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성 에세이 #100. 8월, 크리스마스

by 최동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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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마을의 작은 사진관. 초원이라는 이름이 붙은 그곳에 사진사 정원이 있습니다.

스스로 이십 대 후반이라 말하지만 누가 봐도 삼십 대일 것 같은 그는 시한부 판정을 받고 하루하루 정리의 삶을 살아가고 있죠. 리모컨도 잘 다루지 못하는 아버지에게 괜스레 화를 내기도 하면서 말이죠.


그런 정원의 초원 사진관에 어느 날, 주차단속 요원으로 일하는 다림이 사진 인화를 맡기기 위해 찾아오는데요. 친구 부모님의 장례식에 다녀와 기분이 좋지 않던 정원은 자신의 성격과 달리, 다림에 짜증을 내버립니다. 하지만 자신의 행동에 미안함을 느끼고 아이스크림을 건네며 미안한 마음을 전하는 것은 잊지 않았죠.


그런 정원의 모습에 호감을 느낀 다림은 이후 잠시 쉬고 싶을 때, 위로가 필요할 때, 누군가의 미소가 필요할 때, 말 상대가 간절할 때, 그리고 시원한 바람을 안고 싶을 때…. 초원사진관을. 정원을 찾아가죠.


“아저씨 나 여기서 좀 쉬었다가 가도 돼요?”

“예, 그러세요.”

“더운 거 아주 이제 지겨워….”“힘들죠?”

“저 이제부터 잘 테니까 말 시키지 마세요.”


일에 지쳤는지 사람에 지쳤는지, 그저 더운 햇살에 지쳤는지 잔뜩 칭얼거리던 다림은 소파에 앉은 채, 눈을 감습니다. 정원은 그런 다림을 물끄러미 바라보고는 선풍기를 다림에게 맞춰주었죠.


그러자 다림에게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습니다.

누군가의 마음이 담긴 시원한 바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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