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간 때에서 온 빛

빈센트 반 고흐

by 이설

하늘에는 별이 늘 있습니다. 하지만 낮에는 보이지 않죠. 햇빛에 가려지기 때문입니다. 밤에는 어떤가요? 보입니다. 단, 고개를 뒤로 젖히고 보려는 뜻을 다져야 합니다. 눈길을 모으고 오래오래 하늘을 보아야 하죠.

한강에 갔습니다. 별을 보러 간 것은 아니었기에 나는 고개를 젖히지도, 눈길을 모으지도 않았지요. 그런데 별이 보였습니다. 강에 비친 빛들이 한 화가를 떠오르게 했거든요. 별빛 가득한 밤을 사랑했던 화가, 빈센트 반 고흐(1853~1890). 그가 그린 별들이 보인 겁니다.


지도에서 도시나 마을을 가리키는 검은 점을 보면
꿈을 꾸게 되는 거처럼,
별이 반짝이는 밤하늘은 늘 나를 꿈꾸게 한다.
그럴 때 묻곤 하지.

프랑스 지도 위에 표시된 검은 점에게 가듯
창공에서 반짝이는 저 별에게 갈 수 없는 것일까?
...
늙어서 평화롭게 죽는다는 건
별까지 걸어간다는 것이지.
1888.06. 테오에게


[반 고흐, 영혼의 편지/신성림 옮기고 엮음] 예담


고흐가 아를로 간 해가 1888년입니다. 아를은 프랑스 남부에 있는 작은 마을이죠. 고흐 하면 떠오르는 '붓 터치와 노랑, 파랑 색감'이 이곳에서 만들어진 거랍니다. '해바리기/아를의 침실(노랑방)/밤의 카페테라스/별이 빛나는 밤' 같은 그림들에서 볼 수 있는 고흐스러움이요.

고흐는 별까지 걸어가기 힘겨웠는지 1890년 봄에 삶을 스스로 놓습니다.


우주는 비어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우주에서 별을 보면 반짝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아득히 먼 곳에서 출발한 별빛은 알 수 없는 시간 동안 어떤 방해도 받지 않고 달려와 우리 눈에 닿을 때 반짝입니다. 지구를 둘러싼 대기를 지나며 이리저리 흔들리기 때문이죠.
고흐는 몰랐습니다. 대기를 지나야 반짝이는 별처럼 흔들림을 견뎌야 빛날 수 있음을 말이죠. 자기가 그린 그림들을 훗날, 사람들이 보면서 자기가 사랑했던 것들을 함께 사랑하게 될 것을 알았다면 고흐는 다른 선택을 했을까요? 늙어서 평화롭게 죽는 걸로.

나에게 고흐는 지나간 때에서 온 빛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