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성 에세이
집에서는 어떤 웃음도 허락지 않던 아버지는 곧잘 소리를 질렀고, 숱하게 매를 들었습니다.
그런 집을 벗어날 수 없기에 소년은 찾아야 했습니다. 비상구가 되어줄 어떤 것을 말이죠.
집과 머리, 그리고 마음속을 잔뜩 뒤진 소년은 결국 그것을 발견했는데요. 그건 바로 책과 유머였습니다. 소년은 웃음이 사라진 자리를 자신의 유머로 채웠고, 상상과 이야기가 침묵하는 집에서 책 속의 이야기로 갈증을 풀었죠. 그렇게 성장한 소년은 아픈 이들을 위해 의사가 되었습니다.
이후 의사가 된 소년은 매일 낮 환자를 돌보았습니다. 그리고 밤이 되면 자신이 사랑했던 이야기와 유머가 담긴 글을 쓰기 시작했죠. 그 짧은 콩트의 글을 팔아 돈을 벌면 가족들을 돌보는 데 사용했습니다. 자신은 이야기를 쓸 수 있는 자유. 그것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말이죠.
하지만 몇백 편의 콩트를 써도 풀리지 않는 갈증이 있었습니다. 그건 바로 진짜 쓰고 싶은 이야기, 조금은 더 긴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갈증이었죠. 하지만 전문 작가도 아닌 자신이 그런 꿈을 꾸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포기한 채 의사와 콩트 작가로서의 생을 살아갑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죠. 그에게 한 통의 편지가 도착합니다. 그것은 대문호 그리고로비치가 보낸 것이었죠. 그는 소년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당신은 재능이 뛰어납니다. 그러니 가벼운 콩트가 아닌 진지한 문학을 해보시길 바랍니다.
몇백의 가벼운 글보다 한 편의 제대로 된 글이 훨씬 더 가치 있을 것입니다.”
일면식도 없는 당대의 대문호가 자신의 실력을 칭찬하는 편지를 보내오자, 소년은 들뜬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습니다. 그것은 진짜 작가의 세계로 건너갈 수 있는 일종의 통행증이었으니까요.
소년은 편지의 모양을 한 그 통행증을 손에 쥔 채, 두꺼운 노트 한 권을 꺼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 진짜 쓰고 싶었던 진지한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죠.
안또샤 체혼테 라는 콩트 작가의 이름이 아닌, 안톤 체호프라는 자신의 진짜 이름 아래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