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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유숙 Dec 17. 2018

외로운 마음을 노리는 나쁜 유혹,  몸캠피싱!

의연한 대처와 현명한 예방법으로 내 몸 지키기


국민배우 한석규, 칸의 여왕 전도연이
열연한 영화 <접속>!

라디오 PD 동현(한석규 분)과 홈쇼핑 가이드 수현(전도연 분)이 PC통신으로 서로의 상처를 어루만지다가 만나고 새로운 사랑을 시작한다는 내용으로, 1997년 개봉 당시 채팅 붐을 일으켰으며 "만나야 할 사람은 언젠가 꼭 만나게 된다."라는 명대사를 남긴 흥행작이다.


영화적 완성도와 더불어 1990년대 채팅 문화를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한데...


첫 번째 감상 포인트는 채팅 장비!

영화 <접속>의 채팅장면

통신을 하려면 위 자료사진같이 엄청난 두께감과 무게를 자랑하는 컴퓨터나 하이텔 단말기 같은 장비에 전화선을 연결할 수 있는 모뎀이 있어야 했다. 스마트폰도, 초고속 인터넷망도 없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두 번째 감상 포인트는 통신프로그램을 실행하는 과정!

이제는 추억의 이름이 된 천리안, 유니텔, 하이텔, 나우누리 같은 PC통신용 터미널 프로그램을 컴퓨터에서 실행하기 위해서 명령어, 전화번호 등을 일일이 입력했다. 모뎀이 비명 지르는 것 같은 ‘삐이삑~’소리를 들어가면서!


세 번째 감상 포인트는 화면디자인!

눈이 시릴 정도로 파란 화면에 글자가 좌르륵! 단순하고  촌스러운 디자인이지만 어딘지 모르게 정겹게 느껴지는 건 나만의 느낌일까?


네 번째 감상 포인트는 통신환경!

인터넷망이 아니라 전화선을 사용하는 시스템이다 보니 통신장애, 일명 '통장' 현상이 많았다.


예를 들어 집전화번호가 하나인 가정에서 누군가 PC통신을 하고 있다고 치자! 그럼 그 집 전화는 통신을 마칠 때까지 계속 불통이다. 급한 용건 때문에 전화를 건 사람도, 걸어야 되는 사람도 계속되는 '뚜뚜뚜', '치이익' 소리에 열불이 나거나 말거나!


열 받는 건 통신 중인 사람도 마찬가지! 중요한 걸 다운로드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통신이 끊기면 짜증이 버럭 난다.


"아이씨, 누구야? 전화기 빨리 안 내려놔?"

"나다. 니엄마! 니가 우리 집 전화기 전세 냈냐? 맞고 끊을래? 그냥 끊을래?"


다섯 번째 감상 포인트는 경악스러운 통신비!

사용시간만큼 나오는 전화요금에 정보이용료까지 더해져 한 달 전화요금이 10만 원 가까이 나왔다. (악착같이 아껴 써야 3만 원 정도이고)


어쩌다 머드게임과 통신 삼매경에 빠져 정신줄 놓고 쓰면 100만 원도 넘게 나와 기절초풍한 집들도 여럿 있었는데, 당시 9급 공무원 월급이 50만 원쯤 하던 시절이었으니 놀라는데서 그쳤으랴? 정신 번쩍 나게 두들겨 맞고, 쫓겨나고, 통신 금지당하고, 빈털털이 되고..(사실 진짜 욕먹을 대상은 통신사인데...이런 피눈물 나는 요금제로 네티즌들 등골 휘게 만들었으니까!)


이쯤 되면 요즘이 참 살기 좋은 세상인 것 같다. 초고속 인터넷망이 촘촘하게 쫙 깔려있어 언제 어디서나 편하게 통신을 즐길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현실을 둘러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1990년대에는 듣도 보도 못한 피싱(Phishing. 정보통신 금융사기)을 비롯한 각종 사이버 범죄가 판을 친다.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교묘하고 악랄한 수법을 앞세워서.


그중 최근 급증하고 있는 '몸캠피싱'같은 범죄는 걸렸다 하면 극심한 고통과 협박 속에서 범죄자들에게 돈을 계속 뜯기다가 자살을 선택할 정도로 피해가 심각한 범죄인데, 하도 이런저런 범죄가 많다 보니 의외로 잘 모르는 사람이 많다. 내가 상담한 청소년처럼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는데도...!


섹시한 미녀에 홀리고
피팅 모델 제안에 솔깃하고!


상담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내담자의 표정을 보면 기분상태가 느껴지는데, 창수(가명/ 17세 남학생)와 어머니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 자리에 앉자마자 어머니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문을 열었다.


"아이구, 선생님, 제가 살다 살다 아들놈 때문에 별 일을 다 겪네요."


사연을 요약하면 이렇다.

창수는 3개월째 인터넷과 스마트폰 중독 상담을 받고 있는 내담자인데, 하루는 성적 호기심이 발동해 모바일 랜덤채팅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한 여성과 연결이 돼 가볍게 대화를 시작했는데, 이야기가 점점 성적 농담을 주고받는 야릇한 쪽으로 흘러가면서 화상채팅까지 하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 야하게 놀래?"라는 여성의 제안으로.

 

잠시 후, 스마트폰 속 화면의 여성을 본 순간 창수는 정신이 혼미해졌는데, 이유는 아찔한 몸매의 미녀가 반라의 상태로 등장해 옷을 하나씩 벗으면서 창수를 유혹했기 때문이다. 같이 벗고 화끈하게 놀자고, 그런데 음성이 안 들리니 보내준 음성지원 파일을 스마트폰에 설치하라고...


