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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유숙 Sep 07. 2018

학교에서 이종석은 왜 잤을까?

행동 속 숨은 마음 이해하기

학교 시리즈 중 성공작으로 꼽히는 <학교2013>!


승리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학교폭력, 교권 추락, 성적 위주의 교육제도 속에서 고민하고 갈등하는 학생과 교사 이야기, 학교의 다양한 문제점을 현실감 있게 다뤄 호평을 받았다.

출처- KBS드라마 <학교2013>

그리고 이종석, 김우빈의 열연과 묘한 브로맨스가 두 청춘 배우를 스타덤에 올려놓았고, 다른 주 조연급 연기자들의 어울림도 돋보인 이 드라마에서, 고남순 역을 맡은 이종석은 극 초반 교실에서 주로 잔다. 이렇게!

아예 등을 돌려서도 자고....

무슨 이유인지 수업시간 대부분을 잔다. 급우들도 멀리 한 채. 실은 그가 '유급 전학생 박흥수(김우빈 분)의 꿈을 앗아간 일진'이란 비밀이 밝혀지기 전까지!

(실제 이종석의 학창 시절은 모델 활동 때문에 학교를 자주 못 갔으며 빈 가방을 들고 다녔다고 한다. 외모에 관심이 많아 꾸미는 것을 좋아하고 멋졌던 건 그때나 지금이나 같지만.)


고남순이 엎드려 잔 행동 속에는 마음의 상처가 숨어있었던 것처럼, 요즘 중·고등학교 현장에 가보면 여전히 많은 청소년들이 다양한 사연을 품고 잔다. 무엇이 이들을 수면의 세계로 이끌었을까?


모든 행동과 선택엔 이유가 다 있다!

고등학교 1학년 승호(가명)는 일명 ‘잠맨’이었다. 내게 상담을 의뢰한 교사 말에 의하면 오전 7시에 일찍 등교해 내리 자다가 종례시간에 일어난다고 했다. 너무 잔다 싶었지만 학교에서 자는 학생들을 다 상담하면 진작에 떼부자가 됐을 터. 다른 사유도 물어보니 3월 초에 실시한 '인터넷 스마트폰 이용습관 전수조사'에서 '고위험 사용자군' 진단을 받은 학생이었다.

  

학교 위클래스실로 찾아가 승호를 만났고, 억지로 상담에 응한 승호의 마음속 이야기를 듣기까지 다소의 시간이 걸렸다. 어느 정도 친밀감이 형성된 후 승호가 내게 던진 첫마디는....


“저는 6학년 겨울방학 때 꿈을 포기했어요.”

  

사연은 이렇다.

축구선수가 되고 싶었던 승호는 고민 끝에 아빠에게 꿈을 말했더니 바로 묵살당했다고 한다.  

"야! 축구선수는 아무나 하냐? 너 박지성만큼 할 수 있어?" (요즘은 손흥민이 대세지만 당시엔 박지성이었다.)


자신감이 확 떨어진 승호는 그대로 쭈그러들었다가, 요리만화 <미스터 초밥왕>을 감명 깊게 보고 나서 다시 용기를 내서 상의했다고 한다.

"아빠! 저 요리사가 되고 싶은데요."

"야! 아빠 친구가 일식집 요리사인데, 그거 얼마나 중노동인 줄 아냐? 너는 못 해. 딴 거 해! “


그 뒤로도 몇 번 더 처절하게 무시당하고 자존감도 짓밟히자 승호는 뭐가 되기를 포기했다. <학교2013>에서 흥수는 고남순의 폭력 때문에 축구선수의 꿈을 포기했지만, 승호는 비정한 아버지가 원인이랄까?


공부도, 꿈도 다 접은 채 중학생이 된 승호는 하루 10시간씩 리그오브레전드(일명 '롤') 게임에 몰입했다. 할 건 없고 시간은 넘쳐나는데, 게임을 안 할 이유가 없었다. 아들의 꿈을 망가뜨린 아버지는 이혼한 후 남처럼 되었고, 어머니는 생계를 꾸리기에 바빠 아들이 뭘 하는지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어느덧 승호는 '롤' 유저라면 모두가 선망하는 '다이아' 계급이 되었고, 일반고등학교에 진학했다. 대학 진학은 일찌감치 포기했지만 직업을 가지려면 졸업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럼 학교에서 내내 잔 이유는 뭘까? 승호의  대답이다.


“학교 끝나면 PC방에서 겜 좀 하고 알바 가요. 고깃집 알바인데, 끝나고 집에 오면 1시쯤 되나? 뭐 좀 먹고 씻고 2시부터 겜이나 스마트폰 하죠. 그러다 졸림 학교 와서 자고요."


나는 승호의 행동과 선택을 칭찬할 수도 없었지만 "그럼 안돼!"라고 나무랄 수도 없었다. 추운 현실을 살기 위한 나름의 이유였음으로!  


"왜?" 보다 "뭘?"이라고 물어봐주기

     

교실에서 자는 아이들에게 이유를 묻고 들은 답변들이다.


'수업시간이 재미없어서, 내용이 어려워서, 지쳐서, 피곤해서,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밤늦게까지 해서, 우울해서, 공부를 포기해서, 힘들어서, 짜증 나서' 등등등.

아마도 이것 말고도 나름의 이유가 더 있을 것이다.


승호도 그랬지만, 내가 학교 현장에서 만난 청소년들 중에서 처음부터 작정하고 학교에서 자고, 컴퓨터와 스마트폰만 하고, 되는대로 아무렇게나 살고 싶은 학생은 단 한 명도 없었다.


할 게 없고, 심심하고, 스트레스 받고, 입시제도에 지치고, 넘사벽같은 현실 앞에서 포기하고, 상처받고, 힘들고

그러다 보니 무기력해진 것이지! 물론 그렇지 않은 학생들도 많지만 현재의 '학교'가 '행복한 꿈의 터전'이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어쩌면 우리 어른들만큼이나 혹독한 현실을 견디고 있는 우리 아이들에게!


"왜 잠만 자니?",

"왜 맨날 스마트폰만 붙들고 있어?",

 "너는 왜 공부를 안 하니?",

"또 게임이야?",

"학교가 왜 가기 싫은건데?"

"왜 그랬어?",

"도대체 이유가 뭐야?"라고

"왜?", "왜?" "왜?" 따져 묻지 말고,


"뭘 도와주면 좋겠니?"부터 물어봐주면 어떨까? 

"왜?'에 대한 궁금증은 그다음에 푸시고.


당신이 건넨 따뜻한 응원이 잠자는 아이들을 일으켜 세울 수도 있고,

"꿈과 목적만 가지고 있다면 길은 반드시 열릴 것이다!"

라고 한 마하트마 간디의 명언도 믿고 싶게 만들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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