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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유숙 Sep 21. 2018

위험한 착각이 끔찍한 현실로...
리셋 증후군!

힘든 현재를 괜찮은 오늘로 바꾸는 2가지 지혜 

리셋하면
살벌한 부부 사이도 달달한 연인처럼 된다?

그렇다! 500원 동전 하나로 부부 인생을 리셋한  tvn 드라마 <아는 와이프>에선 가능한 이야기다.

사랑해서 결혼했지만 구질구질한 현실에 찌든 부부 주혁(지성 분)과 우진(한지민 분)은 '어이구! 저렇게 살 거면 결혼하지 말아야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매일매일 치열하게 싸우다가...

신비한 동전으로 여러 번 인생이 리셋된 후 사랑의 눈빛과 스킨십을 나누는 사이가 된다. (원래는 남편에게 꽃게 다리, 발차기 스매싱, 잔소리, 욕을 날리는 무서운 와이프였는데..)

환상적인 드라마처럼 우리네 팍팍한 현실도 그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럼 2018년 1분기에만 2만 5700건에 달한다는 이혼건수가 확 줄고, 징글맞게 지겨운 배우자 때문에 생긴 화병도 싹 나을 텐데...


어디 그뿐인가? 너덜너덜한 인생에서 제일 후회스러운 과거로 돌아가 사고로 황망하게 죽은 가족도 살리고, 무리해서 알짜배기 아파트, 땅도 사놓고...  뭐든 새롭게 싹! 시작하는 멋진 삶을 살 텐데...


아무리 원하고 갈망해도 냉혹, 냉정, 냉담한 현실세계에서 마법 같은 '리셋' 은 없다. 하지만 '리셋증후군'은 있다! 


위험한 질주! 끔찍한 범죄! 무책임한 행동을
부르는 
리셋증후군이란?

'리셋증후군'은 컴퓨터를 리셋(reset)하면 새롭게 시작되는 것처럼 현실세계에서의 잘못, 실수도 리셋이 가능할 것이라고 착각하는 사회적 병리현상이다. 


일본에서 처음 생겨난 ‘리셋증후군’용어가 널리 알려진 것은 1997년 5월 일본 고베시에서 발생한 초등학생 토막살인 사건, 일명 '고베 아동 연속 살상 사건' 때문이다. 

절단한 아이의 머리를 중학교 정문 앞에 놓는 등의 잔혹한 범행수법의 범인은 바로 14세 중학생 아즈마 신이치로였는데, 심각한 성격장애와 지독한 컴퓨터광이었던 그가 당시 했던 엽기적인 언행 중에 이런 말이 있었다. 


"자, 게임이 시작되었습니다 ~", 

“그 애, 리셋하면 다시 살아나요.”


한국에서는 1990년대 말부터 이 용어가 사용되었으며,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서는 이를 인터넷 중독의 한 유형으로 간주하고 있다.  


보다 자세한 이해를 돕기 위해서 리셋증후군의 대표적 특징을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1. 현실세계와 가상세계를 구분하지 못한다. 인터넷 속 세상이 현실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2.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시 시작하거나 쉽게 포기한다. 대인관계도 안 좋을  수밖에 없는데, 갈등이 생기면 풀려는 화해의 노력보다 절교하거나 피하기, SNS 차단, 새로운 인간관계를 추구한다.

3. 범법행위를 해도 게임의 일종으로 착각하여 죄책감을 느끼지 못한다. 게임처럼 리셋하면 된다는 생각에.


1번과 3번은 병리적 증상이다. 잊을만하면 종종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데, 최근에 언론의 주목을 받은 사건이 있다.  2건 모두 평소 자동차 게임을 즐겨하던 초등학생이 마치 게임을 재현하듯이 부모의 차량을 몰래 운전하다가 사고를 낸 사건이다.

 제주도에 사는 초등학생 A군(12)군, 부모의 차량을 운전해 4대 파손하고 1명 부상 입힘.
 (2018년 7월)
 대전에 사는 초등학생 B군(9세), 엄마 승용차를 몰래 운전해 차량 10대 파손 (2018년 7월)


혹자는 "에이, 철없는 아이의 무분별한 행동 아닐까요?"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아무 아이나 할 수 있는 행동이 아니다. 단순한 호기심, 장난이라고 하기엔 엄청나게 위험한 행동이다. 상상해보라!

만약 당신의 자녀가 갑자기 이런 어이없는 일을 저질렀다면? 또는 당신의 차가 파손당했거나 길을 걷고 있는데 난데없이 차량이 돌진해온다면? 그런데 범인이 아이라면?   


우리가 리셋증후군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또 있다. 

바로 두 번째 특징 때문인데, 위의 사건들은 어쩌다 일어나지만 2번 같은 유형의 사람들은 우리 주변에 많다. 

