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
김훈 작가 소설 <칼의 노래>에 담긴 첫 문장은 이렇습니다. 한국 문학사에서도 손꼽을 만큼 뛰어나다 평가받는 첫문장인데요. 원래의 문장은 이것이 아니었다고 하죠.
“버려진 섬마다 꽃은 피었다.”
초고에 적힌 첫 문장은 이것이었다고 합니다. 김훈 작가는 이 문장을 쓰고 며칠을 고민하다가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로 조사를 하나 고쳐 썼습니다. 그것이 이순신 장군의 스타일에 가까웠기 때문이죠.
김훈 작가가 말하길 “꽃이 피었다”는 사실을 그대로 진술한 언어라고 합니다. 그에 반해 “꽃은 피었다”는, 꽃이 피었다는 객관적 사실에, 그것을 들여다보는 작가의 주관적 정서가 담겼다는 것이죠. 사실 두 문장 모두 각각의 의미가 있고, 어떤 문장을 쓰든 틀린건 아닙니다. 하지만 김훈 작가는 이순신 장군이 남긴 <난중일기>속 문장을 본 후, 첫 문장을 결정했다고 하는데요. 작가가 본 <난중일기>. 거기에는 무인만이 쓸 수 있는 스타일의 문장이 있었다고 합니다. 군소리가 없고, 큰 칼을 한 번 휘둘러서 사태를 정리해버리듯이... 한 번의 사실만을 서술한 문장. 그런 글이 남겨져 있었던 것이죠.
김훈 작가는 그런 스타일의 문장이야말로 이순신을 말하기에 가장 정확한 문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물리적 사실을 객관적으로 진술한 스타일의 문장이 선보이는 가장 완벽한 세계. 그것을 담아내기 위해 며칠을 고민해 조사 하나를 고쳐 쓴 것인데요. 얼핏보면 아무런 기교를 부리지 않아 멋과 재미가 없어 보이는 문장. 하지만 깊이 들여다보고 곱씹을수록 그 맛이 살아나는 문장. <칼의 노래>의 첫 문장은 그래서 여전히 기억에 남습니다.
그래서 여전히 입에 올려 읊조리게 됩니다.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