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변방(邊方)에서 나고 자랐다. 변방의 자유를 품고 그가 내달리면 바람은 기꺼이 그를 맞았다. 당당한 엉덩이 근육 아래 두 다리가 땅을 딛고 날아오르듯 설 때 한 껏 열린 콧구멍으로 드나드는 공기가 힘찼다. 그는 여섯 살에 한 사내를 만났다.
사내도 변방에서 나고 자랐다. 국경(國境) 너머 세상이 주인(主人)을 겨루는 틈에 왕은 빼앗긴 땅을 되찾고자 했다. 왕이 내린 뜻을 받든 아버지를 따라나선 사내는 20 대 젊은이였다. 뜻은 이루어져 사내는 힘을 키웠다.
그는 25년 세월을 사내와 함께 했다. 더는 함께 할 수 없었던 까닭은 그가 서른한 살로 삶을 마쳤기 때문이다. 몸에는 화살 맞은 흔적과 칼에 베인 자국이 있었다. 사내와 함께 전장을 누비며 몸에 새긴 훈장이었다.
사내는 그를 돌로 만든 관에 넣어 땅에 묻었다.
그는 유린청이라 불렸고 사내는 이성계라 불렸다.
고려를 무너뜨린 이성계는 새나라 조선을 연 창업 군주로 훗날 태조라 불린다.
덧붙임
유린청을 보고 나는 또 다른 그가 떠올랐다. 500여 년 세월을 접고 또 다른 500여 년을 연 영웅에 걸맞은 유린청과는 사뭇 다른 그이다. 나는 그를 국립중앙박물관 고구려실에서 만났는데 보자마자 반해버렸다. 보자마자 안고 싶었다.
안녕? 무엇을 보았니?
너 정말 사랑스럽구나. 네가 본 것을 나도 볼 수 있다면 참 좋겠다. 너를 나는 무어라 부를까...
당신은 어떠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