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매미를 찾아서1
한여름, 서울 반포의 뜨거운 아스팔트 위를 뚫고 울려 퍼지는 매미의 합창. 그 귀를 찌르는 소리는 지난 20년 넘게 나를 사로잡았다. 2002년 여름, 매미의 생태를 기록하고 싶다는 개인적인 호기심에서 시작된 다큐멘터리 제작은 도심 매미의 삶을 쫓는 논픽션 관찰일기로 이어졌다. 2002년 첫 번째 다큐멘터리 에디션 ‘한 여름의 기록, 반포매미’(30분)가 완성되어 그해 SBS VJ영상대전 출품하여 우수상 받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2004년 생태동화 『매미, 여름 내내 무슨 일이 있었을까』(저작 박성호, 사계절출판사)로 꽃피워 12쇄까지 . 이후에도 탄생과 죽음에 이르는 매미의 생활사를 기록하기 위해 다큐멘터리 촬영은 지속되었고 이렇게 총 9년간 기록된 영상은 2011년 마침내 독립다큐멘터리 『매미, 여름 내내 무슨 일이 있었을까(98분)』로 완성되어 IPTV, 케이블TV, PC, 모바일 OTT를 통해 세상에 공개되었다. 그동안 여러 미디어를 통해 서비스되다가 현재는 유튜버를 통해서만 서비스 되고 있지만 그동안 매미의 생태에 대한 지식을 여러 사람들과 공유하려는 노력은 블로그나 기고를 통해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시도를 준비하게 되었다.
본격적인 탐구에 앞서, 조선시대 이 시끄러운 여름 손님을 지칭하던 명칭에 대한 역사적·언어학적 고찰이 필요하다. 문헌에 따르면, 이 곤충은 주로 한자로 ‘선(蟬)’ 또는 ‘조(蜩)’로 기록되었다. 15세기 후반 편찬된 한자 원문에 한글 언해를 곁들인 언해본 의서 『구급간이방』은 조선 중기 매미의 명칭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이 문헌에는 한자 ‘蟬’과 함께 한글로 ‘마ᆡ〮야마ᆡ〮’라는 단어가 등장하며, 이는 ‘매미의’라는 뜻으로 소유나 속성을 나타내는 접미사 ‘의’가 붙은 형태다. 중세 한국어에서 원래 매미는 ‘마ᆡ〮야미’로 불린 것으로 보이며, 이는 울음소리 ‘마ᆡ〮얌’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아래아의 소실과 단모음화, /j/의 탈락 과정을 거치며 ‘매미’로 변모했다. 음운학적 분석에 따르면, ‘마ᆡ〮얌’은 매미 울음소리의 원형 의성어로, 현대의 ‘맴’으로 요약된다. 이 울음소리 리듬은 참매미(Graptopsaltria nigrofuscata)의 단속적 소리와 부합한다.
참매미는 7~9월에 활동하며, "맴맴맴맴" 형태의 단음을 같은 리듬으로 반복하다가 마지막에 괴성을 지르다가 마무리한다. 반면, 애매미(Meimuna opalifera)는 "스삐오스 스삐오스 치르르르"과 같이 아주 복잡한 리듬으로 울음소리를 만들어 내고, 말매미(Hyalessa maculaticollis)는 "차르르르르르"와 같은 연속적인 날카로운 소리, 그리고 쓰름매미(Cryptotympana atrata)는 "쓰르람 쓰르람"과 같은 금속성의 소리를 연속적으로 내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맴맴맴'이 조선시대 매미의 대표적인 울음소리로 인식되었다면, 이는 참매미가 당시 우세종으로 자리 잡았음을 시사한다. 생태학적으로 평가하자면 참매미가 다른 종보다 더 널리 분포했거나, 사람들에게 더 두드러진 인상을 남겼을 가능성이 높다.
