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하소불(丹霞燒佛)
목불은 부처인가, 나무인가.
丹霞는 이름, 燒는 불사를 소. 佛은 부처 불. 단하가 부처를 불사르다. '丹霞燒佛'
중국 송나라 도원이 여러 자료를 모아 체계적으로 정리한 책인 [경덕전등록]에 실린 이야기라고 한다.
단하는 혜림사라는 절에 손으로 들게 되었다. 몹시도 추운 날이었기에 단하는 나무로 만든 불상을 태워 몸을 녹였다. 이를 본 혜림사 주지가 나무란다.
"어떻게! 어떻게 이런 짓을 한단 말이오. 부처를 태우다니!"
그러자 단하가 답하기를
"사리를 찾으려고 태우고 있소만."
라고 했고 혜림사 주지는 다시
"나무에 무슨 사리가 있단 말이오....오?!"
라고 하다가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어떤?
'철학vs철학'(강신주, 그린비)에 소개된 이야기인데 줄기는 망가트리지 않는 선에서 상상을 더해 옮겼다.
본질을 규정할 때 생길 수 있는 배타성(排他性:밀칠 배, 다를 타, 바탕 성)을 여러 예로 보여주다가 불교 철학에서는 배타성을 어떻게 해결했는지 들려주며 나온 이야기이다.
목불은 나무인가, 부처인가. /본질이란 어떤 사물이 지닌 불변하는 측면 또는 그 사물을 다른 사물과 구별시켜 주는 특성(p23)/이라고 할 때 목불이 지닌 본질은 무엇인가? 혜림사 주지가 부처라고 여긴 본질은 단하로 인해 깨졌다. 주지 스스로 '나무'라고 했으니 /본질이라고 믿고 있는 것은 결국 당신의 한 가지 집착 혹은 한 가지 착각에 지나지 않는다!(p25)/를 깨달은 것이다.
나는 비웃음이 나왔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손으로 신세 지고 있는 주제에 함부로 목불을 태우다니, 단하는 무례했다. 먼저는 자신을 손으로 맞아준 혜림사 주지에게 무례했고 다음으로는 자신이 저지른 일을 그럴듯하게 정당화하며 나무를 부처로 만든 사람에게 무례했다. 추워서 못 견디겠으면 땔나무를 구하러 나가야지 멀쩡한 불상을 태우고 뻔뻔하게 굴면서 수행은 무슨 수행.
불상은 그냥 나무가 아니다. 불상을 만들기에 가장 알맞은 나무를 찾기 시작할 때부터 정성(精誠:온갖 힘을 다하려는 참되고 성실한 마음)이 담겨 온전한 불상이 되기까지 누군가의 삶이 있다. 부처가 되겠다는 사람이 그 삶을 함부로 태우고도 어찌 저리 뻔뻔하단 말이냐. 혜림사 주지는
"네 놈이 사리를 훔치러 온 도둑놈이구나! 어디서 함부로 중노릇을 하려 드느냐!"
하고 단하를 혼꾸멍냈어야 했다.
다시,
목불은 부처인가, 나무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