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성 에세이 #107. 긴 기도

by 최동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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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즈텍 사람들은 믿었습니다. 사랑하는 이가 세상을 떠나면 그들은 틀라로칸으로 갈 것이라고. 그곳에서 나비와 놀고 달콤한 과일을 먹고, 즐겁게 뛰놀 것이라고. 하지만 그곳까지 가기 위해선 4년이란 시간 동안 긴 여행을 해야 한다고 아즈텍 사람들은 믿었습니다.


때론 힘들고 때론 위험한 그 여정을 무사히 넘겨야 틀라로칸에 도착할 자격이 주어지기에 살아남은 이들은 4년을 내내 기도 했습니다. 그들이 오늘도 무사히 여정을 마쳤기를. 기도 합니다.


그리고 11월이 되면 그들은 집에 성대하게 음식을 차려두고 해가 지길 기다렸는데요. 일 년에 한 번, 떠난 영혼이 현세에 머무르며 여행의 피로를 풀고 간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그들은 떠난 이들의 배가 가득 차도록, 떠난 이들의 마음이 발걸음이 가벼워지도록 그날만큼은 눈물짓지 않고 마치 축제가 열린 듯 단 하루의 시간을 가득 채웁니다.


그렇게 북적이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떠난 이들은 제단에 모여 앉아 남은 이들이 준비한 선물을 받습니다. 여정에 지친 갈증을 달래줄 시원한 한 잔의 물. 마치 응원이라도 하는 듯 형형색색 오려 붙여진 종이 장식들. 그리고 앞으로 가야 할 길, 어둡지 말라며 켜둔 일렁이는 촛불까지. 그들은 감사한 마음으로 선물을 받아 들고 다시 길 떠날 준비를 합니다.


2022년의 11월. 우리도 그들의 지혜를 빌려 봅니다. 그들의 지혜를 빌려 아주 긴 기도를 시작합니다. 한 잔의 물과 종이 장식, 그리고 초를 켜둔 채 아주 긴 기도를 시작합니다. 그 기도가 위로되길 바라며. 그 기도가 주머니에 숨겨둔 안온한 핫팩이 되길 바라며. 아주 긴 기도를 시작 합니다.


잊지 않겠다는 말로 시작될 그 긴 기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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