가 오르기 시작하는 시간을 가리킨다. 서쪽 연못, 연꽃, 물기운 - 이 모든 것이 선선한 환경을 만들어낸다. 정약용은 단순히 매미가 있는 곳을 묘사한 것이 아니라, 매미가 선호하는 환경의 특성을 정확히 포착했다.
이어 "늘어진 버들은 그대의 것이 아니다 / 해마다 검은 갓을 쓰고 연극 무대를 펼친다" - 정약용은 버드나무와 매미의 관계를 시적으로 풀어낸다. 당시 조선의 마을이나 연못가에는 버드나무가 흔했으며, 정약용은 매미가 유독 이 버드나무를 서식지로 삼는 모습을 자주 보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조선 후기 회화에서도 버드나무에 앉은 매미가 자주 등장하며, 이는 당시 일반적인 생태적 풍경이었다.
현대 서울 도심에서 개체수가 많은 말매미는 벚나무, 플라타너스 등을 선호한다. 하지만 플라타너스는 1950년대 이후, 벚나무는 일제강점기 이후 대량 식재된 점을 고려하면, 조선 시대에는 버드나무가 민가 인근에서 매미들에게 생존 조건을 제공하는 대표적인 자생 수종이었다. 당시 왕실이나 양반댁 정원에는 매화 등의 꽃나무가 주로 심어졌고, 백성들이 사는 민가 주변에서는 버드나무가 더욱 흔했을 것이다.
현대 생태학적으로도 매미는 늘어진 버들가지와 같은 활엽수를 서식지로 선호한다. 버드나무는 잎이 무성하여 포식자로부터 몸을 숨기기에 좋고, 매미가 주식으로 삼는 수액을 안정적으로 공급해주는 생존의 필수 요소이다. 정약용은 이러한 과학적 사실을 정확하게 관찰했던 것이다. 정약용은 매미가 이 버드나무를 잠시 빌려 "검은 갓을 쓰고 연극 무대(演戲場)"를 펼치는 존재로 묘사한다. 여기서 '검은 갓(玄緌)'은 매미의 검은색 머리와 외골격을 상징하며, 매미의 울음 활동이 단순한 소음이 아니라 생존과 번식을 위한 매년 반복되는 필사적인 공연임을 통찰한다.
"해마다(歲作)" - 이 표현은 중요하다. 매미의 울음은 매년 반복된다는 뜻이다. 이것은 매미가 계절적 주기를 가진다는 생태적 정보를 담고 있다. 정약용은 여러 해의 관찰을 통해 매미의 울음이 여름마다 반복된다는 패턴을 포착했다.
제15수 - 비바람 앞 조용한 숲
山木紛披葉葉翻 (산목분피엽엽반) - 산의 나뭇잎이 어지럽게 흩날린다
黑雲驅雨到郊原 (흑운구우도교원) - 검은 구름이 비를 몰고 들판에 다가온다
居高卻作漂搖想 (거고각작표요상) - 높은 곳에 있으니 흔들리는 생각이 든다
肅肅千林靜不喧 (숙숙천림정불훤) - 천 그루 숲이 조용히 가라앉는다
제15수는 매미의 생태적 관찰 중 발성 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환경적 조건을 다룬다. 더 정확히는, 그 조건이 무너질 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보여준다. "산의 나뭇잎이 어지럽게 흩날리고 / 검은 구름이 비를 몰고 들판에 다가오며" - 비바람이 임박했음을 알린다. 그리고 "천 그루 숲이 조용히 가라앉는다(肅肅千林靜不喧)"는 숙숙천림의 정적을 통해, 매미 울음이 갑작스럽게 멈추는 현상을 극적으로 포착한다.
