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레지 않으면 버려라.”
한 정리 전문가가 전하는 이 말을 믿고 정리를 시작해 봅니다.
일 년 내 쌓인 것들. 물건이든 추억이든, 마음이든, 기억이든. 모두 꺼내 집에서 가장 넓은 곳에 펼쳐둬 봅니다. 막상 다 꺼내놓고 보니 뭘 그렇게 많이 쟁여두고 살았는지…. 한숨이 먼저 나옵니다. 이대로 그냥 덮어둘까? 싶지만, 그랬다간 내년에는 내 몸 하나 누일 곳도 없이 꽉 차버릴 것 같습니다. 어쩔 수 없죠. 정리를 시작해야 합니다.
모든 정리의 시작은 비우는 일입니다. 비우지 않는 정리는 그저 블록을 다른 모양으로 쌓아두는 것일 뿐. 진정한 의미의 정리라 말할 수 없으니까요. 하지만 비우는 것은 몹시도 어렵습니다. 법정 스님의 <무소유>를 몇 번이나 읽어봤지만 아직 속세의 욕심을 버리지 못한 탓인지, 비우고 또 버리기는 너무나 어렵습니다.
몇 번을 들었다 놓았다. 언젠가 꺼내보지 않을까 싶은 추억도 들었다 놨다.
이것도 다 경험이다 싶은 힘들었던 기억도 들었다 놨다.
복잡한 관계에 얽혀버린 마음의 실타래도 들었다 또 놓습니다.
이러다간 구정까지도 정리를 다 끝내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러니 이제 독한 마음을 먹어야겠습니다. 하나씩 하나씩, 품에 안아보고 설레지 않는 것은 바구니에 담아야겠습니다. 아까운 마음 역시 바구니에 함께 담아야겠습니다.
사실 아까울 것도 별로 없습니다. 내년 이맘때쯤엔 비워둔 자리가 언제 있었냐며 또한 가득 많은 것들이 쌓일 테니까요.
그 새로운 기억과 추억, 마음과 관계를 생각하면 최대한 많이 비우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더 좋은 시간이 잔뜩 기다리고 있는데, 자리가 없어 들이지 못한다면 그것만큼 아쉽고 아까운 일은 없을 테니까요.
그런 마음으로 하나씩 비우고 비우다 보니 어느새 여백이 보입니다.
잔고가 사라진 통장처럼, 조금은 허하지만, 이것은 채우기 위한 비움.
그렇기에 괜찮을 것 같습니다. 안녕, 인사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