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빼앗은 건 카드지갑 뿐이야 #7
“2주는 쉬이 빠르게 지나갔다.”
조리원에서 짐을 정리하다 머릿속에 이런 문장이 흘렀습니다. 이내 “말도 안돼”라고 되뇌며 마저 짐정리를 했습니다. 어찌 이 시간들이 쉬이, 또 빠르게 지나갔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낮밤없이 수유를 위해 전화기 옆을 떠나지 못했던 당신과, 하루에도 성장을 위해 몇 번씩 울음을 터뜨려야 했던 아이에게 그 시간은 결코 쉽지도 빠르지도 않았습니다. 문득 그렇게 느껴졌다면 그것은 단지 시간의 속성 중 하나가 작용했던 것이겠죠.
2주의 시간. 그동안 아이는 몹시도 달라졌습니다. 볼에는 지방이 조금씩 올랐고, 눈도 제법 잘 맞춥니다. 수유는 여전히 어렵지만 최선을 다하는 것이 느껴집니다. 딸꾹질도 제법 크게 할 줄 알게 되었고 배변 활동도 문제없이 해냅니다. 말하자면 아이는 성장을 하고 있는 것이죠. 겉보기엔 밥과 잠으로 간단히 설명할 수도 있겠지만 아이는 생각보다 바삐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단적인 예를들면 아이의 평균 심장박동수는 분당 120회입니다. 어른보다 더 바삐 들숨과 날숨을 반복해야 하는 것이죠. 이외에도 아직 정돈 안된 뼈는 서로 자리를 잡느라 움직이고, 체온은 고장난 보일러처럼 왔다갔다 하는 바람에 애를 먹습니다. 그런 바쁘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견딘 아이에게는 500g의 선물이 주어집니다.
아이는 그렇게 커져가는 것이죠. 어른인 저의 기준에서는 “겨우”에 가깝지만 아이에게는 그것이 삶의 전부였습니다. 그러니 어찌 “쉬이 빠르게 지나갔다”고 가볍게 말할 수 있을까요. 그러니 이 시기는 이렇게 정리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500g이 삶의 전부였던 시기.”
이정도 무게감이라면 아이와 당신, 그리고 저의 첫 2주를 말하는데 적당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