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퍼센트의 희귀 암
엄마, 신기해.
이제 토마토가 좋아졌어. 병원에서 나온 토마토 스파게티가 너무 맛있어.
다른 토마토 요리도 먹어보고 싶어.
시아가 변했다.
토마토가 요리라면 도망가던 아이였는데...
이제는 토마토 스튜, 토마토 카레까지 먹어보고 싶단다.
‘백혈병은 아닐 거야.’
의사가 백혈병이 의심된단 말을 들었을 때 부정했다. 골수 결과가 나올 때까지 희망을 놓지 않았다.
“..... 급성백혈병입니다.”
의사의 입에서 백혈병이란 병명이 나오자, 붙잡고 있던 마지막 끈이 저 멀리 날아갔다.
“간 수치가 너무 높으니 오늘 입원하세요.”
의사는 당장 입원을 하라고 했다. 우리는 다른 병원에 (정말 어렵게) 외래를 잡아 놓은 상태였기에 의뢰서를 부탁했다. 의뢰서에 적힌 병명을 보고서야 시아의 병명을 정확히 알았다.
B-림프모구성 급성백혈병.
암 중에서는 0.2퍼센트 발생률의 희귀 암이다.
혈액암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백혈병, 림프종, 다발성 골수종.
백혈병은 골수성과 림프구성으로 나눈다.
골수성 백혈병은 적혈구, 혈소판, 그리고 세균을 잡는 백혈구(호중구 등)를 만들어내는 골수 계열 세포에서 시작된다. 주로 성인에게서 발병한다.
림프구성 백혈병은 면역을 담당하는 림프구 계열 세포에서 시작되며, 특히 B 세포 계열이 가장 흔하다. 주로 소아에게서 발생한다.
아.. 무슨 이름이 이렇게 길담.
떨리는 손으로 B-림프모구성 급성백혈병을 검색했다.
절망이 와르르 몰려왔다. 성인의 경우 사망률도 높고 재발률도 높다. 치료 기간은 길고 변수가 너무 많다. 부작용은 보면 볼수록 알고 싶지 않았다.
‘이게 진짜야?’
꿈이면 좋겠다는 생각은 사라졌다. 하지만 현실도 아닌 거 같았다.
이제 막 스무 살이 된 시아의 현실이 이럴 수는 없다.
우리 시아 이제 어쩌지...
난 이제 어쩌지...
하지만 시아는 나보다 훨씬 씩씩했다.
무균실에 들어가기 전 시아는 머리를 밀었다. 그리고 눈물을 닦았다.
시아는 성인들도 견디기 힘든 치료를 잘 버텨냈다. 같은 병실 내 다른 환우들을 위해 기도했다. 항암 블로그를 보며 알게 된 아픈 이들을 위해 기도했다.
병동 내에서 갑자기 위급한 상황이 오는 환자들이 있다. 병실이 부산스러지면, 공포가 몰려온다고 했다. 그럴 때마다 시아는 그들을 위해 기도했다.
아픈 만큼 성장한다는 말.
(아픈 이에게 할 말은 아닙니다만)
시아는 아프면서 고통 속에서 성장하고 있었다.
세상에 아픈 이들이 많다는 거, 고통받는 이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되었고 그들의 고통을 함께 느끼면서 기도하고 있었다.
시아를 위해 소고기 다짐육과 토마토를 듬뿍 넣어 토마토 스튜를 만들어야겠다. 빵과 함께 먹으면 아침 식사로 좋고 스파게티로 만들면 한 끼 식사로 손색없다.
*토마토 스튜 만들기
1. 올리브유에 다진 마늘과 소고기 다짐육을 볶는다.
2. 고기가 익으면 잘게 썬 양파, 당근, 감자를 넣고 볶는다.
3. 야채가 익으면 잘게 썬 토마토를 볶다가 시판 소스 넣고 물 넣고 뭉근하게 끓인다.
예상치 못한 고통이 우리 삶을 흔들어도
우리는 이겨낼 수 있다.
우리에겐 가족이 있고
나눌 수 있는 맛있는 음식이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