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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손내밥 Mar 18. 2024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라면  

남편의 특급 레시피

                                    

“도와줘. 라면 반개만 먹어줘.”


남편이 나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남편은 라면을 좋아한다. 술 마신 다음 날은 꼭 라면을 먹는다. 라면을 끓이는 것이 귀찮다면 컵라면이라도 먹는다. 라면을 먹어야 해장이 된다고 했다.


나는 건강상의 이유로 라면을 잘 먹지 않는다. 한동안 먹지 않으니 라면 맛을 잊었는지 라면을 먹고 싶은 생각도 들지 않았다. 항상 남편은 혼자 라면을 끓여 먹었다.


남편은 이날만큼은 꼭 한 개 반(1+1/2)의 라면을 먹고 싶다고 했다. 라면은 두 개를 끓여야 훨씬 맛있는데, 이유는 다른 두 종류의 라면을 섞어서 끓이면 부족한 맛을 보완해주어 맛이 배가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남편은 신라면과 진라면을 가져왔다.



*남편의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라면 2인분 레시피


1. 다른 두 종류의 라면을 준비한다.

2. 라면 봉지에 쓰여있는 정량의 물(1100ml)을 붓고 쓰여있는 시간(4분) 만큼 끓인다.

3. 10초를 남기고 다진 마늘과 다진 파를 넣는다.

4. 불을 끈 후, 날계란을 넣고 마구 저어서 익혀준다.


“와! 맛 있 다!”

남편의 레시피로 끓인 라면은 놀랍도록 맛있었다.


두 라면 조합 이론은 그럴싸하다.

서로에게 부족한 맛은 보완해 주고 좋은 맛은 부각시켜주었다. 둘이 섞여 하나가 된 라면은 진라면처럼 심심하지도 않고 신라면처럼 맵지도 않았다.

마지막에 국물로 녹아들어 간 계란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지만, 라면 국물 맛을 제대로 살려주었다. 자신을 희생한 계란 덕에 국물의 염분은 적어지고 맛은 고소해졌다.


그렇게 나는 남편과 머리를 맞대고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라면을 먹었다.

 우리 부부도 부족한 것을 메꿔주고 좋은 점은 살려주는 부부가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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