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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유숙 Oct 15. 2018

디지털 성범죄에 당한 사람이 구하라뿐일까?

디지털 성범죄의 피해자도, 가해자도 되지 않는  방법

'리벤지 포르노'라고도 말하는
디지털 성범죄는...

'헤어진 연인에게 앙심을 품고 성관계 동영상 또는 사진을 협박의 도구로 삼거나 인터넷과 SNS에 유포하는 행위'를 말한다.


최근에는 가수 구하라가 전 남자 친구 최종범과 쌍방폭행, 성관계 동영상 유포 협박 여부를 놓고 법적 공방 중인데... 사실 연예인과 관련된 디지털 성범죄는 20년 전부터 있었다.


시초는 1998년 전국을 강타한 <O양 비디오> 사건!

배우 오양의 개인적 사생활이 담긴 비디오가 인터넷, 불법복제 비디오, CD로 유포되면서 한국 사회는 불법적인 집단 관음증으로 몸살을 앓았다. 결국 피해자 오양은 한동안 한국을 떠나 고통의 세월을 보내다가 재기에 성공하면서 활발히 연기활동 중이다.

 

'몰카 성폭력'의 대표적인 케이스가 된 <O양 비디오> 사건이 잊힐 때쯤, 2001년에 <B양 비디오> 사건이 터졌다. 가수 백양의 전 매니저 김 모 씨가 유포한 섹스비디오 파문이었는데, 당시 백양은 공식 기자회견을 열고 눈물로 사죄했다.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죄인처럼.)

현재는 가창력을 인정받은 가수로 거듭나 왕성하게 활동 중인데, 최근에 또다시 대중에게 머리 숙여 사과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했다. 마약 투약으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남편 때문에.


'나는 괜찮다.'라고 방심하지 마라!
누구나 디지털 성범죄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출처- 2017년 6월 25일 <시사매거진 2580>

성인이 된 연인 또는 부부가 합의 하에 성관계 동영상이나 사진을 찍어 추억으로 간직하는 건 문란한 행위가 아니다. 사적인 취향일 뿐!


이는 연예인도 마찬가지다. 다만, 공인의 입장에 있다 보니 개인 소장물이 이런 종류의 사건으로 커졌을 때,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치명타를 입는다. 연예인도 자유롭게 사생활을 즐기고 인권을 존중받을 권리가 있는데...


그리고 또 하나의 편견은 디지털 성범죄가 '그래도 아직은 소수의 특정한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사건 아닐까?'라는 견해인데, 지난 5년간 접수된 '개인 간 성적 영상물' 신고만 무려 2만여 건에 달한다. 여기에 보복의 두려움과 성적 수치심 때문에 신고하지 않는 건수까지 합하면 그동안 집계된 피해는 빙산의 일각이라고 할 정도로 많다. 


어떤 이는 '디지털 성범죄가 몸가짐과 처신을 잘 못해서 당하는 일'이라고도 생각하는데, 틀린 견해다. 왜?


최근 사건만 보더라도 이혼한 아내에게 앙심을 품고 과거 촬영한 성관계 영상을 인터넷에 유포한 남편 A 씨가 징역 3년을, 전 여자 친구에게 사생활을 촬영한 동영상 유포를 협박한 강 씨가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은 사례처럼 가해자의 상당수가 지인, 배우자, 연인이다. 


즉, 디지털 성범죄는 가해자의 못된 인성과 양심 불량에서 비롯된 것이다. 피해자의 불찰이 있다면 그런 상대를 인간적으로 믿었던 것이고... 


그렇다면 '믿을 건 나밖에 없다!'는 마음가짐으로 성관계를 조심하면 될까? 


당연히 조심 안 하는 것보단 피해자가 될 확률이 줄지만 무사한 건 아니다. 왜냐하면 '홍대 남자 모델 나체사진 유포'처럼 크로키 수업시간에 일어날 수도 있고, 공공화장실, 탈의실, 숙박업소, 유흥업소 등과 같이 장소 불문하고 몰래 설치된 불법 카메라에 찍힐 수도 있고, 누군가 당신의 사진을 악의적으로 나체 합성사진으로 만들어 유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디 이뿐인가? 

피해자가 되면 '인격살해'란 말이 부족할 정도로 삶이 망가진다. 우울증, 대인기피증, 불면증, 자살 충동 같은 정신적 고통은 물론이고 유출된 정보를 삭제하기 위한 경제적 비용도 상당하다. 


게다가 디지털 장의사 업체를 이용하는 비용이 수백에서 수천만 원이지만 온라인 공간의 특성상 한 번 유출된 정보가 완전히 영구적으로 삭제되긴 어렵고, 심지어는 불법 음란물 사이트를 만들고, 동시에 디지털장의사 업체를 만들어 피해자에게 이중의 돈을 챙기는 업체 간 검은 유착 의혹도 있는 판국이니... 


