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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유숙 Aug 24. 2018

부모 VS 자녀의 게임갈등 해결하기

게임 좋아하는 아이와 잘 지내는 4가지 전략

롤, 마크, 배그


무슨 말일까?

리그오브레전드, 마인크래프트, 배틀그라운드 게임의 줄임말이다.

청소년들은 단박에 알아듣는 말을 학부모님들께 질문으로 던져보면 대부분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다. 심지어 롤은 롤케이크, 마크는 심벌마크로 생각하신 분도 있었다. 


게임 유저가 들으면 “헐! 이러니 소통이 안되지.”라고 비웃을 법하다.


 어떤 학부모는 이렇게 묻기도 한다.

 

   “게임용어까지  알아야 해요? 관리방법만 알면 됐지..”


결론부터 말하면 당신의 자녀가 좋아하는 게임명과 관련 용어는 아셔야 한다. 그래야 갈등과 싸움 없이 아이랑 지낼 수 있다.


예를 들어보자!

게임이 취미인 15세 자녀가 어느 날 갑자기 이런 요구를 한다면 뭐라고 하겠는가?

    

“엄마. 나 컴에 배그 깔아도 돼?”


이때 “배그? 그게 뭔데?”라고 묻는다면 일단 기선제압은 실패다. 아이가 아는 게임을 모른다는 건 주도권 대결에서 한 수 밀린 것이니 아이와 설전의 준비를 해야 한다. 물론 어떤 이야기도 들어보지 않고 대뜸 “안돼! 공부나 해!”라고 일언지하에 거절하거나,  “맨날 그놈의 게임 타령, 지겨워 죽겠다. 정말! 그만 좀 할 수 없니? “라고 짜증내는 것보단 잘한 대응이지만 말이다.

 

여기서 한 수 위의 답변은 이것이다.

 

“글쎄, 스팀배그가 하고 싶은 건 알겠는데, 19세 이상 게임이라서 엄마는 내키지가 않네. 어떻게 하면 좋을까?”


그럼 아이는 날카로운 지적에 순간 당황하겠지만 꼭 하고 싶은 마음에 무턱대고 조를 것이다.

   

“나이에 맞지 않는 건 나도 아는데, 내 친구들은 다 한다 말이야.”라고.  


이젠 뭐라고 답하면 좋을까? 말문이 막혔다면 일단 침묵의 센스가 필요하다. 

혀 끝에선 "너는 너고 친구는 친구지! 안 돼!", "친구가 한다고 너도 따라 하냐? 애가 머리가 나쁜 건진, 생각이 없는 건지. 쯧쯧!"라는 식의 명령과 비난이 맴돌겠지만 참아야 한다. 아이의 반감만 살뿐 아무런 효과도 없으니까 말이다.


이 정도 지식은 부모님들도 아신다. 그래서 골치가 아프다. '청소년 이용불가'의 규정을 들어 거절하자니 계속 떼를 쓸 것 같고, 허락하자니 꺼름직하고, 뭐라 하지? 뭐라 할까? 이런 고민에 우왕좌왕하다가 상담실을 찾거나 학부모 특강에 참여하신 분들이 의외로 많다. 지훈 엄마처럼...


게임 싫어하는 엄마 VS 게임 좋아하는 아들의 갈등

상담실에서 만난 지훈 엄마는 유난히 게임을 싫어했다. 게임하는 아들의 뒤통수만 봐도 울화가 치민다고 할 정도로.  이 정도의 거부감이면 지훈이는 자라면서 아예 게임 자체를 못했을 것 같은데, 어쩌다 하게 된 걸까?


발단은 독박 육아였다. 친정과 시댁은 멀고 남편은 바빠 지훈 엄마는 아들을 거의 혼자서 키웠다. 하루 종일 칭얼거리는 애를 돌보느라 허리가 휘고 화장실도 맘 편히 못 가는 육아전쟁에 울기도 여러 번!  


하루는 너무 지치고 힘들어 아이한테 스마트폰을 쥐어줬다고 한다.  설마 잠깐 동영상 보여준다고 중독이 될까 싶은 마음에. 그런데 이게 웬 일? 고요한 평화가 찾아온 것이다. 여유로운 시간과 함께.  


 “스마트폰을 하니까 아이가 울음을 딱 그치더라고요. 너무 신기했어요. 3시간째 울고 있었거든요. 그때부터였나 봐요. 집안일이 많거나 쉬고 싶을 때, 이동할 때, 식당에서는 지훈이한테 스마트폰을 허락했어요. “


지훈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엄마는 한숨 돌릴 여유가 생겼지만 또 다른 문제상황이 발생했다. 바로 지훈이가 정신없이 게임 삼매경에 빠진 것! '아차' 싶은 마음에 엄마는 사생결단의 의지를 불태우며 엄격한 단속에 들어갔고, 초등학교 때까지는 강압이 먹혔던 것 같다. 지훈이가 중학교 1학년이 되었을 때,  상담실에 찾아온 걸 보면. 


