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조각은 안 돼
지친 하루가 끝났다.
두 다리를 쭉 뻗고 자고 싶은데 씻기도 귀찮다. 거실에서 두 다리를 뻗고 누웠다.
“케이크 먹으러 갈래?”
남편의 말에 내 몸이 무의식적으로 일어난다.
전에 기르던 반려견이 ‘산책’이란 말에 반응한 것처럼 내 몸도 ‘케이크’란 말에 반응한다.
젖은 솜처럼 무거운 몸을 일으키게 만드는 힘이 있는 단어다.
너무 귀찮고 눕고만 싶은데도 기어이 겉옷을 입는다.
집에서 15분 거리에 있는 카페까지 걸어간다. 날은 춥고 바람은 불지만 굴하지 않는다.
카페에 들어서자마자 피곤했던 몸과 마음은 자취를 감춘다.
케이크 샘플을 들여다보며 오늘은 어떤 녀석을 먹어야 할지 고민한다.
“오늘은 캐러멜 크레이프 케이크로 할래.”
두근두근.
어떤 맛일지 기대된다.
케이크 한 조각을 포크로 정성스럽게 자른다. 천천히 입안에 넣고 맛을 음미한다.
달다. 너무 달다. 다디단 캐러멜 크림은 지쳐있었던 뇌를 때린다.
쓴 아메리카노는 디저트의 달콤한 맛을 더욱 끌어올린다.
입에서 녹아내리는 달콤한 맛은 내 지친 감각을 구석구석 마사지하듯 풀어준다.
위로를 받고 싶은 날이라면 디저트는 꼭 한 조각이어야 한다. (두 조각은 안 돼.)
'더 먹고 싶어.'
아쉬운 마음이 드는 딱 한 조각의 디저트는 누구의 말보다 위로가 된다.
아무리 피곤해도 나를 위로해 줄 한 조각의 디저트가 생각난다면 일어나야지.
디저트 한 조각의 위로를 받고 힘을 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