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이지문(興仁之門)은 한양 성곽 동쪽에 낸 큰 문입니다. 문 안쪽에서 성곽을 따라 걷다가 성 밖을 보았어요. 집 집 집 한데 어울려 남들이 사는데 또 그 남들이 모여 하늘 아래 땅 위에 우리가 사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리고,
최호철 화가가 그린 '을지로순환선'을 생각했습니다.
<은하철도 999> 마냥 하늘로 날아가고픈,
하지만
도시 한구석의 변두리 다음 정거장에 내려앉을 수밖에 없는 전철 안.
사람들은 길쭉하게 앉아 있고 시무룩하다.
반면 창밖의 풍경은 아직 이른 봄날이다.
춥고 흐린 날씨에도 밝고 정겹게 보이는 동네다.
도시는 전체적으로 우중충해도
그 가운데 희망이 있다.
그 희망 주변을 전철이 맴돈다.
일터에서 가정으로.
[을지로순환선-최호철] 거북이북스
최호철 화가는 본 걸 그려요. 그래서 되도록 많이 보려 하고 하나를 보더라도 자세히 보려고 한다네요.
그러다 보니 그냥 보고 그린 것보다 뭔가 세상의 이치랄까
그림 속 대상들의 관계가 잘 드러난 그림이 더 흥미로웠다.
하지만 그만큼 그리기 힘들다는 것도 알았다.
그것은
세상을 엮어내는 관계란 것이
보이는 이미지 뒤에 숨어 있기 때문이다.
숨바꼭질처럼.
[을지로순환선-최호철] 거북이북스
저 마을이 어떻게 보이세요?
그날은 바람이 알맞게 부는 봄날이었고 걷기에 좋았어요. 저는 편안한 상태였고 마을은 멀리 있었답니다.
저 마을이 저는 어떻게 보였을까요?
한양 성곽 안쪽에서 본 저 마을은 '창신동'이에요. 조선 시대 때 한양 행정 구역인 동부에 속하는 12방 가운데 성 밖에 있었던 2방인 '인창방'과 '숭신방'에서 이름을 가져왔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