정약용이 강진에서 관찰했을 이 현상은 매미의 생존 전략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매미 수컷의 울음은 짝을 찾는 구애 신호이며, 이 발성 활동은 특정 기상 조건이 충족될 때만 이루어지는 고도의 에너지 소모 행위이다. 왜 매미는 비가 오면 울지 않을까? 그것은 여러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온도다. 매미는 스스로 체온을 조절하지 못하는 변온동물이다. 발성을 담당하는 근육은 종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25°C 이상의 높은 온도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작동한다. 비를 몰고 오는 검은 구름은 일조량을 감소시켜 대기 온도를 떨어뜨리고 매미의 체온을 하강시킨다. 온도가 최적 범위 아래로 떨어지면 근육의 수축 속도와 힘이 현저히 약해져, 울음 신호를 만드는 고속 진동을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근육의 성능 저하가 발성 활동의 둔화나 중지로 이어진다.
두 번째는 음향 마스킹 효과다. 매미 수컷의 울음은 수많은 빗소리 속에서 암컷에게 도달하기 어렵다. 빗소리는 매미의 울음 주파수 대역을 상당 부분 가려버리는 '마스킹 효과(Masking Effect)'를 유발하여 신호 전달 효율을 급격히 떨어뜨린다. 이처럼 신호 전달이 어렵고 불확실한 환경에서는 무의미하게 에너지를 소모하며 울 필요가 없다.
세 번째는 에너지 절약이다. 매미의 에너지 자원은 한정되어 있다. 최대 2-3주 정도의 성충기 동안 번식을 완수해야 한다. 비오는 날에 무의미하게 울음으로 에너지를 소모하는 것은 생존 전략상 비효율적이다. 생애기간동안 줄기차게 울어야 한다면 아무래도 생명체는 생애기간에 대한 안배를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어찌보면 감정을 가진 인간이야 말로 이런 전략이 일반적이지 않을지 모르지만 본능이 발달한 생명체들에게 이런 전략은 당연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매미의 울음 중단은 온도 저하로 인한 생리적 한계와 빗소리로 인한 통신 효율 저하, 그리고 에너지 절약과 포식자 위험 회피 등 다양한 생존 전략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정약용은 매미의 울음이 멎는 것을 단순한 자연 현상으로 보지 않았다. 그는 그것이 비바람을 피해 생존 본능에 따라 울음을 멈추고 정숙(肅肅) 상태로 접어드는 매미의 필사적인 생태적 반응임을 통찰했다. "천 그루 숲이 조용히 가라앉는다"는 표현은 매미가 단순히 울지 않는 것이 아니라, 주변의 모든 음성까지 죽음으로써 위기에 대응하는 모습을 포착한 것이다.
제16수 - 포식자를 피해 가지를 옮기다
淺坐偏逢野鵲窺 (천좌편봉야작규) - 얕은 자리에 앉아 있으면 들까치가 곁눈질한다
風翎時復有遷移 (풍령시복유천이) - 바람에 깃털이 흔들리며 자주 옮겨 다닌다
古人佳句君知否 (고인가구군지부) - 옛 사람의 좋은 시구를 그대는 아는가
蟬曳殞聲過別枝 (선예운성과별지) - 매미는 죽은 소리를 끌며 다른 가지로 옮겨 간다
제16수는 매미의 생태적 관찰 중에서도 포식자의 위협과 이에 대응하는 매미의 은신 및 이동 습성을 다룬다. "얕은 자리에 앉아 있으면 들까치가 곁눈질하고 / 바람에 깃털이 흔들리며 자주 옮겨 다닌다" - 정약용은 매미의 불안한 서식 환경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들까치(野鵲)는 매미의 주요 포식자임을 암시한다. 정약용이 살았던 조선 시대에는 까치와 같은 조류가 깊은 산중이 아니라 민가 주변이나 마을에 흔히 발견되었을 것이다. 따라서 당시 사람들이 발견할 수 있는 가장 흔한 매미의 포식자 중 하나가 바로 까치였을 가능성이 높으며, 정약용은 이 들까치가 매미를 노리거나 괴롭히는 장면을 목격하고 이를 시에 담았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 생태학적 관찰에 따르면, 매미의 포식자는 매우 다양하다. 조류로는 참새, 까치, 직박구리, 오목눈이 등이 성충 매미의 가장 큰 천적군이다. 특히 울음소리는 새들에게 매미의 위치를 알려주는 '사냥 신호'가 된다. 곤충류 중에서는 말벌이 가장 위협적이며, 말벌은 강력한 독침으로 매미를 마비시킨 후 유충의 먹이로 사용하기 위해 운반한다. 사마귀나 거미류도 매미를 공격하며, 땅속의 개미들은 주로 우화 중이거나 부상당한 매미를 노린다. 도마뱀이나 개구리도 접근이 용이한 매미를 사냥한다.