엄마의 하소연을 들어보자!

      

 “애가 게임에 아주 미쳤어요. 한 번 시작하면 아무 말도 듣지 않아요. 입만 열었다 하면 게임 더 시켜달라는 말이고. 못하게 하면 성질 내고. 어쩌면 좋죠?”


엄마의 말만 들으면 지훈이는 심각한 게임중독인 것 같지만 직접 만나 보기  전에 섣부른 판단을 하는 건 금물이다.  그로부터 5일 뒤, 엄마의 협박에 못 이겨 억지로 상담실을 방문한 지훈이를 만났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중독 검사를 실시한 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고개가 절로 갸우뚱거렸다. 게임을 미치게 좋아하는 건 엄마 말이 맞지만 게임시간은 1주일 동안 2시간밖에 안됐다. 

이정도만 해도 괜찮냐는  나의 질문에 지훈이가 울분을 토해냈다.


 “당근 부족하죠! 1주일에 2시간이 말이 돼요? 하루에 5시간씩 하는 친구들도 많은데... 엄마는 게임만 했다 하면 저를 중독자 취급하는데, 차라리 중독될 만큼 실컷 해봤으면 좋겠어요. PC방도 저만 못 갔어요. 애들 다 가봤는데!"


지나친 규제가 집착을 부른다.

게임때문에 엄마와 아들이 매일 대립하는 상황! 과연 뭐가 문제일까?


첫째, 하루 적정사용시간을 살펴보자! 학계의 의견이 조금씩 다르긴 하나 대체적으로 유아는 1시간 이내, 초, 중, 고등학생은 하루 2시간 이내이다. 즉, 중 고등학생은 매일 2시간 정도를 해도 괜찮다는 말이다. 


분명히 이 대목에서 “헉! 그렇게나 많이요?”라고 놀라는 부모님들이 계실 텐데, 직접 해보면 안다. 하루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짬짬이 다 하는 시간을 합쳐보면 결코 많은 시간이 아니다. 학습과 관련된 인강은 제외한다 치더라도 정보검색, 메신저, 게임, 동영상, 웹툰, 이메일 같은 다양한 기능들을 두루두루 하기엔 부족한 시간이다.


그런데 지훈이의 1주일 사용시간은 고작 2시간! 그것도 평일엔 아예 안 되고 주말에만 사용 가능하니 항상 ‘아! 게임 더하고 싶다.’라는 타령을 입에 달고 살고 이용조절에 실패할 수밖에 없다. 배고픔에 굶주린 아이가 뷔페에 가면 허겁지겁 정신 못 차리고 먹는 것처럼!


둘째, '게임은 무조건 나쁘다'라는 엄마의 편협한 사고방식이 문제다. 어떤 게임을 얼마큼 조절력 있게 하느냐에 따라서 게임은 삶의 활력소가 되기도 하고 독소가 되기도 한다. 특히, 게임이 놀이+ 취미이자 스트레스 해소 용인 요즘 아이들에게는  더욱더 그렇다. 지훈이의 경우 게임을  할 때마다 엄마의 못마땅한 시선에 맘 편히 플레이를 한 적이 없으니 짜증이 나는 게 어쩌면 당연하다.


결론적으로 엄마의 지나친 불안과 규제가 문제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있었다. 해결을 위해서 다음과 같은 <인터넷 스마트폰 사용 규칙>을 만들었다. 


‘월화수목금은 2시간, 토요일은 2시간 + 또는 -. (평일 규칙을 잘 지켰으면 보너스, 못 지켰으면 차감하는 식), 일요일 하루는 인터넷과 스마트폰 쉬기’


지훈 엄마는 너무 시간을 많이 준 것 같다고 염려하였으나 일단 1주일만 시행해보기로 했다. 적용해보고 문제가 있는 사항은 얼마든지 수정하면 되니까!


1주일 후, 지훈과 엄마는 훨씬 편안한 모습으로 상담실을 방문했다. 실천 소감을 물어보니 지훈은 게임 사용시간이 합법적으로(?)  늘어나 좋고, 엄마는 아직도 불안하긴 하지만 아이가 짜증이 줄고 서로 덜 싸워 좋다고 했다. 


