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치 성(高知城)
우리 우리 호빵맨
호빵맨, 동그란 얼굴에 항상 홍조를 띠고 있는 웃는 얼굴의 호빵맨을 아시는지? 애니메이션으로 보지 않았지만 어디선가 본적 있는 친근한 캐릭터다. 고치에 가면 그런 호빵맨으로 도색된 기차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열차 내부도 호빵맨 그림이 있어 새삼스레 어린 시절로 돌아가는 기분이다. 고치는 호빵맨 작가 야나세 다카시 (柳瀬 嵩)의 고향이기에, JR은 고치의 상징물로 삼았다. 시코쿠는 철도가 그리 발달한 지역이 아니다. 일본 본토의 중심을 잇는 신칸센 조차 시코쿠에는 없고 이런 고속 열차만이 시코쿠를 누빈다. 시간으로 치면 버스가 더 빠르다고는 하지만 천천히 여유롭게 호빵맨 기차를 타고 에키벤을 먹으며 차 창밖을 보는 여행을 하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이다.
고치 역 앞 한쪽에는 오래된 노면 전차 승강장이 있다. 아직 미처 고치에 적응하지 못했지만은 여행객의 발걸음은 바쁘다. 한 시라도 목적지도 달려야만 직성이 풀린다. 겨울이라 해가 빨리 져서 마음이 더 바쁘다. 지나가는 사람을 잡고 고치 성으로 가는 것을 물어물어 고치 성에 도착했다.
고치 성은 현재의 고치 지역을 확립한 과거 도사 지역의 초대 번주 야마우치 가즈토요(山内一豊)의 축성을 시작으로 건립되었다. 일본의 성을 둘러보노라면 시대적으로 일본 전국시대 영웅 3걸(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을 섬긴 무장들이 많다. 그들이야말로 시대의 흐름을 읽고 능동적인 처세술로 끝까지 자신의 이익을 지키고 자신이 맡은 지역을 사수한 그들이 최후의 승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의 성은 그 규모가 크고 관리에도 경제적으로 큰 영향을 미쳤기에, 근대화 시기 일본 정부는 전국 대부분의 성에 폐성령을 명했다. 이로서 대부분의 성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었다. 당시 일본 정부는 폐성령을 하면서 몇 가지 예외를 두었는데 군사적으로 필요하거나, 기타 관청에서 요청한 경우는 그 예외를 두었다 한다. 또 2차 대전시 공습대상에서 제외되고, 자연재해를 피해 살아남은 단 12개의 성만이 과거의 천수각을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이 고치성이다.
고치 성의 내부도 과거 그대로 잘 보존되어 있고 가파른 사다리를 통해 직접 올라가 볼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머리를 조심해야 하고 내려올 때도 조심해야 한다. 이런 액티비티(?)를 돌파하면 고치 시내를 한눈에 둘러볼 수 있는 천수각 전망대를 둘러볼 수 있다. 난간도 살짝 허접(!)해서 여차 하면 생명의 위협을 느낄 만한 그런 정도이다. 생각보다 일본이 이런 면에서는 더 개방적(?)인 것 같다는 생각을 여행을 다니다 보면 하게 된다.
마음껏 고지에서 고치의 겨울바람을 맞고 내려오는 발걸음은 한결 가벼웠다.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겨울 고치 성의 해 질 녘은 한결 편안했고 보다 더 눈부셨다. 금빛으로 불타오르는 석양이 성에 비추어 1,500여 년의 세월을 관통하는 듯했다.
*고치 성 여행기는 유튜브 채널 field of snow에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