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길이 24.5킬로미터. 통과하는 데만도 몇십분은 족히 걸리는 터널이 있습니다. 노르웨이에 위치한 레르달 터널이 그 주인공이죠. 이 터널은 해저터널이나 철도 터널을 제외한 터널 중 가장 긴 길이를 자랑하는 터널입니다.
이렇게 긴 터널이 만들어진 이유는 당연히 거리를 단축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천혜의 자연과 무수한 산, 그리고 복잡한 지형을 자랑하는 노르웨이. 특히 송네피오르라 불리는 이곳에서 한 번 길을 나서면 높다란 산과 계곡을 빙 둘러 돌아가야만 했습니다. 그 결과, 직선거리로는 짧은 건넛마을을 가는 데만도 3시간이 넘는 시간이 걸리곤 했죠. 그런 이곳 사람들의 불편을 해결하기 위해 착공한 레르달 터널은 세계에서 가장 긴 터널이라는 명예와 함께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를 단축해 주었습니다. 이 터널이 생긴 뒤, 이곳 사람들은 3시간의 거리를 30분 내로 줄일 수 있었고, 두 도시 사이의 교류는 이곳을 말 그대로 흥하게 해주었죠.
그중에서 재밌는 사실은 이 터널에 아주 특별한 장치가 있다는 것인데요. 그건 바로 터널 중간중간 조명의 색이 바뀐다는 것입니다. 워낙 긴 터널이다 보니 운전자들은 처음에는 괜찮다가도 가다 보면 알 수 없는 불안을 느끼게 됩니다. 어둠 속에 머물 때, 우리가 늘 그렇듯이 말입니다. 터널 설계자들은 그 사실에 주목했습니다. 그리고 이 터널을 이용할 사람들의 마음을 안정시키기 위해 지점마다 불빛의 색을 바꾸었던 것이죠.
처음엔 까만색으로 시작되는 이 터널은 파란색으로, 다시 검은색으로, 또 푸른색으로…. 그리고 또 다른 색의 조합으로 사람들을 맞습니다. 터널에 사용된 조명색은 동틀 무렵의 새벽 느낌을 주는 색을 주로 사용했다고 하는데요. 그 이유는 바로 이 터널이 곧 끝이 날 것임을, 긴 어둠의 끝에 당신이 원하는 목적지, 당신이 바라는 빛의 새벽이 찾아올 것임을 알려주는 것이라고 합니다. 사람들은 어둠 자체를 무서워하기에 보다는, 그 어둠이 영원할까 두려운 마음이 더 크기 때문에, 그 마음을 지워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심리학적 설계가 들어간 것이죠.
그런 세심한 배려 덕에 이 터널을 지나는 이들은 긴 터널의 어둠. 그것이 주는 공포보다는, 그 앞에 펼쳐질 밝은 눈의 빛을 기대하게 되는데요. 어쩐지 지금 우리의 삶과 닮아 있는 것 같지는 않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