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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봄만두

휘발성 에세이

by 최동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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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새것이 나는 계절, 묵은 것이 녹는 계절, 희망이 움트는 계절입니다. 하지만 새로운 시작은, 아직 경험해 보지 못한 것이기에 두려움이란 손님을 동반하곤 하죠.


새 학기가 시작되면 어떤 선생님, 어떤 친구들과 함께하게 될까? 새로운 직장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까? 새로 시작한 프로젝트는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


봄과 시작의 단어에는 이런 불길한 마음이 함께 하는데요. 무사히 봄이 오고, 산과 들에 꽃이 피기까지는 아직 한 걸음 더 걸어야 합니다.


그 걸음에 실린 머뭇거림을 없애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무엇보다 다시금 마음을 다잡고 크게 한 번 심호흡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떨리는 마음이 가라앉지 않는다면, 옛사람의 지혜를 빌려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죠.


과거 중국에서는 초봄이 올 때면 만두를 빚었습니다. 그것을 제사에 올리며 그들은 한 해의 시작, 봄의 걸음을 가벼이 해달라 빌었죠. 이때 하필 만두를 올린 이유는 이 음식의 기원까지 올라가 봐야 합니다.


삼국의 시대. 제갈공명이 남방을 정벌하려 출진한 어느 날이었죠. 거친 폭풍 때문에 배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자 참모들은 이런 조언을 전합니다. 남방에서는 바다의 신을 위해 마흔아홉의 제물을 바친다고 말이죠.


하지만 공명은 전쟁으로 많은 생명이 사라졌는데 이런 일에 또 목숨을 바칠 수는 없다며

커다란 밀가루 반죽에 소를 넣어 사람 머리 같은 음식을 만들어 제사에 올렸는데요. 그것이 만두의 시작이었습니다.


이때부터 중국 사람들은 초봄이 되면 만두를 제사에 올린 후, 그것을 맛있게 나눠 먹으며 힘차게 새봄을 맞이했다는 것이죠.


여러분의 올봄은 어떠신가요?

혹시 지금, 봄바람에 실린 두려움에 떨고 계시는가요?

그렇다면 꼭 만두가 아니어도 좋습니다. 여러분의 마음을 따뜻하고 가득히 채워줄 음식을 한 그릇 꺼내보세요. 그리고 잠시 두 손을 마주하며 봄에 인사한 뒤, 맛있게 먹어보세요.

그 그릇의 온기 덕에 두려움은 어느새 저만치 멀어져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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