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 가톨릭 회관 백반 정식
“가톨릭 회관에서 밥 먹을래?”
남편과 명동에서 볼일이 있었다. 일을 마치니 오후 1시 40분이었다. 늦은 점심으로 무얼 먹을까 고민 중이었다.
“좋지!”
명동 가톨릭 회관 지하 1층에서는 평일 11시 반에서 2시까지 백반 정식을 판다. 남편은 명동에 올 때면 여기서 종종 식사를 한다. 다녀와서 맛있었다고 자랑을 했지만, 나는 시간이 안 맞아서 먹을 수가 없어서 아쉬웠다. 드디어 먹을 수 있는 기회가 왔다.
식사를 마무리하는 시간이라 식당은 한산했다. 남편이 식권을 결제했다. 일 인분에 5,500원이었다.
“오천오백 원? 진짜 싸다.”
2024년, 대한민국에서 백반 한 끼를 5,500원에 먹을 수 있는 곳이 있다니 놀라웠다. 식사를 하면서 음식의 맛과 퀄리티에 더 놀랐다.
메뉴는 북어채 미역국, 흑미밥, 알감자볶음, 순대볶음, 김치와 오이지무침, 샐러드였다. 음식은 신선하고 정갈하고 맛있었다. 이렇게 푸짐한 한 끼를 이 가격에 먹을 수 있다는 것이 행복했다.
백반 정식은 나를 설레게 한다. 무엇보다 그날의 메뉴를 모르는 것이 좋다. 나는 딱히 못 먹는 음식이 없으므로 어떤 메뉴가 나오든 기대가 된다.
몇 년 전 요리를 배우기 위해 학교를 다닐 때, 평일 점심마다 학식을 먹었다. 매일 한식 정찬을 먹는 기쁨을 누리면서 백반 정식의 고마움을 알았다.
백반 정식은 한 끼에 밥, 국, 김치, 단백질 반찬 한 가지, 야채 반찬 한 가지를 제공한다.
5대 영양소를 골고루 갖춘 최고의 한 끼 식사다. 영양사는 한 끼에 칼로리와 영양소를 골고루 갖추도록 식단을 짠다. 백반 정식은 식당처럼 이윤을 추구하지 않으므로 조미료도 덜 쓰고 저염식으로 조리한다.
한식 식사를 하면 야채를 많이 먹게 되므로 포만감이 들고 섬유소도 충분히 섭취한다. 내가 먹고 싶은 만큼 식판에 두고 먹으므로 먹기 전부터 눈으로도 충분히 만족감을 얻는다. 내가 양을 조절할 수 있으므로 식사가 모자라거나 남지 않는다.
한식 백반으로 점심을 먹으면 저녁까지 든든하다. 샌드위치나 햄버거 등으로 점심을 때우면 오후 3시만 되면 배가 고파지는 것과 다르다.
"덕분에 한식 백반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이 곳을 소개해 준 남편에게 고마워 하면서
백반 정식을 먹을 수 있는 곳 근처에 살면서 매일 한식 정찬을 먹는 즐거운 상상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