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을 내 던져
단골 카페에 빈자리가 단 하나도 없었다.
오후 3시쯤 글을 쓰기 위해 단골 카페를 찾았는데 카페는 만원 이었다. 근처 초등학교 하교 시간이라 주변 다른 카페들도 사정은 비슷했다.
평소엔 주로 오전에 글을 썼기에 이 시간에 이렇게 사람이 많은 줄 몰랐다.
집으로 돌아가면 글을 쓰지 않는다는 걸 알기에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스터디 카페를 찾아가는 길에 교회 카페가 눈에 들어왔다.
집 가까운 곳에 교회에서 운영하는 카페가 있다. 아이가 어릴 때 학부모들과 자주 갔던 곳인데 아이가 자라고 나니 갈 일이 없었다. 오픈 시간이 늦어서 오전에 글을 쓰러 갈 일도 없었다.
‘오늘은 선택의 여지가 없으니 교회 카페로 가야겠다.’
출입문을 열고 들어가니 카페 안에는 대추차 향이 가득했다. 대추차 POP 글씨가 눈에 들어왔다.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가 대추차인가 보다.
“어서 오세요.”
주문대 앞에 서니 6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봉사자님이 반겨주셨다. 바리스타와는 매치가 되지 않는 푸근한 느낌이다.
'앗, 후덕한 인상의 시니어 바리스타 봉사자님이시네. 대추차는 잘 만드실 것 같은데... 라테는 아닐 것 같아.’
라테는 만드는 사람에 따라 맛의 차이가 크기에 라테를 주문해도 될지를 잠시 망설였다.
하지만...
못 먹어도 나는 라테다.
“따뜻한 라테 주세요.”
라테를 주문하고 뒤돌아서는데 마음이 무거웠다.
내가 좋아하는 창가 자리에 앉았다. 창밖으로는 길 건너편의 카페 거리가 보였다. 복작거리는 사람들을 여유롭게 바라볼 수 있었다.
‘그래, 나는 글을 쓰는 것이 목적이야. 오늘의 라테를 포기하더라도 오길 잘했어.’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라테 나왔습니다.”
커피를 받으러 갔더니 시니어 바리스타님께서 하트가 그려진 라테를 내미셨다.
“맛있게 드세요.”
이럴수가. 어제 마신 스벅 라테보다 비주얼이 훨씬 좋다.
입술에 닿은 우유 거품은 실크와 같이 부드러웠다. 크리미한 거품과 어우러진 진한 에스프레소 맛이 혀에 찌르르 느껴졌다. 머릿속으로 경쾌한 바람이 불어왔다.
‘세상에, 너무 맛있잖아.’
발품을 팔아 찾아간 커피 전문점 못지않은 맛이다. 아니 더 훌륭했다.
시니어 바리스타님이 위대해 보였다.
이곳의 바리스타 분들은 돈을 받지 않는 봉사자 시다. 봉사자라면 비전문적일 거라고 생각한 내 짧고 모자란 판단력을 반성했다.
“커피가 너무 맛있었어요.”
바리스타님께 진심으로 존경하는 마음을 담아 인사했다.
이곳은 앞으로 나의 단골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