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병 뿌시기_명란아보카도

금지된 음식들

by 내손내밥

백혈병 항암 치료를 위해서는 무균실에 입원해야 한다.

우리 몸속 세균을 몰아내는 백혈구가 없기 때문이다. 항암 중엔 호중구 수치가 거의 0까지 떨어진다. 그때 균이 들어오면 우리 몸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게 되고 심할 경우 사망까지 이를 수 있다.


무균실에서 혼자 사투를 벌일 시아를 생각하니 마음이 미어졌다.


항암 치료를 하려면 조혈모세포 이식까지 가능한 병원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한국혈액암협회 참고) 너무 급할 경우 집에서 가까운 곳에서 하기도 하지만 결국은 전원(병원 옮김)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결국 그런 병원은 규모가 큰 상급(3차)병원이다. 외래를 잡는 것도 하늘의 별 따기이고 입원을 하는 것은 그보다 어렵다.


시아는 간 수치가 너무 높아 응급실에서 조치를 하고 입원실이 나기를 기다렸다. 일주일을 기다린 후에야 연락이 왔다. 그나마도 특실이었지만 입원한 것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른다.


입원을 했지만 간수치가 높아서 항암을 시작할 수 없었다. 입원 후 일주일간은 간 수치를 낮추고 항암을 시작했다. 백혈구 수치는 점점 떨어졌다. 그런데도 무균실 자리는 나지 않았다. 입원비는 둘째치고 감염이라도 될까 봐 불안한 하루하루를 보냈다.


특실 병동은 보호자나 간병인이 함께 상주한다. 외부에서 면회 오는 사람들도 있어, 아무래도 여러 균에 노출될 수 있다.


무균실은 간호·간병 통합 병동으로, 외부와 철저히 격리된 공간이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들의 전문성 또한 일반 병동과는 다르다.


처음엔 걱정스럽던 무균실 입성이었는데...

너무 연락이 안 오니 나와 시아는 연락이 오기만을 간절히 기다리게 되었다.


특실 입원 11일 째에야 무균실로 전실(병실 옮김)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환호성!

동시에 무균실 준비물 리스트와 반입 가능한 음식 리스트가 문자로 전송되었다. 리스트가 정말 길다.


"엄마, 나 명란 아보카도 언제 먹을 수 있을까?"


시아는 아보카도 명란 비빔밥 덕후다. 하지만 호중구가 낮을 땐 아보카도도 명란도 금지다.


호중구가 낮은 상태에서는 반드시! 익힌 음식을 먹어야 한다.

사과, 배, 귤 등의 껍질을 벗기는 과일은 가능하지만 아보카도는 수입 과일인데다 후숙을 해야 하므로 제한하고 있다.

명란젓은 더욱 안된다. 생선의 내장을 익히지 않고 염장한 것이니 세균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무균실 안에서 시아는 매일같이 먹고 싶은 음식들을 나열했다. 그도 그럴 것이 항암 중에는 입맛도 떨어지고 식욕도 없다. 매일같이 반복되는 밍밍한 병원식은 가뜩이나 없는 식욕을 더 사라지게 만든단다.


그래도 시아는 먹으려 애썼다. 병원에서 큰 즐거움 중 하나가 다음날 메뉴 고르기라고 했다. 아무리 맛없는 병원 밥이라도 내가 직접 메뉴를 고를 수 있다는 건 작은 행복이었나 보다. (저녁 8시면 병원 와이파이 가 터진다고 하네요)


퇴원하자마자 시아는 명란 아보카도를 먹겠다고 했지만

퇴원 후 일주일은 호중구가 급락할 수 있어서 조심해야 했다.


대안으로 익힌 명란 아보카도 덮밥을 만들었다.

시아는 또 눈물을 글썽인다.

"이게 뭐야. 익힌 걸 누가 먹어?"


훌쩍거리면서도 시아는 한 그릇을 다 비웠다.

"먹다 보니 생각보다는 맛있었어."


명란아보.jpg


선입견을 버린다면 누리고 즐길 수 있는 것은 훨씬 많아질 것이다.


익힌 명란 아보카도도 꽤 맛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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