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픽션뷰로 | Vo2. 어쩔수가없다 | First Bureau Page
우리가 사는 지금이 과거의 어느 때보다 어쩌기 어려운 세상이기 때문일까요. 겨우 답을 내 OMR 카드에 마킹을 하면 곧 종소리가 댕댕댕. 시험 시간은 끝나버리고 쉴 틈도 없이 다음 시험이 시작됩니다. 운이 좋지 않다면 대부분의 시험은 "어쩔 수가 없다"며 넘어갈 수밖에 없겠죠.
안녕하세요. 가장 개인적인, 그래서 가장 보편적일. 책상 속 작은 사무국 <더 픽션 뷰로>입니다.
오늘 배달해 드릴 기록은 뷰로의 두 번째 서랍을 여는 글, First BUREAU Page입니다. 새롭게 시작되는 Vol.2의 주제는 <어쩔 수가 없다>입니다.
박찬욱 감독의 신작 영화 <어쩔수가없다>의 제목에는 띄어쓰기가 등장하지 않습니다. '어쩔수가없다' 여섯 글자가 가까이 붙어 있고, 아무런 틈도 보이지 않습니다. 어떤 구멍도, 방법도, 여유도, 빛도, 출구도 보이지 않는 상황. 주인공 만수는 해고라는 벼랑 끝에서, 그 완성된 여섯 글자의 감옥 속에 스스로를 가둔 채 '어쩔 수 없기에 용인되는' 잔혹한 짓들을 저지릅니다.
영화 속 모든 인물들은 각자의 어쩔 수 없는 이유를 품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어쩔 수 없으니 어떻게 해야겠다"에서 '어떻게'의 칸을 채우는 방식입니다. 누군가는 아무런 답도 쓰지 않았고, 누군가는 구구절절 칸이 넘치도록 답을 썼습니다.
특히 자폐가 있어 반향어밖에 사용할 수 없는 딸 리원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어쩔 수 없음'을 부수고 나아가 쟁취해 내는 마지막 표정은 오래도록 깊은 잔상을 남깁니다. 그것은 9회 말 투아웃 역전 만루 홈런을 친 타자의 표정이었습니다.
어쩔 수 없는 세상이지만,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기어코 적어내야 하는 인생.
<더 픽션 뷰로>의 두 번째 서류철에서는 그 어쩔 수 없는 생의 이야기들을 에세이와 소설, 리뷰와 음악으로 담아 여러분의 책상 위로 배달하겠습니다. 아래 링크를 통해 정기 구독자가 되시면, 뷰로의 새로운 편지들을 빠짐없이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