제16수의 백미는 마지막 두 구절이다. "매미는 죽은 소리를 끌며 다른 가지로 옮겨 간다(蟬曳殞聲過別枝)" - '죽은 소리(殞聲)'는 매미가 포식자의 위협을 느끼고 울음을 멈춘 채 가지 사이를 불안하게 이동하는 모습을 극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울음은 매미의 생존(번식)에 필수적이지만, 동시에 포식자에게 위치를 노출시키는 위험을 동반한다. 따라서 위협을 느끼는 순간 울음을 멈추고(죽은 소리) 재빨리 은신처를 옮기는 것은 매미의 가장 중요한 포식자 회피 전략이다. 인기척을 감지하면 재빨리 날아가버리는 참매미를 여러번 본적이 있는데 생존을 위한 단순한 회피이기도 하지만 따지고 보면 더 깊은 속내가 있는 것이다. 인기척이 있는 상태에서 구애를 위한 울음을 마음껏 내지를 수 없는게 당연해 보인다.
이것은 매미가 얼마나 치밀한 생존 전략을 갖추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울음과 침묵 사이의 순간적인 판단, 그것이 생과 사를 결정한다. 정약용은 이 드라마틱한 상황을 포착했다. 결국 정약용의 시는 매미에게 울음(번식)과 침묵(생존)이 종이 한 장 차이이며, 모든 생명 활동이 포식자의 위협이라는 강력한 환경적 제약 아래에서 이루어짐을 탁월하게 보여준다. 이것은 단순한 생태 정보가 아니라, 생명의 본질에 대한 철학적 통찰이다.
제17수 – 아이들의 동심이 위협이 되는 순간
鈍根猶未脫塵埃 (돈근유미탈진애) - 둔한 뿌리는 아직 흙먼지를 벗지 못한다
橫被兒童捕捉來 (횡피아동포착래) - 아이들에게 잡혀 이리저리 내던져진다
不過悲鳴纔一轉 (불과비명재일전) - 슬픈 울음 한 번 내고 나면
中聲那肯向君開 (중성나간향군개) - 기꺼이 그대에게 속마음을 열지 않는다
제17수는 매미의 생애 중 가장 취약한 단계를 포착하며, 생명의 덧없음과 안타까움을 그려낸다. 이 시에는 정약용의 윤리적 감수성이 매우 진솔하게 드러난다. "둔한 뿌리는 아직 흙먼지를 벗지 못한다(鈍根猶未脫塵埃)" - '둔근(鈍根)'은 매미 유충을 가리킨다. 여름날 초저녁 공원 등지에서 흔히 볼 수 있듯, 유충들은 땅속을 파고 올라오느라 온통 흙이 잔뜩 묻은 상태다. 정약용은 흙투성이인 유충의 느리고 둔한 모습을, 마치 땅속의 나무뿌리가 흙을 벗지 못한 채 기어 다니는 것처럼 세밀하게 관찰하고 표현했다. '뿌리'라는 표현은 또한 매미 유충이 아직 완전하지 못한 불완전한 존재라는 의미도 담고 있다. 나무가 뿌리로 땅에 박혀 있듯이, 이 유충은 아직도 흙의 세계에 속해 있다는 뜻이다.
