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그것은 우리가 말이 없던 시절. 나를, 또 마음을 표현해 주는 것이었습니다. 우리의 춤사위엔 사랑과 흥, 고통과 분노, 그리고 한 비슷한 것들이 서려 있곤 했죠. 그래서일까요. 한바탕 춤을 추고 나면 뭉쳐있던 마음의 근육이 조금은 풀리는 듯했습니다.
옛사람들이 춤을 추던 이유도 어쩌면 그래서였을 것입니다. 특히 한 해의 마지막 날이 되면, 일 년 내 쌓인 마음의 피로를 춤으로 풀고자 했죠. 앞선 사람들은 그것을 ‘나례’라 불렀습니다.
연말, 궁중에서 펼쳐진 축제 ‘나례’ 이 행사는 궁중 예인은 물론이고 저잣거리의 광대도 참여하는 그야말로 모두의 축제였습니다. 어찌나 흥겨운 날이었는지 <조선 왕조 실록>에는 이런 기록도 있다고 하죠.
“난장의 날에는 사관도 입시하였으나 기록하지는 않았다.”
이런 모두의 연말 축제, 궁중 나례의 시작은 연향을 비롯해 각종 놀이에 참여하는 것이었습니다. 춤꾼들의 공연을 관람하는 ‘관나’, 불꽃놀이를 보고 즐기는 ‘관화’, 가상의 역귀를 쫓는 의식 ‘구나’, 그리고 나라의 안녕과 복을 기원하는 ‘관처용’까지. 흥겨운 시간은 끝이 날 줄 모르고 이어집니다.
그 시간 동안 우리의 옛사람들은 한 해의 나쁜 기운은 지우고, 행복한 새날을 맞이하길 바라는 마음을 진심으로 기원했습니다. 그런 바람은 달과 구름, 바람과 별, 산과 바다로 향했고, 인간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그들도 멋진 춤사위 속 담겨 있는 메시지는 또렷이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춤으로 자연에 기도했고, 춤으로 내년의 오늘에 먼저 인사를 건넸습니다.
올해의 마지막, 그리고 내년의 처음을 기다리며 우리도 각자의 ‘나례’를 즐겨보면 어떨까요? 형태는 어떻든 상관없을 것입니다. 그저 흥겹고, 그저 행복하면 그뿐입니다. 그런 긍정적인 마음은 풍선처럼 가볍게, 둥실둥실 두둥실. 가볍고 즐겁게 우리를 내년으로 데려다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