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픽션뷰로 | Vol. 순수 박물관 | Audio BUREAU Log
"그것이 내 인생의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는 것을 알았더라면, 절대로, 그 행복을 놓치지 않았을 것이다."
안녕하세요. 가장 개인적인, 그래서 가장 보편적일. 책상 속 작은 사무국 <더 픽션 뷰로>입니다.
오늘 뷰로의 서랍에서 꺼낸 다섯 번째 기록은, 활자가 멈춘 밤을 위해 책상 위에서 조용히 선곡한 오디오 뷰로 로그(AUDIO BUREAU LOG)입니다.
오르한 파묵의 소설 <순수 박물관>은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회고하는 문장으로 시작해, 다시 그 행복의 변주로 끝을 맺습니다. 주인공 케말은 사랑하는 퓌순이 떠난 뒤, 그녀의 흔적이 남은 영수증, 찻잔, 4,213개의 담배꽁초를 주워 모아 박물관을 세웁니다.
"이 물건들을 보는 나의 시선은 수집가가 아니라 약을 바라보는 환자의 시선이었다."
그에게 과거를 수집하는 일은 취미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사랑이라는 지독한 열병을 견뎌내기 위해 스스로 발명해 낸 유일한 진통제였습니다.
이번 오디오 로그의 제목은 '열병의 발명'입니다. 케말이 앓았던 감정의 궤적을 12곡의 음악과 소설 속 문장들로 매치했습니다. 밤이 깊어질 때, 뷰로에서 배달된 이 플레이리스트를 틀어놓고 여러분의 서랍 속에 웅크리고 있던 감정들을 가만히 꺼내어 보시길 바랍니다.
[ � AUDIO BUREAU LOG : 열병의 발명 ]
Track 01. Nils Frahm - Ambre
"그것이 내 인생의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는 것을 알았더라면, 절대로, 그 행복을 놓치지 않았을 것이다."
Track 02. Chet Baker - I Get Along Without You Very Well
"1975년 4월 30일 수요일 오후 2시에서 4시 사이에 멜하메트 아파트에서 퓌순을 기다렸다. 하지만 그녀는 오지 않았다."
Track 03. Agnes Obel - Familiar
"우리가 사랑을 나누던 방, 주위, 평범한 것들도 모두 기억하려고 애를 썼다."
Track 04. Anouar Brahem - The Astounding Eyes of Rita
"그 순간 견딜 수 없는 질투심이 마음속의 분노와 뒤섞여 치솟아 올랐다."
Track 05. Max Richter - On the Nature of Daylight
"진정한 사랑의 고통은, 우리 존재의 가장 중요한 지점에 자리 잡고, 우리의 가장 약한 지점을 부여잡아, 다른 고통과 깊게 연결되어 절대 저지할 수 없는 형태로 몸과 삶에 퍼져 나간다."
Track 06. Nick Cave & The Bad Seeds - Into My Arms
"나의 미래는 그녀와 떨어져서는 존재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Track 07. Ryuichi Sakamoto - Solitude
"이 물건들을 보는 나의 시선은 수집가가 아니라 약을 바라보는 환자의 시선이었다."
Track 08. Eleni Karaindrou - The Weeping Meadow
"질투의 고통은 내 의식에서 시작되어 얼마 지나지 않아 배에서 느끼는 사랑의 고통을 겨냥했고, 나를 파멸로 이끌고 갔다."
Track 09. Cigarettes After Sex - Apocalypse
"그제야 우리가 경험한 행복의 끝에 왔다는 것을, 이것이 이 아름다운 세상과 이별하는 시간이라는 것을 내 영혼 깊은 곳에서 느꼈다."
Track 10. Ólafur Arnalds - Saman
"퓌순을 떠올리게 하는 물건들은 고통을 감소시키기 위해 필요했을 뿐 아니라, 고통이 잦아든 후에는 다시 나의 병을 떠올리게 하여 이 물건들과 그 집에서 도망치고 싶게 만들었기 때문에, 나의 고통이 가벼워졌다고 낙관적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Track 11. Leonard Cohen - Dance Me to the End of Love
"인생이 마치 소설처럼 이제 마지막 형태를 갖추었다고 느끼는 시기에는, 가장 행복한 순간이 언제였는지를 지금의 나처럼 느끼고 선택할 수 있다."
Track 12. Fazıl Say - Kumru (Ballade)
"그때가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는 것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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