참을성 없고, 타인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고, 무책임하고, 자기중심적으로 행동하는 이들이 어디 한 두 명인가?

이런 성향의 사람들이 게임에 과몰입하게 되면 리셋증후군 같은 상태가 되기 쉽다. 

집단상담에서 만난 승우(가명)처럼!


친구를 때려 다치게 하고도 괜찮다는 아이

평소 집단상담을 나가는 초등학교에서 사고뭉치 2학년 4명을 맡아달라는 상담의뢰가 들어왔다. 툭하면 싸우고 욕하고 수업시간에 돌아다니고 말썽을 일으킨다고 했다. 


직접 만나보니 듣던 대로 그 기세가 대단했는데, 유독 승우라는 아이가 눈에 들어왔다. 지나치게 스마트폰 게임을 많이 하기도 했지만 조금만 거슬려도 참지 못하는 성격 때문에 어떤 활동이든 끝까지 하질 못했다. 


한 번은 집단 규칙을 종이에 적는 간단한 활동에서도 갑자기 뭐가 마음에 안 들었는지 활동지를 구겨버린 후 교체를 요구했다.     

 “선생님, 이거 말고 새 종이 주세요.”

 1분 후, 똑같은 상황이 재연되었다.

 “선생님, 틀렸어요. 바꿔주세요.” 

 남다른 예민함이 감지되었지만 맞춤법에 너무 신경을 쓰나 싶어 타협안을 내놨다.

 “승우야, 국어시간이 아니니 편하게 써도 돼.”

 “싫어요. 새로 쓸래요.”

 “그럼 이번이 마지막이야. 활동지가 더는 없거든.”

 “네.”

 새 활동지를 받아 든 승우가 이번엔 신중하게 몇 글자 써 내려가는가 싶더니 연필을 힘껏 내던지면서 울먹거렸다.

  “안 할래요!


 이후의 활동 과정에서도 승우는 계속 비슷한 문제점을 보였다. 조금만 마음에 안 들어도 새 걸로 바꿔달라고 조르고, 안되면 금방 포기했다. 가만 보니 또래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지 못했는데, 이유를 물어보니 그럴  만했다.


 “승우랑 놀면 재미없어요. 하다가 지면 다시 하재요. 

내가 이기고 있었는데,”

 “저는 재랑 게임 안 해요. 지면 그냥 나가버리거든요.”

 “자기가 먼저 때려놓고 나랑 안 놀겠대요.” 


분명 여러 면에서 문제가 있었지만 '리셋증후군' 이라고 진단할 정도는 아니어서 지켜보고 있었는데, 얼마 후 결정적인 사건이 터졌다. 장난감 칼로 놀다가 친구를 다치게 한 승우가 사과는커녕 이런 말을 한 것이다.


“괜찮아, 다시 하면 돼! 그럼 하나도 안 아파!”


당신 마음속에 숨겨진 긍정의 리셋 버튼 누르기

단순히 게임을 많이 한다고 해서 리셋증후군에 걸리지 않는다. 타고난 기질과 성향, 부적절한 양육환경이 컴퓨터와 스마트폰 게임과 결합되어 생긴 복합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중요한 사실은 리셋증후군에 걸릴 만큼 우리가 하루에 수 백 수천번씩 "이랬더라면..."이라고 과거를 후회하고 현실을 부정해도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되려 고통의 무게가 커지고 없던 병까지 생긴다.       


그럼 어떻게 하면 좋을까? 

힘든 현실을 살만한 인생, 괜찮은 오늘로 바꾸려면... 

리셋증훈군에 걸리지 않으려면...


 1. 시인 존 밀턴의 서사시 <실낙원>에 이런 말이 있다. 


             "마음은 그 자체가 하나의 독자적인 세계다. 

               그것은 지옥을 천국으로 바꾸고 

               천국을 지옥으로 바꾼다. 


               어디에 있는들 무슨 상관이랴. 

               내 언제나 다름없다면?"


모든 일과 현재 상황은 결국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말이다. 누구의 마음속에나 존재하지만, 잊고 산 긍정마인드를 발동시켜보면 어떨까? 지옥 같던 마음이 한결 편안 해질 테니까!


2.  리셋증후군 예방에 좋은 방법들이다. 

: 인터넷과 스마트폰 사용시간을 하루 2시간 이내로 하기

: 현실감각 유지를 위해서 규칙적인 운동과 대안활동 하기

: 자녀와 실생활 속 다양한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판단력이 길러지고 가상과 현실세계에 대한 분별력이 생긴다.

: 성취의 기쁨을 느끼고 인내심을 기르기 위해서 한 번 시작한 과제를 수정과 보완을 통해서 끝까지 마무리하도록 돕기. (과제 난이도는 쉬운  것부터 출발해 단계별로 높이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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