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병 뿌시기_김치만두

1차 항암_관해

by 내손내밥

엄마,

퇴원하면 제일 먹고 싶은 건

엄마가 만들어 준 김치 만두야.


시아는 백혈병 1차 항암치료가 중반에 들어섰을 때부터 <김치 만두를 먹고 싶어>라는 문자를 하루 열 번 씩은 보냈다.


의아하군.

시아는 해마다 외할머니네 가서 만두를 얻어먹었다. 내가 직접 만두를 만든 건 시아가 어릴 적 몇 번 뿐이었는데. 초등학생 즈음이었나?


시아야, 혹시 기억의 왜곡 아니니?

넌 내 만두를 먹었던 적이 거의 없는데...

우리는 해마다 외할머니 만두를 먹었어. 엄마 만두 장사 접은 지 오래야.


아니야, 확실히 기억해.

내가 먹고 싶은 건 바로 엄마 만두라고.


그 옛날에 만든 엄마 만두?


응 내가 어릴 때 엄마가 만든 만두!

난 그때부터 만두가 정말 맛있는 음식이라고 생각했거든.


'잉… 그랬구나.

네가 먹고 싶다는데

(인육만 아니라면) 뭘 못하겠니.'


백혈병.

어릴 적 소설이나 영화에서 들어 본 무시무시한 병명이다.

그 병명을 내 딸과 함께 듣게 될 줄이야.

내 딸이 그 주인공이 될 줄이야.


시아는 내년 2월이면 만으로 스물.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울 나이다.

우리는 올겨울에 가족여행으로 유럽 여행을 가려고 했었고

일본으로 눈을 보러 가려 했었다.


나는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떨리는 손으로 급성 백혈병을 검색했다.


검색하면 할수록...

심장은 조여오고 속은 타들어갔다.

더 이상의 검색은 멈췄다.


아니겠지.

아닐 거야.

백혈병 아닌데...

더 알아볼 필요도 없어.


백혈병의 1차 항암 치료(관해)는 이렇다.

몸 안에 고강도 항암 약을 넣는다. 백혈병 세포는 비정상적으로 빨리 분열한다. 항암제는 빨리 자라는 세포들을 모두 공격한다.

문제는 암세포만 골라 죽이지 못하고 정상적으로 빨리 자라는 세포들까지도 함께 손상시킨다는 거다. 그 결과 백혈구와 더불어 면역력은 바닥을 친다.

특히 세균을 막아주는 중요한 백혈구인 호중구 수치는 ‘제로’가 되어버린다.


나쁜 놈들만 없앨 수 없어서 일단 모두를 죽이고 다시 시작하는 방식이니, 항암 환자들은 죽음에 가까운 고통과 부작용을 겪는다.


그리고 백혈구 촉진제로 골수가 다시 백혈구를 만들게 한다. 이때 살아나는 세포들 중에 암세포가 남아있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 관해가 성공했다고 보고

다음 항암으로 넘어갈 수 있다.

만약 남아 있다면 다시 1차 고강도 항암을 해야한다.


살아난 백혈구 중 호중구 수치가 500이 넘으면 (정상인은 1800~8000) 일단 퇴원이 가능하다.퇴원 후 체력을 보강한 다음 이후 항암 스케쥴을 잡는다.


“엄마! 드디어 호중구 올랐어.”

백혈구 촉진제를 맞은 지 6일 만이었다. 호중구 수치는 5일째 0점대 였다가 갑자기 800대로 솟구쳤다.


“축하해! 이제 퇴원할 수 있다.”

아무튼 내일 퇴원한다니 당장 만두소를 만들어야겠다.


** 김치 만두 만들기 **

만두소는 만두 만들기 하루 전에 만드는 게 좋다. 이유는

1. 재료들이 숙성되면 더 맛있고

2. 하루에 만두소 만들랴 만두 만들랴 하려면 지쳐버리기 때문이다. (만두 장사 못한다)


* 만두소 재료 준비

익은 김치(묵은지), 다짐육(목살추천), 두부 1모, 숙주, 부추, 당면



* 만두소 레시피

1. 다짐육은 밑간(청주, 소금, 후추) 하고 팬에 익힌다.


2. 김치는 다져서 물기를 제거한다. (이참에 짤순이 구매함)


3. 숙주는 데쳐서 다진 후 물기를 제거한다.(짤순이 사용)


4. 부추는 잘게 썬다.


5. 두부 물기를 제거한다.(두부는 짤순이 안되고 면포 사용)


6. 당면 삶아서 식혀서 썰기(고무줄이야? 잘 안 잘라짐)


7. 모든 재료를 한 곳에 담고 양념과 함께 섞어준다.


양념: 소금, 간장, 굴 소스, 고춧가루, 다진 파, 다진 마늘, 달걀 등등. (집집 마다 양념 레시피는 다 다르니 입맛에 맞게 골라 넣기.)


만두소만 만들면 만두 만들기는 거의 끝난 셈이다.

만두소 재료는 다 다져야 하고 물기까지 제거해야 한다. 그래야 만두가 터지지 않고 속을 꽉 채울 수 있다. 이 부분이 너무 힘들고 번거로워서 접었던 만두 가게였는데...

시아를 위해 다시 열었다.


만두피는 재래시장 두부가게 등에서 파는 시장 만두피를 추천한다.(이 만두피가 어떤 공정으로 만들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얇고 신축성이 좋아서 잘 만들어지고 쫀득하다.

만두피를 실온에 한 시간 정도 내 놓으면 말랑해져서 잘 늘어나고 잘 붙는다. 만두피 끄트머리에 따뜻한 물을 묻히고 속에 만두소를 넣어 만두를 만든다.


물을 팔팔 끓여서 만든 만두를 퐁당 넣는다. 만두가 떠오를 때 건져서 고깃국, 동치미 등과 함께 먹으면 된다.



“와! 너무 맛있어. 엄마 행복해.”


“맛있게 먹어줘서 고마워.”


행복은 이렇게 가까이 있었는데...

엄마가 만든 만두를 맛있게 먹는 너를 보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다는 걸

이제서야 알게 되었네.


“시아야, 씩씩하게 견뎌 줘서 정말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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