이처럼 도처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으니 '나는 디지털 성범죄에서 안전하다.'라고 믿는 것보다 '안전하지 않다.'라는 전제 하에 대응의 준비를 하는 것이 피해자가 되지 않는 길이다.


앞에선 탄식하고 뒤로는 탐닉하는
 대중의 이중심리는 뭘까?

구하라 파문을 계기로 디지털 성범죄의 강력 처벌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20만 명을 훌쩍 넘겼다.

반면에, 한쪽에서는 '구하라 동영상'이 한 때 20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국내 최대포털 사이트의 인기 검색어 1위를 차지하고, '동영상을 공유하자, 보고 싶다' 같은 2차 가해 댓글도 여러 개가 달렸다.


위의 사례가 시사하는 바는 청원도 하고 동영상도 몰래 찾아봤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과거 O양과 B양 비디오 사건 때처럼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성적 호기심에서 보길 원하는 사람이 많고, 사이버 공간에서 타인의 사생활을 엿보고 즐기는 집단 관음증이 만연하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수준이 심각한 경지를 넘어섰다. 몇 시간이면 개인정보를 너무나 쉽게 알아낼 수 있는 최첨단 인터넷 검색 기술과 새로운 유출 동영상의 온상으로 자리매김한 SNS의 무서운 전파력 덕분에.


그나마 다행인 것은 피해자를 죄인 취급하고 비난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많이 달라졌지만, 거리낌 없이 유포하고 죄책감 없이 'XX녀', 'OO녀'라는 꼬리표를 붙여 재밋거리로 소비하는 현상은 여전하다. 


이러한 대중의 심리에는 '나만 보나? 다들 보는데...', '소비는 범죄가 아니지.', '익명으로 봤는데 누가 알아?'라는 인식이 깔려있다. 

유출된 동영상과 사진을 단순히 퍼 나르고 거래하고 감상하고 조롱의 댓글을 다는 행위 자체가 2차 가해에 해당되는 엄연한 범죄 임을 알면서도 처벌받지 않으니...!


   강력한 처벌만큼 중요한 것은
디지털 성범죄를 대하는 우리의 인식 변화다!


디지털 성범죄가 날로 급증하고 심각해진 원인 중 하나가 허술한 법제도와 약한 처벌이니 강력한 처벌로 다스려야 한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대책은 디지털 성범죄의 피해자도, 가해자도 되지 않기 위한 노력과 인식 변화라고 생각한다. 관련 법률을 개정, 시행하는 건 정부와 국회의 몫이고.


개인이 할 수 있는 나름의 방법을 제안하면 다음과 같은데...


첫째. 현재 상황에서는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신중히 행동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다만, 그렇다고 괜한 불안과 의심의 눈초리로 남자 친구와 남편을 보지 말자! 사실 피해자는 아무나 될 수 있지만 가해자의 유형은 대략 정해져 있다. 그리고 가해자가 꼭 남성이라는 편견도 버리면 좋겠다.  '홍대 남자 모델 나체사진 유포'사건처럼 여성이 가해자인 경우도 있고, 심신이 건강하고 인성 좋은 남성이 훨씬 많은 세상이니!


둘째. 불법 촬영물을 소비하는 행위 자체가 '곧 2차 가해자이고 공범'이라는 사실을 명심하면서 피해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행동을 자제하자! 

 

셋째. 피해자라면 죽을 만큼 괴로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믿고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를 부탁드린다. 


그 과정이 비록 죽는 게 낫다고 생각할 만큼 힘들겠지만 (성범죄라는 걸 입증하기 위해서 수치스러운 증거사진을 내야 하는 수사과정부터 2중 3중의 고통, 막대한 경제적 비용까지) 세상에는 피해자를 진심으로 응원하고 존중해주고 싶은 사람도, 음란물 사이트를 보지 않는 사람도 많다. 심지어는 사이버 공간에 들어가지 않는 사람도.


꿋꿋이 버티다 보면 새 인생이 시작된다는 걸 보장할 수 있을 만큼 희망적 사례들이 있고, 그 이후의 삶은 '포기하지 않아 다행이다.' 라는 안도감이 들 정도로 가치있고 소중하다!


마지막으로 피해자도 명심해주길 바라는 점이 있는데, 그건 충분한 처벌과 눈물로 사죄할 사람, 삶을 포기하는게 낫겠다 싶을 정도로 인생을 잘 못 산 사람은 가해자이다! 잘못 없는 피해자 그대가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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