문헌으로 생태를 복원하다: 역사생태학과 문화생태학의 여정
이 기사는 조선의 여름을 채웠던 매미의 실체를 추적하는 역사생태학적, 문화생태학적 모험이다. 단순히 곤충의 생태를 밝히는 데 그치지 않고, 조선시대 사람들이 매미를 어떻게 이해하고, 이 작은 생명체를 자신들의 세계관과 일상에 어떻게 녹여냈는지를 탐구한다. 당시에는 현대적인 생물학이나 생태학이라는 학문이 없었지만, 선조들은 뛰어난 관찰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자연을 읽고 기록했다. 정약용의 『자산어보』가 물고기의 생김새와 습성을 치밀하게 기록했듯, 조선의 지식인들은 매미에 대해서도 심층적인 관찰과 해석을 남겼다. 이는 단순한 과거의 사실을 넘어, 한 시대의 자연 인식과 생존 양식을 해독하는 단서가 된다.
조선의 매미를 복원하려면 과학적 표본이나 DNA가 아닌, 상상과 문헌, 그리고 그 틈을 메우는 해석이 필요하다. 『자산어보』나 파브르의 곤충기 같은 체계적 기록이 없기에, 우리는 옛 사람들이 남긴 말과 글, 그림을 단서로 당시 생태를 거꾸로 그려내야 한다. 이 작업은 단순한 과거 상상이 아니다. 옛 문헌과 그림을 통해 과거 생물의 분포와 생태를 복원하는 것은 오늘날 역사생태학(Historical Ecology)이라는 학문으로 정당성을 인정받는다. 역사생태학은 고문헌, 회화, 지도 같은 역사적 자료를 통해 최근 수백 년간의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풀어낸다.
역사생태학과 미술을 통한 생태적 통찰
최근 연구들은 고문헌, 고서화, 사찰 기록, 약초서, 시가집 등 비과학적 자료에서도 생태적 신호를 찾아낼 수 있음을 보여준다. 국내에서는 김동진 박사가 2017년 『조선생태환경사』를 통해 역사생태학적 관점에서 조선 시대의 생태적 변동을 분석한 바 있다. 이 책은 사냥, 개간, 물관리(방조제, 배수로)로 인해 발생한 호랑이 감소, 삼림 파괴, 농경지 변화 등을 주요 주제로 다룬다. 연구는 『신증여지승람』, 『세종실록지리지』와 같은 고문헌을 바탕으로 하며, 경기도 천방 개간, 한강 유역 치수 사업과 같은 구체적 사례를 통해 인간과 자연의 상호작용을 탐구한다.
그림을 활용한 분석 사례로는 중국 송대 화조도가 있다. 이 그림에서 새의 부리와 깃털 무늬를 분석하여 당시 화북 지방의 조류 분포를 복원한 연구가 대표적이다. 한국에서도 서윤정의 논문(2024)이 있다. 이 논문은 <대우치수도>와 <준천계첩>을 분석하며 조선 후기 치수 사업에서 버드나무가 생태적으로 어떤 역할을 했는지 밝힌다. 이러한 연구들은 조선 미술이 단순한 예술 작품을 넘어 생태적 관계를 반영하는 자료임을 증명한다. 현재 민속생태학과 문화생태학으로 확장되고 있는 이 분야는 고문헌과 생물학을 결합한 다학제적 접근을 통해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한다. 과거와 자연의 상호작용을 이해하는 데 있어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학문으로 자리 잡고 있다.
문헌 기록은 과학적 관찰과 달리 편향되거나 과장될 수 있지만, 사람들이 매미를 어떤 맥락에서 언급했는지, 어떤 특징을 강조했는지를 면밀히 추적하면 생태적 실마리가 드러난다. 매미를 '허물을 벗는' 변화의 상징으로 보았든, '울음소리'를 여름의 시계로 삼았든, 그 표현은 실제 생태적 체험에서 비롯된 언어였다. 조선의 선비들은 매미의 허물을 보며 삶의 성찰을 떠올렸고, 그 울음소리를 계절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자연의 신호로 여겼다.
