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성 에세이 #105. 모지스 할머니

by 최동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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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너 메리 로버트슨.

그녀는 이 이름으로 평생을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 그녀를 두고 사람들은 이렇게 불렀죠. “모지스 할머니”라고 말이에요.


일흔 살이 넘을 동안 그림을 그린 적이 없던 모지스 할머니. 그녀는 일흔다섯 살 무렵,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자신이 살았던 마을의 풍경들, 계절들, 그리고 사람들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을 그리기 시작한 이유는 일흔둘에 세상을 떠난 남편과 하나둘 각자의 길을 걷기 시작한 아이들의 자리를 채우고 싶은 마음에서였죠.


시골 마을의 소박하고 동화 같은 풍경의 할머니 작품을 본 동네 사람들. 그들은 할머니의 그림을 자신들만 보는 것이 너무 아까웠습니다. 물론 나만 아는 화가, 나만 아는 그림의 특권을 빼앗기는 것은 아쉬웠지만 말이죠.


그래서 동네 사람들은 소문을 냈습니다. 여기 굉장한 작품이 있다고 말이죠. 그 소문을 타고 모지스 할머니의 작품은 조금 더 먼 곳까지 알려지게 되었죠. 처음에는 일흔다섯의 노인이 그린 그림이라는 헤드라인에 흥미를 느낀 사람들. 하지만 할머니의 그림을 본 이들은 하나 같이 작품의 매력 자체에 빠져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런 입소문이 퍼지자 모지스 할머니의 작품은 비로소 시골 마을을 벗어나 여정을 떠나게 되었는데요. ‘미술관 전시’를 위한 여정이었습니다. 할머니의 작품은 동네를 넘어 미국을 넘어 바다를 건너 세계 곳곳의 미술관을 유랑하게 되었고, 그림 속 작은 마을이 미술관에 걸릴 때마다 그곳에는 행복의 웃음과 눈빛이 피어났습니다.


이는 우연과 운명으로 태어난 한 작품의 흥미로운 동화이자 미술관이라는 공간을 매개로 나누는 아름다움의 소통이었는데요. 지금도 미술관에는. 또 미술관 밖에서는 이 특별한 대화를 나누고 싶어 하는 작품이 줄을 서 있습니다.


어서 그들의 차례가 돌아와 또 다른 세상의 이야기를 만나고 싶어지는 하루. 우리는 미술관에 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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