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시골 고등학교 학생들의 뮤지컬 ‘Elf’를 관람하고.
오랜만에 뮤지컬을 보게 되었다.
큰아이 학교 학생들이 연기하고 프로듀싱, 무대, 사운드까지 직접 운용하는 뮤지컬이라고.
’ 굳이 봐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들이 참여하는 뮤지컬이라 하니 격려차원(?)으로 온 가족이 단체로 보러 갔다.
네가 신청한 과목이 그래서 뭐라고?
처음 큰아이가 9월에 입학하자마자 무슨 뮤지컬 작품에 합류해서 오후 시간, 주말 시간 일부를 할애한다고 했을 때는 그저 일종의 ‘동아리(??)’ 활동 같은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입학 전에 선택과목을 신청할 때 ‘theatre production’을 직접 신청해서 하게 된 거였다. (연기 파트는 따로 ’musical theatre’라은 과목이 있었다고 한다.)
‘알아서 하겠거니 ‘하며 그냥 맡겨 두었더니 생각지도 못한 과목을 신청하다니.
알고 보니 한 텀에 통째로 한 뮤지컬을 완성하는, 그런 일종의 프로젝트 과목인 거였다.
이번 텀의 끝이 연말이기 때문에 크리스마스 관련 내용으로 ‘Elf’가 선정되어 그것을 뮤지컬 공연으로 마무리하는 과정이었는데, 장소도 학교가 아니라 지역 cultural center에서, 정식으로 티켓을 팔고 일주일간 공연을 한다고.
‘신기함’이 느껴졌던 지점 세 가지
1. 고등학교 뮤지컬이 ’Elf’라니?
2. 뮤지컬이 한 텀 통째로 과목인 데다 프로덕션과 연기 두 가지로 나눠 ‘수업’으로 진행하다니?
3. 이 동네 아이들에게 이런 열정이 있었다니!
특히나 뮤지컬 ‘Elf’는 산타와 엘프의 존재에 대해 믿는가?라는 질문을 하며 ’ 믿으세요 ‘라고 끝맺는 내용인데, 내가 생각했던 ’ 캐나다 고등학생‘들에 대한 뭔가 성숙된 이미지보다 순수한(?) 느낌이 들어서 새로웠다.
그리고, 매주 주말에도 나가서 연습하고 준비하는 과정 속에서의 모습과 완성된 뮤지컬 공연의 퀄리티를 보면서, 캐나다 시골 아이들에 대해 내가 가지고 있던 일종의 편견 ㅡ안일함ㅡ이 바뀌었다. 한국 아이들과 나도 모르게 비교하며 뭔가 ‘치열함’이 부족하다 생각했었지만, 여유롭게만 보이던 이곳 아이들에게도 이런 열정이 있었음을 새롭게 발견하게 되었다.
한국의 고등학교를 떠올리면, 그저 공부에서 시작해서 공부로 끝나는 그런 이미지인데, 학교 과목에 이런 과목을 넣고,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필요한 점수에 넣는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관점을 조금 다르게 생각하면, 아이들이 두 시간 정도의 뮤지컬을 완성해서 공연하기 위해 준비하는 시간 동안 직접 체험으로 배우는 것들이 얼마나 많을까? 어쩌면 교과서 속의 지식보다 더 유용한, 아이들이 앞으로 살아가는 일상 속에서 필요한 여러 가지 것들을 얻었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고 한국에 돌아가 한국식 공부로 대학교에 가야 하는 우리 아이에게 어쩌면 ’ 불필요한 ‘ 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그 시간을 한 페이지라도 더 문제를 푸는데 할애했어야 할지도.
하지만 지금은, 아이가 과정 속에서 즐거워하고 행복해하며 배우고 느꼈을 것들에 그저 감사하기로 했다. ’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고, 누구도 알 수 없기 때문에.
다만, 이런저런 경험들이 밑거름이 되어 아이가 살아낼 미래가 무채색이 아니라 유채색으로 빛나 ‘삶’을 사랑하며 살아가는 어른이 되기를 조용히 뒤에서 욕심내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