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은 쌓이는 계절입니다. 창밖을 보면 새벽 내 내린 눈이 소복이 쌓여 있고, 그 길을 걷는 어린아이와 작은 강아지의 발걸음이 틈틈이 쌓이는 계절입니다. 그 소리와 모양이 예뻐 미소 짓다 보면 어느새 집을 나설 시간. 티셔츠며 스웨터며 카디건이며 코트며…. 우리는 온몸에 옷을 쌓고 길을 나섭니다.
겨울이라고 특별히 일상이 달라지진 않았습니다. 그저 매일의 출근과 매일의 등교. 혹은 매일의 지나침 같은 것들. 그런 시간이 1년의 얼마 남지 않은 퍼즐을 쌓아 올립니다. 그렇게 남은 시간을 평범히 보내기엔 마음이 허전해 우리는 쌓여있는 무언가를 찾아 나섭니다. 예를 들면 김이 모락모락 나는 붕어빵 같은 것을 말이죠.
예전에는 흔했던 것들. 붕어빵이 잔뜩 쌓인 노점상이나 떡볶이와 어묵, 순대 같은 것이 산처럼 쌓인 채 행인들을 유혹하던 장면. 그런 장면들은 과거의 필름이 되어 이제는 흔하다고 말하긴 어려워졌습니다. 붕세권이라는 말이 생기고, 붕어빵을 파는 곳을 보여주는 애플리케이션이 만들어질 정도로 세상은 달라졌습니다. 하지만 겨울에만 볼 수 있는 그 정겨운 쌓임의 장면을 우리는 기억 합니다. 눈으로, 귀로, 입으로. 그리고 붕어빵이 잔뜩 담긴 봉투를 건넸을 때 피어오르는 당신의 얼굴로. 우리는 기억합니다.
그 기억에 매서운 바람이 더해지면 이제 마음이 바빠집니다. 지금의 시기에만 할 수 있고, 지금이 아니면 의미가 없는 일을 해야 함에 마음이 바빠집니다. 김장. 그 녀석이 대기 중이니까요.
먹을 것이 많지 않던 시절. 찬 바람과 잎 떨어진 나무. 그 위로 쌓이는 소복한 눈은 두려움이었습니다. 꽝꽝 언 땅에서 더는 먹을 것을 구하지 못할 것을 알기에 우리는 마음을 졸였습니다. 그렇게 비어버린 마음과 항아리를 채우기 위해 우리는 이 긴 겨울을 버티는 음식, 김장을 했습니다. 절인 배추가 쌓이고, 고춧가루와 온갖 재료들이 쌓이고, 잘 끓인 풀까지 한가득 냄비에 완성되면, 우리는 둘러앉아 김치를 쌓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쌓은 것을 빼먹으며 올겨울을 날 것입니다. 그 시간은 몹시 길게 느껴질 수도 있고, 쌓아둔 것을 다 즐기지도 못했는데 끝나버릴지도 모릅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겨울은 쌓이는 계절이라는 것. 그래서 든든한 계절이라는 사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