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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유숙 Sep 28. 2018

소극적인 사람은
스마트폰 중독에 약하다?

편견 없이, 현명하게 삶을 사는 법

소극적인 성격이 뭔 죄라고...


세상은 당당하고 적극적인 성격의 사람을 선호한다. 마치 그렇게 살면 다들 인생 성공자가 될 수 있는 것처럼!

그래서 주위를 둘러보면 소극적인 성격 고치기, 바꾸기, 극복하기 같은 책, 강좌, 상담, 교육은 넘쳐나는데, '적극적인 성격 개선하기'는 찾아보기 힘들다.  


어찌 보면 당연한 현상이긴 하다. 소극적인 사람보다 적극적인 사람이 어느 자리에서나 더 돋보이고 주어진 기회도 더 빨리 쟁취하니까. (경쟁사회에서는 더욱더!) 


하지만 세상 모든 사람이 다 적극적일 필요가 있을까? 

집단의 리더 말을 조용히 경청하고 따르는 무채색 같은 개인이 있기에 조직이 잘 굴러가는 것처럼, 그냥 소극적이면 소극적인 대로, 능동적이면 능동적인 대로, 각자 생긴 대로 살면 된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실례를 들어보자!

'추리소설의 여왕'이라고 불리는 영국 작가 애거서 크리스티! 그녀의 원래 꿈은 연주자였다. 하지만 사람들 앞에만 서면 주눅이 들고 긴장하는 소심한 성격 때문에 아예 연주 자체를 할 수 없었다. 결국 성격에 맞게 소설가로 꿈을 바꾼 뒤 그녀는 세계적인 베트스셀러 작가가 되었다. 


국제영화제가 '거장'이라고 인정한 일본의 영화감독 구로사와 아키라! 좋은 그림을 좋은 영화로 만들기 위해서라면 편한 조건과 타협하지 않는 집념의 감독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초등학생 때는 아이들이 놀려도 말대꾸 한 번 못하고 울기만 할 정도로 유약했다고 한다.  


즉, 소극적인 사람을 개선의 대상으로 보는 건 세상의 편견이다. 어떤 유형의 사람이든 일장일단이 있으니 자신의 적성을 살려 소신껏 사는 게 좋다. 


그런데 여기서 소극적인 성격의 문제가 발생한다. 더불어 사는 세상이다 보니 갈등과 충돌이 생길 수밖에 없는데, 이때 소극적인 사람의 특징은 문제 상황을 개선하기보다는 쉽게 타협하고 포기하고 회피하고 싶어 한다. 

설령 그것이 자신의 소중한 꿈일지라도! 삶을 망치는 잘못된 선택일지라도!


꿈 대신 스마트폰 중독을 선택한 소년 이야기

스마트폰 중독이 심각하다는 고1 남학생 한수(가명)를 처음 만난 건, 초겨울바람이 제법 쌀쌀한 11월의 어느 오후. 

부모의 협박에 못 이겨 억지로 상담실을 방문한 여느 남학생들처럼 한수는  ‘네’, ‘아니요’, ‘잘 모르겠는데요.’라는 짧고 무성의한 대답 또는 침묵으로 불편한 감정을 표현했다. 내리 깔은 시선은 테이블에 고정한 채. 

나는 고심 끝에 라포 (rapport, 상담이나 교육에서 신뢰와 친근감으로 이루어진 인간관계) 형성을 위해서 한수가 좋아한다는 음악이야기를 꺼냈다.


“한수야, 린킨파크 노래 들을까?”


한수의 놀란 눈동자가 처음으로 나와 마주쳤다.


 “린킨파크를 아세요?”

 “그럼, 세계적으로 유명한 록밴드잖아. 하이브리드 메탈 선구자이기도 하고. 어떤 곡 좋아해? Faint?” 

 “음, 저는' In the end'요.”

 “아, 그거도 좋지! 선생님 폰으로 들을까? 한수 폰으로 들을까?”      


상담을 하다 보면 '보이는 모습과 진실은 다르다!'라는 경험을 참 많이 한다. 불면증을 호소한 내담자가 실은 강박증 환자였고, 조울증인 줄 알았는데 성격장애였고, 분노조절의 어려움 때문에 상담한 남자는 심각한 의처증이었고.. 기타 등등..


한수도 그랬다. 그의 가족들은 하루 종일 스마트폰을 붙들고 있는 한수를 '스마트폰에 빠진 중독자'라고 생각했지만 만나보니 스마트폰 중독보다는 우울증이 더 큰 문제였다. 

이유는 기가 세도 너무 센 엄마가 가수가 되고 싶은 한수의 꿈을 무참히 꺾어버렸기 때문이다.

 “남자는 안정적인 직장이 좋아. 공무원을 해!"라는 일방적인 강요로!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한수는 " 싫어! 왜 내 삶을 엄마 맘대로 해?"라는 항의 대신 침묵, 의욕 상실, 무기력의 태도로 대응했다. 그토록 좋아하는 음악은 스마트폰으로 곡을 다운로드하여 듣거나 동영상을 보는 선에서 그치고, 남은 시간은 게임을 하면서 때웠다. 이런 선택이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안된다는 불행한 현실을 알면서도...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는 건
성격이 아니라 선택의 문제다!

갈등 상황에서 한수와 같은 소극적인 사람이 불리해지는 건 용기 부족으로 잘못된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비슷한 타입인데도, 애거서 크리스티와 구로사와 아키라는 글쓰기, 그림 그리기, 영화 제작의 길을 선택하면서 꿈을 이룬 명사가 되었고, 한수는 스마트폰을 선택해 고위험군 사용자가 되었다. 


적극적인 사람도 마찬가지다. 진취적이고 활동적이니 뭐든 잘 헤쳐나갈 것 같지만 신중함이 부족해 위험하고 충동적인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그럴 경우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크게 손해를 본다. 


매사가 선택의 연속이고 쉬운 일은 하나도 없는 세상에서 가장 믿어야 될 것은 당신 자신이다!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이 한때 초심과 자신감을 잃고 '자살 시도'라는 잘못된 선택을 했다가 마음을 바로 잡은 뒤 <가게무샤> 작품으로 칸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한 것처럼...당신 자신 안에 숨겨진 장점과 저력을 무작정 믿어라! 

묵묵하게 믿고 끈기 있게 버티면서 하고 싶은 일을 하다 보면(설사 그것이 시행착오의 길이라 할지라도) 현명한 선택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어떤 성격이어도 좋은데, 하고 싶은 일 대신 중독과 파괴를 부르는 선택만은 하지 말자! 

최악의 선택만 안 해도 당신의 삶은 절망과 희망이 공존하는 '괜찮은 인생'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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