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도시의 모든 매력, 고치(高知) 3편

태평양을 마주한 시코쿠의 정점(頂點), 남국(南國)의 패기 - 고치

by 이진우


마쓰야마에서 맛 보았던 귤 주스의 여운이 아직도 맴돈다. 어제 숙소에 들어오기전 아침의 후식으로 먹을 요량으로 산 귤이 있다. 어떤 품종인지 알아 본뒤 맛을 상상해 보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다. 과일이 비싸기로 유명한 일본이지만 주머니가 가벼운 여행자에게도 귤은 만만한 사냥감이다.

소도시 여행이 환영 받는 이유는 10만원이 채 되지 않는 호텔이 가득하다는 점이다. 역에서 도보 10분도 채 되지 않는 거리, 아니 10분이 뭔가 바로 앞 호텔을 얻을 수도 있다. 이번 호텔은 큰 길을 건너 바로 앞에 있는 으리으리한 호텔을 예약했다. 내부도 깔끔하고 아늑하다.

출발 전 호텔에서 잠시 나와 산책을 했다. 고치의 한겨울 하늘은 맑고 파란 하늘이 '하늘 가득' 펼쳐진다. 이국 적인 이 공간에서 여행자의 여유로움을 누린다. 어제 밤에는 미처 보지 못 했던 가건물의 작은 야키토리(닭꼬치)집이 눈에 띈다. -사실 이런 집은 애초에 몇명 들어가지 못 하기 때문에 만석인 경우가 많고 단골만 받는 경우가 많다- 호텔 근처를 조금만 걸어 나갔더니 인상적인 밥집이나 카페도 있다. 푸르른 하늘 아래 조용한 식당이나 카페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궁금해 지면서 단 하루를 보내는 계획이 마냥 아쉽다.

야마우치 카츠토요(山内 一豊)

전국시대(戦国時代), 고치는 피튀는 영토 쟁탈전의 무대였다. 당시 시코쿠는 아와(도쿠시마의 옛 지명), 사누키(가가와현의 옛 지명), 이요(에히메의 옛 지명), 도사(고치의 옛 지명) 4개로 나뉘어 영토전을 펼쳤는데 초소카베 모토치카(長宗我部 元親*) 가 이 4개 지역을 거의 통일하며 '시코쿠의 왕'으로 군림했다. 세키가와라 전투 이후 일본을 통일하게 된 도쿠가와 이에야스에 의해 파견된 야마우치 카츠토요(山内 一豊)가 도사(고치)를 통치 하면서 부터 성을 짓고 성아래 마을(城下町)을 구성하는 등 고치의 형태가 갖추어 지게 되었다.

가쓰라하마 해변

치열했던 과거 현장 속에서 이제는 한 발자국 벗어나 태평양의 거친 바다를 바라보는 고치는 단단하고도 고요하다. 한때는 시코쿠를 집어삼킬 듯 포효하던 전국 시대 무사들의 칼 부딪히는 소리와 비명으로 뒤섞였을 테지만, 이제 남은 것은 끝을 알 수 없는 수평선과 그 바다를 때리는 파도의 호쾌한 웃음만이 남았다.

고치는 비워냄으로써 비로소 시코쿠의 진정한 주인공이 된 이 남국(南國)의 땅에서, 여행자는 비로소 속도의 시대가 허락하지 않았던 가장 눈부신 정지를 경험할 수 있는 곳이 되었다.


*초소카베 모토치카(長宗我部 元親): 도사(고치)를 근거지로 하여 척박한 환경에서 의 강병을 키워내 시코쿠 전역을 통일한 전국시대의 명장. 전국적으로 힘을 키웠던 도요토미에 의해 패하여 시코쿠를 잃었다. 이 후 도요토미의 수하가 되어 고치의 영주가 되었으며 임진왜란에 참전하기도 하였다.




매거진의 이전글일본 소도시의 모든 매력, 고치(高知) 2편