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존 에버렛 밀레이가 그린 그림 <눈먼 소녀>가 있습니다. 그림 속에는 자매로 보이는 두 소녀가 있네요. 언니로 보이는 소녀는 두 눈을 감은 모습이고 동생은 그의 품에 폭 안겨있습니다. 그리고 언니의 목에는 이런 문구가 쓰여 있습니다.
“눈먼 자를 불쌍히 여겨주세요.”
이 문구와 제목 <눈먼 소녀>를 통해 우리는 그림 속 소녀가 눈이 멀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그림에는 한 가지 비밀이 있다고 하는데요. 이유리 작가는 저서 <기울어진 미술관>에서 이 그림의 문제점으로 눈먼 소녀의 얼굴을 말하고 있습니다. 소녀는 적선을 받아 생계를 유지하는 고단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윤기 나는 머리카락과 볼그스름한 볼, 앵두처럼 붉은 입술로 표현되어 있는데, 그것은 상황과 맞지 않는 표현이라고 말이죠.
그렇다면 밀레이는 왜 소녀를 그렇게 표현한 것일까요? 그건 당시 사람들이 장애를 가진 이를 보는 것을 싫어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한때 미국에서는 ‘어글리 법’이 있었다고 하는데요. 이 법은 장애를 지닌 사람의 공공장소 이용을 금지한 법이었다고 하죠. 밀레이 역시 그런 대중들의 시선을 의식해 눈먼 소녀의 생, 그 고단한 순간을 그리면서도 가장 아름답고 윤기 나는 얼굴을 표현했던 것입니다.
그런 불편한 역사에 이유리 작가는 말합니다. 그 시절 미술관에는 편견으로 인해 걸리지 못한 작품이 너무나 많았었다고 말이죠. 그렇다면 지금의 미술관은 어떨까요? 그때 걸리지 못했던 작품들이, 그때 그려지지 못한 현실이 온전히 표현되고 있을까요? 시간의 흐름과 진보를 통해 많은 부분이 개선된 것은 분명할 것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미술관에 걸리지 못하는 편견은 존재할 텐데요.
우리가 가고 싶은 미술관.
그곳은 그 모든 편견이 사라진…. 그런 미술관이 아닐지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