반면에, 시간관리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시간 체크가 애매한 문제와 매번 5분, 10분씩 오버되는 시간을 정리시간으로 봐줄 건지 안 봐줄 건지에 대한 의견 차이가 있었다. 상담을 통해서 문제가 된 부분을 수정하니 이전 것보다 훨씬 맞춤형 규칙이 만들어졌다. 


이제 남은 것은 꾸준한 실천뿐! 지훈 모자는 이번 주도 잘 해보겠다는 약속을 하고 돌아갔는데...


여기서 퀴즈 하나!

이후 지훈 가족은 어찌 됐을까? 위에 정한 규칙들을 쭉 잘 지키고 가정의 평화를 되찾았을까? 아님 또 다른 문제가 생겨 게임 갈등 국면이 다시 시작되었을까?

 

정답은 안타깝게도 후자 쪽이다. 왜냐하면 아이가 현재 수준에 만족해주면 좋은데, 다른 요구사항이 반드시 생긴다. 하나를 얻고 나면 두 개를 갖고 싶은 것처럼!

 

지훈이도 그랬다. 처음에는 하루 2시간도 감지덕지했는데, 어느새 2시간이 모자랐다. 어디 그뿐인가? 컴퓨터도 게임 잘 돌아가는 성능 좋은 걸로 바꾸고 싶고,  하루 쉬는 인터넷 휴요일 따윈 안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자 슬슬 잔꾀도 부리고 막 나가보기도 한다. 규칙 따위 없애고 맘껏 하고 싶은 마음에 말이다!  


엄마는 약속위반이라고 아들에게 화를 냈지만 처음 만든 규칙이 끝까지 가는 경우는 나의 경험상 없었다. 그래서 부모는 항상 다음 단계를 대비하고 있어야 한다. 지훈 엄마에게도 이 말을 했는데, 설마 했나 보다. 방심하고 있다가 급하게 상담전화를 걸어온 적이 있었다.


“지훈이가 지금 친구들이랑 PC방에 가고 싶다는데 어쩌죠? 이런 적 처음이에요.”

“학원시간과 겹치지 않으면 다녀오라 하세요.”

“그래도 될까요?”

“괜찮아요, 혼자 가는 게 아니고 친구들이랑 같이 간다면서요? 다 가는데 지훈이만 못 가면 속상하죠. 매일 가는 것도 아닌데... 학원시간만 잘 지키면 별 문제없어요. “


동지의 마음으로 자녀와 대화하고 컨트롤하라!

지훈 가정과 똑같지는 않더라도 게임때문에 부모와 자녀가 대립각을 세우는 것은 흔한 일이다. 서로의 의견 차이가 있기 때문에 사이좋게 지내는 쪽보다 다투는 쪽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이때 부모는 가족 서열의 힘을 이용해 자녀 위에 군림하는 적이 되기 쉬운데, 결국엔 아이에게 패하고 만다. 왜? 자녀의 마음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는 수많은 상담사례에서 이 사실을 확인했다. 자녀의 사랑과 존경을 얻은 부모인지 아닌지에 따라서 아이들의 순응도가 얼마나 다른지....


 자녀의 게임 사용을 효과적으로 통제하고 싶다면 적이 아닌 동지가 돼라! 그리고 동지의 관계로 거듭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 자녀가 주로 하는 게임, 좋아하는 게임이 뭔지 알아야 한다. 그래야 의사소통의 발판이 마련된다.


두 번째. 게임명을 알았다면 검색사이트에 쳐보자! 온갖 설명이 상세하게 나오는데, 15분만 시간을 투자해서 읽어도 자녀와 대화가 된다. 보다 생생한 대화를 원한다면 아프리카 tv, 유튜브를 시청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세 번째. 자녀가 게임과 관련된 어떤 요구를 해올 때 먼저 충분히 듣고 공감의 노력을 하자! 조언은 그다음 일이다.  


"지식은 말하지만, 지혜는 듣는다."라고 말한 미국 음악가 지미 헨드릭스의 말처럼 지혜가 지식보다 위라면, 바로 조언하는 부모보다 경청하는 부모가 한 수 위 아닐까?


네 번째, 이제 조언의 차례가 되었다면 프랑스의 고전작가 모랄리스트 라로슈푸코의 지혜를 빌려보자!


"열심히 듣고 잘 대답하는 게 대화술에서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경지다."라고 한 지혜의 말을.


나는 이것이 진정한 동지의 대화법이라고 생각한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게임에 대한 아이의 이야기를 편견 없이 공감의 마음으로 열심히 듣다 보면 현명한 답이 저절로 떠오른다. 그걸 동지의 입장으로 전달하면 아이들도 수긍하고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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