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제의 어느 빈민촌. 그곳에 사는 가난한 소년은 축구선수를 꿈꿨습니다. 유럽의 프로 선수가 되어 큰돈을 벌고, 사랑하는 어머니를 보살피는 것이 그가 가진 유일한 꿈이었죠. 하지만 세상은 소년의 꿈이 적힌 쪽지를 잘못 읽기라도 한 듯, 소년에게 폐결핵이라는 아픈 상처만 남겨주었습니다.
흙먼지 가득한 유니폼을 벗어 던진 소년.
유니폼과 함께 희망도 내던져야 했던 소년.
그에게 남은 것은 좁은 단칸방의 어둠뿐이었습니다.
그 어두운 공간에 빛이 새어 들어온 것은 누군가 그의 집 문을 열었을 때였습니다. 문밖에 선 이는 소년의 선생님이었죠. 선생님은 사형수의 눈을 한 제자와 마주 앉았습니다. 그리고 한때는 자신도 그런 눈을 하고 있었다며 소년에게 말을 건넸죠.
선생님의 솔직한 고백에 소년도 있는 그대로를 내비쳤습니다. 에둘러 돌아가지도, 미사여구를 더하지도 않은 채, 가지고 있는 모든 절망과 슬픔, 그리고 좌절을 토해냈죠.
그 차가운 말의 끝에 소년은 묻습니다.
“범죄자가 되지 않고 살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쇠보다 단단하고, 쇠만큼 차가운 그 말에 선생님은 말합니다.
“책을 읽으렴. 그리고 창작을 해보는 게 좋을 거야.
내가 그랬던 것처럼.“
선생님은 자신의 체온과 가장 비슷한 온도의 답을 전했습니다. 소년은 그 말에 가만히 손을 얹었죠. 그리고 결심합니다. 이 온도에 가까이 다가가겠다고 말이죠. 이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소년 카뮈를 얼음장 속에서 꺼내준 스승 장 그르니에와의 만남은 말이죠.
이천이십일 년. 십이 월. 이십삽 일.
《윤고은의 EBS 북카페》일간 카페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