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탕나무, 겨울딸기, 다정큼나무, 담팔수, 먼나무, 백량금, 식나무.
낙상홍, 남천, 군자란, 비파나무, 수선화, 포인세티아.
이 이름들을 불러봅니다. 겨울에 피고 겨울에 맺는 그들의 이름을 겨울의 끝자락에서 불러봅니다. 무슨 사연이 있기에 모두가 쉬고 잠든 겨울에 그들은 그렇게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었을까요.
그 까닭을 찾는 것은 어쩌면 쓸모없는 일일지 모릅니다. 그저 겨울이 좋아. 그 찬 기운이 좋아 피는 것에 이유를 찾을 필요는 없죠. 그럴 시간이 있다면 한 번이라도 더 그 어여쁨을, 그 향기로움을, 그 우아한 자태를 바라보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벌써 겨울이 저만치 가고 있으니까요.
이제 또 한 해를 기다려야 만날 수 있는 그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남국으로 향합니다. 동백이 잔뜩 핀 부산의 섬과 제주의 언덕으로 떠나봅니다. 다행히 그곳엔 게으른 우리의 배웅을 기다리는 동백이 있습니다.
아직 세상이 살아있다고 말하는 듯 새빨간 치마를 펼쳐 앉은 그들. 우리는 한때 그 열매에서 기름을 짜 겨울바람에 건조해진 머리에 바르기도 했고, 고약한 겨울 병에 시달릴 때, 그것을 약으로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함께 겨울을 난 우리는 뜨겁게. 또 빨갛게. 겨울과 동백에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그러고도 아쉬울 때면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그러면 눈 녹은 거리는 어느새 붉게 물들어 있었습니다. 마치 봄이 오는 길을 환영하는 붉은 융단을 깔아두기라도 한 듯.
동백의 카펫이 그곳에 있습니다.
그 마음에 인사를 전합니다.
겨울, 동백.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