"아이들에게 잡혀 이리저리 내던져진다(橫被兒童捕捉來)" - 이 구절은 비극적이다. 이 유충은 평생의 숙원인 성충이 되기 직전, 철없는 아이들의 동심에 의해 장난감처럼 다뤄진다. 그러다가 운나쁘게도 생명을 잃기도 한다. 현대 생태학적으로 볼 때, 매미 유충은 우화할 장소를 찾을 때 몸이 둔하고 시력도 거의 없어 매우 느릴 수밖에 없다. 이 시기는 극도로 취약하여, 만약 비를 맞거나 기상이 악화되면 쉽게 탈진에 빠진다. 탈진한 유충의 몸은 곧 개미 떼에게 해체되어 개미 굴로 운반되는 신세가 된다. 그런데 여기 아이들이 나타난다. 자연을 모르는 아이들의 손에 의해 유충의 목숨이 위험해진다. 또는 실제로 끝난다. 땅속에서 오직 성충이 되기를 꿈꾸며 수년을 기다려온 이 생명이, 아이의 손장난으로 끝나버린다.
정약용은 이것을 묘사하면서 매우 조심스러웠다. 그는 아이들을 책망하지 않는다. 대신 그 상황의 비극성을 부각한다. 생애의 가장 결정적이고 취약한 시기에 의도치 않은 폭력에 의해 꿈이 좌절되는 모습을 그린다. 이것은 성인만이 할 수 있는 관찰이다. 세상의 이치를 배우고 익힌 성숙한 인물은 자연의 미물이라 할지라도 그 생명에 대해 측은지심을 가지게 된다. 반면, 아직 배움이 충분하지 않은 아이들은 곤충을 한갓 장난감 정도로 생각하게 된다. 이는 인간 사회가 자연과 단절된 지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결국 아이들에게 잡힌 유충은 "슬픈 울음 한 번 내고 나면 / 기꺼이 그대에게 속마음을 열지 않는다(不過悲鳴纔一轉 中聲那肯向君開)"는 결론을 맞는다.
매미 유충은 발성 기관이 없으므로 울음을 낼 수 없지만, 유충의 크기가 날개만 없을 뿐 성충과 유사했기에 정약용은 이 유충도 소리를 낼 수 있다고 추정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 시에서 '슬픈 울음(悲鳴)'은 잡힌 유충이 낼 수 있는 고통의 소리이자, 문학적으로 비애를 극대화한 비유다. 정약용은 유충의 운명을 통해 오랜 기다림 끝에 찾아온 성장의 결정적인 기회가 순수한 동심이라는 의도치 않은 폭력에 의해 좌절되는 모습을 묘사한다. 이는 생명의 근원적인 취약성과 박탈당한 운명에 대한 깊은 연민을 시에 담아낸다. 정약용의 눈에는 이 작은 생명의 죽음이 우주적 비극으로 보였을 것이다.
제27수 - 흘러가는 세월, 짧은 여름의 울음
一片年光似水流 (일편년광사수류) - 한 조각 세월이 물처럼 흘러간다
生來未許識春秋 (생래미허식춘추) - 태어나 봄과 가을을 알지 못했네
縱然聲滿今天地 (종연성만금천지) - 비록 그 소리가 온 세상에 가득해도
只是形骸不久留 (지시장해부구류) - 이 몸은 오래 머물지 못하리
제27수는 매미의 생애 주기에 대한 정약용의 통찰을 집대성한 작품이다. 매미는 종에 따라 짧게는 수년에서 길게는 십수 년 동안 땅속에서 유충으로 지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긴 인고의 기간을 보내는 매미의 생태적 특성을 정약용이 이미 이해하고 있었으며, 이 시의 핵심은 성충의 짧은 지상 활동 기간과 그 극적인 생태적 행위의 대비를 포착하는 데 있다. 이는 단순한 문학적 감상이 아닌, 구체적인 생태 정보를 담고 있는 관찰 보고서의 역할을 한다.
