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성 에세이 #109. 무릎을 껴안습니다

by 최동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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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너는 떠나고, 그러면 너는 나로부터만 떠나는 게 아니다. 또 하나의 너, 내가 만든 너로부터도 너는 떠난다. 그리하여 네가 떠나고 나면 그 부재의 자리에도 존재가 홀로 남겨진다.“


철학자 김진영은 <이별의 푸가>에 담긴 ‘포옹’이란 제목의 글에 이런 문장을 남겼습니다.

그리고 그는 “때로 나는 나를 껴안는다. 꼭 껴안는다, 너를 껴안듯이.”라고 덧붙이죠.


지난 시간. 우리는 곁의 부재를 마주했고, 곁의 온기를 잃었습니다. 우리가 꼭 껴안을 때면 바람도 그사이를 지나지 못해 우리 몸을 둘러 지나갔는데, 이제는 그 바람이 온몸으로 홀로된 우리를 휘감습니다.


그것이 너무 추워 우리는 우리를 껴안습니다. 몇 번이나 팔을 휘저으며 우리를 껴안습니다.

하지만 잡히는 것이라곤 빈자리가 전부. 우리는 그곳에 털썩 주저앉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무릎을 껴안습니다. 언젠가 사랑하는 이에게만 허락했던 그 무릎을 껴안습니다. 무릎의 아래. 그곳은 항상 당신의 자리이기도 했습니다. ‘슬하’라 부르던 그곳에 당신을 뉠 때면 당신은 새근 잠이 들었고, 그 모습이 영원할 것이라 믿은 오만의 시간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슬하에 당신이 없기에. 나는 나의 무릎을 껴안습니다. 당신도 가는 길 지칠 때면 털썩 주저앉아도 좋습니다. 다시는 “지지”라며. 바지 더러워진다며 채근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것 외엔 이별의 선물로 줄 수 있는 것이 없음에 무릎을 안은 저는 여기서. 조금만 더 울고, 조금만 더 기도하고 일어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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