조선 매미의 다층적 복원
앞으로 소개할 조선 매미에 대한 역사 생태학적 탐구 결과를 간단하게 나마 미리 소개하자면 이규경의 『오주연문장전산고』는 매미의 '오덕'으로 삶의 덕목을 비유하고, 정약용의 『선음삼십절구』는 매미의 울음소리를 계절과 철학적으로 노래하며, 박지원과 유한준이 사용한 '고선포목(枯蟬抱木)'이라는 표현은 매미를 빈곤한 삶의 상징으로 묘사해 조선 선비들의 다채로운 인식을 보여준다. 이번 연구는 조선시대의 방대한 문헌과 회화를 샅샅이 뒤져 매미에 대한 당시 사람들의 깊은 생태 지식과 놀라운 실용적 활용법을 복원했다. 이규경의 『오주연문장전산고』를 보면 그는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며 매미의 우화 과정을 생생히 묘사하고, 허물을 벗는 모습과 날개 아래 소리 기관을 기록하며 감탄했다. 그는 아이들이 매미와 여치를 잡아 구워 먹고, 호남 지역에서는 매미를 일상적으로 섭취하며, 기생들이 매미를 구워 먹으면 목소리가 맑아져 노래를 잘한다는 흥미로운 풍습까지 전한다. 이는 당시 생태 지식이 단순한 중국 문헌 인용을 넘어섰음을 보여준다. 임성주는 『녹문집』에 매미 울음소리의 원리를 언급하고 있어 당시 학자들의 생태 지식 수준을 가늠하게 해주고 있다.
약재로서의 매미 활용도 풍부한 기록으로 확인된다. 주요 의학서들은 매미와 그 허물(선퇴)이 신경 안정과 피부 발진 치료에 쓰였다고 기록하며, 특히 매미의 순우리말 표기 '야미(매미)'를 발견한 것도 큰 성과다. 이처럼 매미는 단순한 곤충이 아니라, 조선인의 일상과 예술, 의학에 스며든 존재였다.
회화에서도 매미의 흔적은 생생하다. 신사임당의 초충도에는 매미가 대나무 잎이나 식물 위에 앉아 섬세한 날개를 펼친 모습이 생생히 그려진다. 홍료추선과 송림한선, 월봉 김인관과 심사정의 화조도에는 매미가 나뭇가지에 조용히 앉아 여름의 정취를 더한다. 이 그림들은 당시 매미의 종과 서식지를 짐작하게 하는 귀중한 단서로, 역사생태학 연구에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오늘날 도심에서 매미 소리를 들으며 느끼는 여름의 정취는 조선시대 사람들과 얼마나 다를까? 그들의 기록과 그림 속에는 여전히 여름이 살아 숨 쉰다. 이 기사는 조선 매미 이야기의 서막에 불과하다. 이어지는 연속 기사에서는 조선시대 사람들이 매미를 변화의 상징과 여름의 신호로 바라본 철학적 인식과 이규경과 같은 학자들의 생태 관찰이 보여주는 놀라운 지식 수준을 조명하고, 매미를 음식으로 먹거나 약재로 사용한 조선의 생활상을 복원하며, 신사임당, 겸재 정선, 현재 심사정, 월봉 김인관 등이 그린 문인화에 나타난 매미의 생김새를 분석해 당시 서식했던 매미 종을 추정하는 역사생태학적 여정을 펼칠 것이다. 조선매미에 대한 탐구 결과는 필자의 유튜브 채널 '드가의 다큐멘터리 이야기'에서 조선의 여름과 매미의 노래가 어떻게 우리에게 말을 걸어오는지, 그 이야기를 함께 따라가 보자.
<참고문헌>
김동진. (2017). 『조선의 생태환경사』. 푸른역사.
조현제 외. (2016). 『해제로 보는 조선시대 생물자원 1』. 국립생물자원관.
서윤정. (2024) "생태환경의 시각에서 본 조선 시대의 미술: 〈大禹治水圖〉와 《濬川 帖》을 중심으로." 『대동문화연구』 127, 111-144.
Wang, Y. (2008). Avian fauna and habitat reconstruction from Song Dynasty bird-and-flower paintings. Journal of Chinese Art History, 32, 74–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