첫 구절인 "한 조각 세월이 물처럼 흘러간다(年光似水流)"와 마지막 구절 "이 몸은 오래 머물지 못하리(形骸不久留)"는 매미의 수명에 대한 그의 명확한 인식을 보여준다. 땅속의 기나긴 인고의 시간에 비하면, 성충이 되어 태양 아래에서 활동하는 기간은 그야말로 '물처럼 빠르게 흘러가는 한 조각 세월'에 불과하며, 육체(形骸)는 오래 머물지 못한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이러한 짧은 수명에 대한 인식이 다음 구절에서 더욱 구체적인 생태 지식으로 이어진다. "태어나 봄과 가을을 알지 못했네(生來未許識春秋)". 이 구절은 성충 매미의 활동 기간이 오직 여름 한 철에 국한됨을 명확히 보여주는 결정적인 증거이다. 매미는 여름에 우화하여 성충이 되며, 가을이 오기 전에 번식을 마치고 생을 마감한다. 춘추시대부터 매미를 다룬 동아시아의 문학 전통에서, 이처럼 매미의 계절적 수명 한계를 명확히 지적한 기록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는 정약용이 매미의 발생 주기를 수년 간 관찰하고 그 시간을 유추해낸 실증적 통찰의 결과다.
다만, 이 시에는 매미가 정확히 혹은 대략 며칠을 산다는 구체적인 관찰 결과는 제시되지 않았다. 정약용이 특정 개체를 2~4주 동안 지속적으로 추적 관찰하는 현대적인 연구 방법을 사용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는 매미의 생명이 '봄과 가을을 알지 못할 정도로' 짧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실제 성충 매미의 수명이 2주에서 4주 정도라는 것을 정확히는 몰랐을 가능성이 높다. 당시 지식의 한계 속에서 정약용은 적어도 여름철 2~3개월 동안 여러 세대의 매미가 연달아 우화하고 사라지는 모습을 관찰하여 이를 '짧은 여름 한철'이라는 시적 통찰로 응축했을 것이다.
마지막 두 구절인 "비록 그 소리가 온 세상에 가득해도 / 이 몸은 오래 머물지 못하리(縱然聲滿今天地 只是形骸不久留)"에서는 매미 생애의 모순과 비극성이 극적으로 대비된다. 짧은 지상 수명(形骸不久留) 때문에, 매미는 모든 생명력을 울음(聲)을 통해 번식이라는 목적 달성에 집중시킨다. "온 세상에 가득한 소리(聲滿今天地)"는 매미 울음의 압도적인 강도를 나타내며, 이는 짧은 시간 동안 자신의 존재를 최대한으로 표출하려는 생태적 전략을 시적으로 구현한 것이다.
정약용은 이 시를 통해 매미의 생애 주기에 대한 정확한 지식을 전달함과 동시에, 그 짧은 삶 속에서 자신의 존재 가치를 극대화하는 생명력에 대한 깊은 명상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현미경이 없이 오직 눈과 귀로 이 복잡한 생태학적 진실을 포착했던 것이다.
『선음삼십절구(蟬吟三十絶句)』는 정약용이 매미의 울음을 주제로 지은 칠언절구 연작시다. 이 연작시는 『여우당전서』 중 시문집의 '송파수작' 권에 실려 있으며, 단순한 문학적 감상을 넘어 조선 후기 지식인이 도달할 수 있었던 가장 심도 깊은 생태학적 통찰을 보여주는 귀중한 기록물이다.