흥분감에 이성을 잃은 창수는 홀린 듯이 화면 속 미녀의 지시를 따라하려고 했는데, 갑자기 방문이 열리면서 엄마에게 들킨 것이다. 알몸 상태의 현장을!


불행 중 다행으로 창수는 스마트폰에 저장된 주소록이 유출되지 않아 큰 피해를 보진 않았지만 하마터면 알몸사진을 유포하겠다는 범죄자의 협박에 계속적으로 돈을 송금하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지도 모른다. 2014년에 화상채팅 나체사진을 유포하겠다는 협박에 시달린 나머지 투신자살한 대학생처럼!


'몸캠피싱' 이란 몸+캠(카메라)+ 피싱의 합성어로, 채팅 과정에서 음란영상 채팅을 하자고 유도한 뒤 나체나 음란행위를 녹화해 이를 가족이나 지인에게 유포하거나 사회관계망 서비스에 공개하겠다고 협박해 돈을 요구하거나 더 심한 음란행위를 강요하는 신종 사기 공갈범죄이자 보이스피싱의 새로운 방식이다.


접근 수법은 창수의 사례와 비슷한데, 여기서 명심할 점은 채팅 상대방이 감언이설로 설치를 권유하면서 전송한 파일- apk, zip, rar 명으로 된 파일을 절대로 설치하면 안 된다는 것! 설치+ 실행하는 순간 자동으로 사기범에게 전화번호부가 모두 전송되고 그다음부턴 피싱 조직의 끈질긴 협박이 시작되는데, 돈을 보내도 일정기간이 지나면 또 요구하기 때문에 피해자가 겪는 고통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리고 또 하나 알아둘 점은 채팅 사기범은 대부분 여자를 가장한 남자(중국과 동남아에 서버를 두고 조직적으로 활동하는 범죄 집단원)이며, 화상 채팅 속 여성의 알몸 영상 또한 실제가 아닌 녹화영상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피해자는 남성들 뿐일까?

그렇지 않다. '최근 청소년들의 몸캠피싱 범죄 피해가 늘고 있다.'는 여성가족부의 발표처럼 여학생들의 피해사례도 속출하고 있는데, 내가 상담한 중1 여학생의 경우의 사례를 소개하면 이렇다.


연예인이 꿈인 나희(가명)는 채팅앱을 통해서 한 남성을 알게 됐는데, 피팅모델을 구하는 중이다. 몸매가 참 예쁠 것 같다. 예시 사진을 보내줄 테니 이렇게 포즈를 취한 사진을 찍어서 보내달라는 말에 넘어가 사진을 몇 장 보냈다고 한다. 혹시나 하는 마음과 칭찬에 기분이 좋아서.


하지만 피팅모델을 시켜주겠다던 처음 이야기와는 달리 남성은 점점 자극적이고 노출이 심한 사진을 요구하기 시작했고 두려워진 나희는 그만하겠다고 했는데, 그때부터 남성은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해가며 나희를 협박했다.


음란한 포즈 사진을 계속 찍어 전송하지 않으면 타인의 나체사진과 합성해 유포하겠다. 나는 네가 어디 사는지, 어느 학교에 다니는지 다 안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옛 말처럼
몸캠피싱의 덫에 걸려도 벗어날 길이
있다!

몸캠피싱의 피해자가 되면 누구나 수치심, 두려움, 공포감, 당혹감에 사로잡혀 범죄자의 요구를 따르거나 우왕좌왕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피해가 커질 뿐이니 마음을 굳게 먹고 1차 피해를 최소화한 뒤 2차 피해방지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다음의 방법들을 참고해서.


1. 돈을 입금하라는 문자나 통화에 일절 응대하지 않는다.

2. 경찰에 즉각적으로 신고한다.

3. 휴대폰 연락처에 입력된 지인들에게 신속하게 안내 문자(본인의 얼굴과 타인의 나체사진을 합성한 피싱사기를 당했는데, 수상한 문자가 와도 절대 열어보면 안 된다. 개인정보 유출 위험이 있다 등)를 보내고, 휴대폰 내에 깔린 악성코드는 초기화를 해서 완전히 제거한다. 저장된 음란사진과 영상도 모두.

4. 추가 피해 방지를 위해서 전화번호를 바꾸거나 스마트폰 초기화 및 연동된 각종 계정을 탈퇴하고 비밀번호를 변경한다.

5. 보다 적극적인 대응을 위해서는 영상을 삭제해주는 몸캠피싱 피해구제업체나 보안업체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 중 구제를 가장한 사기단 또는 과대광고업체도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다행히 아직 몸캠피싱의 피해자가 아니라면 다음과 같은 예방법들을 알고 있으면 좋다.


1. 외롭고 심심해 죽을 것 같아도 채팅앱으로 음란채팅을 하지 않는다.

2. 스마트폰의 환경설정 메뉴에서 출처를 알 수 없는 어플의 설치를 차단해두는 등 보안설정을 강화한다.

3. 채팅 시 채팅 상대방에게 음란사진이나 영상을 절대 보내지 않는다. 패가망신의 지름길이라 생각하고!

4. 채팅 상대방이 권하는 앱을 스마트폰에 설치하지 않는다.

5. 건전하고 좋은 채팅앱들도 많다. 이왕 할거면 이런 앱들을 골라서 하시길!  


낭만과 순수함이 살아있었던 1990년대 채팅 시절이 그리워질 때면 나는 가끔 이런 씁쓸한 상상을 한다.  


"그 때니까 영화 <접속>의 아름다운 결말, 명대사가 먹혔지, 아마 요즘에 제작했다면 결말도 다르고, '만나지 말아야 할 사람을 만났다.'라고 대사가 바뀌지 않았을까?"


라고... 안전하게 잘 살기 참 힘든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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