가장 놀라운 점은 정약용이 매미라는 단일 소재와 그 울음소리만으로 30수의 연작시를 구성할 만큼 매미에 대한 깊은 생태적 전문성을 갖추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조선 시대의 시는 대체로 자연을 인간의 정서나 도덕적 가치를 비추는 거울로 삼는 관념적, 감상적 경향이 주류를 이루었다. 매미도 그렇게 다뤄졌다. 청렴의 상징, 무상한 인생의 비유, 선비의 고결함을 드러내는 소재로 사용되었다. 그러나 정약용의 시 구절들은 이러한 주류 문학에서 발견하기 힘든 치열한 현장 관찰 내용이 분명하다. 이는 『선음삼십절구』를 조선 문학사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놓이게 한다.
그는 30수에 걸쳐 다음과 같은 매미의 생태를 담아냈다. 매미 울음의 발생 메커니즘(제2수, 제7수), 집단 합창의 동역학(제6수, 제12수), 우화 과정의 신비(제3수), 성충의 생리적 상태와 활동(제8수), 서식지 선호(제10수), 환경적 제약 요인(제15수), 포식자 회피 전략(제16수), 유충의 취약성(제17수), 생애 주기의 비대칭성(제27수) 등이다. 이것들은 각각 독립적인 생태 정보이면서도 동시에 하나의 통합된 생태학적 체계를 구성한다.
정약용은 하드한 산문 보고서가 아닌, 운율을 맞추고 형식적 제약이 있는 칠언절구라는 구조 내에 이러한 핵심 생태 정보를 치밀하게 담아냈다. 운율과 대구를 맞추는 동시에, 그 안에서 매미 소리의 기원과 환경적 요인을 세밀하게 해부해낸 것이다. 이는 시적 감각과 과학적 탐구 정신이 완벽하게 조화된 결과였다.
대부분의 과학자는 예술가가 아니고, 대부분의 예술가는 과학자가 아니다. 하지만 정약용은 둘 다였다. 그는 데이터를 아름답게 표현했고, 아름다움 속에 정확한 정보를 숨겨냈다. 칠언율시의 엄격한 규칙 속에서 이것을 해내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공을 들여야 했을까? 정약용은 시 하나를 지으면서 매미의 울음을 여러 번 들었을 것이다. 같은 시 한 구절을 여러 번 고쳐 썼을 것이다. 운율을 맞추면서 의미도 지키고, 정확성도 잃지 않으려 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선음삼십절구』는 "매미는 왜 배로 소리를 낼까?"라는 임성주의 질문에 정약용이 시로 남긴 거대한 답변이다. 임성주는 질문만 던졌다. 하지만 정약용은 그 질문을 거대한 탐구의 시작점으로 삼아, 18년의 유배기를 걸쳐 매미를 관찰했다. 그리고 해금 이후, 그 관찰을 결정화시켜 30수의 시로 완성했다. 이것은 단순한 문학작품이 아니다. 이것은 생태학적 전문성이 운율의 구조 속에서 빛을 발한 귀중한 기록물이며, 조선 지식인이 남긴 가장 선구적이고 전문적인 생태 지식 기록이다. 2백 년이 지난 오늘날, 우리는 정약용의 『선음삼십절구』를 읽으면서 다음을 깨닫는다. 과학적 정확성과 문학적 아름다움은 서로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가장 정확한 관찰이 가장 아름다운 표현을 만든다는 것이다.
정약용이 임성주의 질문에 운문으로 답하였으나, 운문이라는 형식의 한계상 그는 매미의 생태에 대해 자세히 기술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임성주의 질문에 산문으로 답한 다른 후학이 있었다. 바로 매미 오덕을 정리하면서 지금도 수많은 글들에서 인용되는 인물 이규경이다. 이규경은 자신의 호기심을 방대하게 정리한 백과사전 <오주연문장전산고>에서 매미 오덕 외에도 조선 문헌 어디에서도 찾기 힘들 정도로 깊이가 있는 매미의 생태에 대한 지식을 정리해 놓았다. 다음 편에서 이 글을 다룰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